강성호 (호남사학회 이사장)
강성호 (호남사학회 이사장)

지난 10월 16일 순천대학교 인문학술원이 여수지역사회연구소와 공동으로 여순사건 72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 학술대회는 여순사건 연구현황과 진상규명의 성과·과제라는 주제로 여순사건 관련 학계 연구, 여순사건 진상 규명, 여순사건 특별법 등의 현황과 과제 등이 발표되고 토론되었다. 여순사건 연구와 진상규명 현황과 쟁점에 대한 학술대회는 여순사건 특별법 추진에 이론적 기반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
로 주목받았다.

여순사건 진상규명은 학계 연구성과의 축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여순사건 연구사 정리가 지난 20년 동안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 따라서 임송자 교수가 여순사건 발생 직후부터 2020년까지 70여 년 간에 걸친 연구사를 정리한 것은 여순사건 진상규명에 큰 의의가 있는 일이다.

임 교수는 여순사건 연구 관련 향후 과제로 세 개를 들었다. 이 과제들을 학계뿐만 아니라 지역사회가 같이 해결해나갈 필요가 있다. 첫째, 여순사건 연구의 토대가 되는 조사보고서, 자료집을 발간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여순사건 관련 정부 문서, 군경자료, 미국 자료 등이 발굴되어 수집되고, 개인 소장 자료, 구술채록 자료 등이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정리되어야 한다. 특히 개인이 수행하기 어려운 이러한 작업은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적극인 재정지원을 통해 집단적인 공동작업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둘째, 여순사건 연구사에서 제시된 연구 쟁점들이 면밀하게 재검토되거나 분석되어야 한다. 이 부분은 학계가 중심이 되어 지속해서 작업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셋째, 여순사건 연구가 여순사건 그 자체에서 벗어나 ‘연구영역의 시공간’을 넓혀야 한다. 여순사건은 해방 후 미군정기와 한국전쟁기 사이에 위치한 단순한 하나의 사건이 아니다. 여순사건은 “일제시기의 사회운동, 사회운동세력과 지역민의 유기적 관계, 해방 후 좌우 세력의 갈등관계, 좌우 세력에 대한 지역민의 인식, 국가권력의 지역적인 침투, 민족문제와 계급문제 등이 결합되고, 응축되어 발현된 사건”으로 볼 것을 임 교수는 주문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여순사건을 볼 때 반공 이데올로기적 편견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여순사건의 전체적 윤곽을 명확하게 파악하게 될 것이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는 2005년부터 2010년까지 5년 동안 활동하였다. 이후 지난 10년 동안 여순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활동이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다. 여순사건에 대한 추모행사나 교육행사 등은 활성화되었으나 정작 여순사건의 핵심인 진상규명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가 진척되지 못했다. 제1기 진화위보다 활동기간이 2년이나 축소된 제2기 진화위가 제1기보다 나은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정호기 교수가 토론에서 강조했던 것처럼, 지역 시민사회는 제2기 진화위가 여순사건과 관련하여 다루어야 할 핵심적인 내용을 제시하고, 여순사건 관련 쟁점이나 과제 등에 대한 입장표명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

여순사건특별법 제정은 현재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7월 말 국회에 제출된 지 석 달이 지났지만 여순사건특별법은 현재 행안위 소위에서 여전히 심의를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행안위와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되려면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과거사법에 근거한 진상조사위원회가 12월부터 활동하기 시작하면 여순사건 특별법 추진이 더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영일 소장이 발표에서 제기한 두 가지 주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특별법 제정 관련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총무가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가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특별법 제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 과거사위원회에 여순사건 소위원회를 두는 차선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현재 갑오농민전쟁, 제주 4.3, 광주 5.18 민주화운동 등 관련 법률이 제정되고 국가 차원에서 기념되고 있다. 여순사건도 이러한 사건들처럼 진상규명이 이루어지고 명예회복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번 학술대회에 제기된 주장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우리 지역 시민사회와 자치단체가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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