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순천대 인문학술원이 주최한 여순사건 72주년 기념학술대회의 ‘여순사건 연구현황과 진상규명의 성과·과제’에서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이영일 이사장이 발표한 내용이다.

편집자 주

이영일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이사장

여·순사건 특별법은 16,18,19,20,21대 국회에서 20년 동안 표류 중이었다. 그러다 최근 21대 국회에서 125명의 과반수의 국회의원이 공동발의를 했지만 몇 가지 되짚어 볼 점이 있다.

먼저 민주당의 당명 과제와 당론에서 광주 5.18, 제주 4.3은 포함되어 있지만 여순은 빠져있다. 또하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의 2기 출범을 불과 2개월 앞두고 있다. 진화위 1기에 여순사건이 조사대상이어서 2기에도 진화위 사업으로 넘겨질 수가 있다.

현재 여순사건특별법은 지난 7월 28일에 상정되어 9월 10일에서야 국회 행안위로 넘겨졌다. 시기적으로 너무 촉박한데 그나마 상정되자마자 국정감사 때문에 한차례 연기되었다. 국정감사가 끝나는 10월 말에나 심의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참으로 아이러니하게 그동안 특별법들은 여·야간 합의가 되어야 제정이 되었다. 올해 5월 진화위법 개정안도 야당 의원 중 몇 사람의 동의가 있어서 겨우 통과되었다. 즉 여·야간 합의를 전제해야 추진할 수 있다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진상규명작업의 첫 번째 쟁점은, 일단은 여순 특별법이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제1기 진화위의 조사 형태와 조사보고서의 형식의 문제다. 세 번째로는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행정안전부의 보수적 입장이다.

특별법이 필요한 이유는 정부가 국가폭력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국가폭력을 고백하는 참회록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6차례 진상조사마다 정부 공식적인 통계가 각각 다르다. 이제라도 제대로된 조사가 필요하다.

 

이영일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소장이 지난 16일 오후 순천대 인문학술원이 진행한 여 순사건 72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여순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쟁점과 전망'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이영일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소장이 지난 16일 오후 순천대 인문학술원이 진행한 여 순사건 72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여순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쟁점과 전망'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통해 정부가 여순사건을 반란이라고 규정하는 부분도 이제 바로 잡아야 한다. 반란이라는 것은 빨갱이라는 것이고, 빨갱이는 죽여도 좋다는 논리로 비약이 되어왔다. 이러한 반공의식 속에서 살아나온 우리 지역사회의 유족들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어 왔다. 그나마 특별법제정으로 국가폭력에 대한 보고서가 정리되어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 및 유가족의 명예가 회복되어야 한다.아울러 신원 회복이 되고 민사상 배·보상 청구가 가능한 것이다. 더 나아가 형사상 재심 청구로 무죄 판결이 날 수 있다. 여전히 범죄인으로 되어있는데 무죄가 된다는 것이다.

또 하나 기록할만한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제주 4.3 역사관처럼 여순도 특별법에 근거해서 기억과 기록의 역사를 후손에게 알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

두 번째 쟁점은 진실화해조사위원회의 결과보고서 형식이다. 결과보고서는 기본적으로 여순사건 5개의 내용에 중심을 두고 있다. 분경 토벌, 형무소 재소자, 부역 혐의, 보도 연맹, 반체제 세력에 의해 학살당한 사건이다.

이러한 내용이 각각 지역별로 보고서가 작성되면서 사건의 총체적 진실규명에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진실화해보고서에 여순사건 명의로 조사보고서를 채택한 것은 5개 밖에 없지만 현재 한국사회에서 이루어진 여순 보고서를 분석해보니 33개 지역을 대상으로 47개 보고서가 있다. 이러한 개별의 연구 성과들을 재구성하고 역사공동체로 다시 뭉쳐져야 한다.

세 번째 쟁점은 특별법제정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의 부정적인 검토 보고서이다. 다른 과거사 사건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행정안전부도 여순사건은 과거사 정립법 상 진상규명의 범위에 포함되는 사건이니 동 법의 입법 취지에 맞게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진상규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추후에 진화위에서 진실규명에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그때 가서 특별법제정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른 과거사 사건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제1기 진화위에서 1222개의 사건 중 여순 사건은 10개 정도였다. 많은 조사관이 있었음에도 집단희생 사건 담당하는 조사관은 50~60명 뿐이었고 그나마 여순사건 조사관은 3~5명 정도였다. 결국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 조사내용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들의 논리대로 이제야말로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 제1기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여순사건은 충분히 소외되어 있었으니 이제는 독자적 특별법이 있어야 한다. 특히 형평성 문제라면 제주4.3과의 연장 선상에서 동일 역사로 바라봐야 한다.

제주 4.3에서 국가폭력을 자행했다고 보고서가 나왔다. 제주에 이어 여순도 반란이나 빨갱이 멍에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서 유족들이 자신감 있게 반란이 아닌 여순항쟁이라고 말해야 한다.

여순사건특별법 제정에 대한 타임라인을 그려볼 때 첫 번째로는 진화위가 출범하기 전인 12월 전후로 통과되어야 한다. 두 번째 마지노선으로 내년 3월 9일인데 그때는 20대 대통령선거 국면이다. 그 시기쯤이면 진화위에 여순사건을 넘기려 할 것이고 여·야는 쟁점있는 법안을 피하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내년으로 넘어가면 법안 통과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특히 진화위에 여순사건이 포함되면 특별법을 제정하려는 명분이나 설득력이 없어진다. 따라서 진화위가 12월 10일에 시행령이 공포되고 업무 개시를 하기 전인 12월 9일까지는 통과되어야 한다. 혹여 본회의 통과가 어려우면 법사위라도 통과해야 한다. 우리는 끝까지 긴장을 놓쳐서는 안된다.

특별법 제정은 무조건 밀고 나가야 한다. 작년 총선 때 전남동부지역국회의원 후보 출마자들이 내세운 5대 공동정책공약에 특별법 제정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이낙연대표는 지지를 부탁하며 이 공약에 대한 보증을 섰다. 이제 정책공약 협약서를 들이밀고 대표까지 되었으니 이행하라고 압박해야 한다.

특별법을 둘러싼 상황이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다. 우리가 국회의원에게 모두 다 맡기고 관망해서는 안된다. 특별법이 통과되도록 다함께 다방면으로 노력해야 한다. 유족들은 80~90세 고령층이다. 일각이 여삼추라, 20년 동안 기다렸다. 그러니 이제 더 이상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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