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전야제까지 진행한 가운데 ‘해고자 복직’ 등 합의

성가롤로병원 노조는 지난 7일 병원 본관 1층 현관 앞에서 총파업 전야제를 진행하 고 있다.
성가롤로병원 노조는 지난 7일 병원 본관 1층 현관 앞에서 총파업 전야제를 진행하 고 있다.

노조 창립 16년만에 처음으로 ‘파업 직전’까지 갔던 성가롤로병원 노사가 해고자 복직 등에 잠정합의해 파업을 피했다.

성가롤로병원 노사는 파업을 앞둔 지난 7일 오후 2시부터 병원 회의실에서 2차 조정회의가 열렸다. 이날 조정회의 결과에 따라 파업이냐, 교섭 타결이냐 갈리게 됐다.이날 조정회의에 노조 쪽에서는 정해선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 전종덕 광주전남본부장, 박윤석 지부장이, 병원 쪽에서는 최옥희(에우프라시아 수녀) 병원장과 행정부원장이 들어갔다. 오후 2시에 시작된 조정회의는 조정 15시간만인 8일 오전 5시에 마무리됐다. 파업 선포 불과 몇 시간 앞두고 극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이날 조정회의에서 노사 현안인 해고자 복직(12월 1일자), 임금 2.0% 인상 등에 합의했다. 또 하나 노조 쪽에서 요구한 간호사 처우 개선, 시간외수당 문제는 ‘근무개선위원회’를 설치해 추후 논의한다는데 합의했다.

지난해부터 성가롤로병원에서는 환자안전사고를 이유로 노조 교섭위원이자 대의원을 정직 3월 중징계한 데 이어 복직 명령 없이 바로 해고해 논란이 계속돼 왔다. 이 논란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내리면서 노조 쪽으로 기울어졌다. 병원 쪽은 중노위 판정에 행정소송까지 제기하며 버텼지만 ‘파업’을 앞두고 해고자 복직에 합의했다.

임금교섭에서는 7월 말 상견례를 시작해 9차례 교섭이 진행됐지만 양쪽이 접점을 찾지 못했고, 교섭 결렬을 선언한 노조에서 지난달 22일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신청을 냈다. 

노조는 다음날부터 3일 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600여 명 전체 조합원 가운데 98.3% 투표율, 93.9%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가결했다.

7일 2차 조정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노조는 오후 6시 병원 본관 1층 현관 앞에서 총파업 전야제를 열었다. 이날 현관 앞에는 3일째 교섭 승리, 해고자 복직 등을 바라는 천막농성이 진행되고 있었고, 근무조 200여 명을 제외한 조합원 300여 명이 세 방향에서 무리를 이루고 전야제에 참가해 노조 집행부에 힘을 실었다.

조합원 뿐만 아니라 노동·시민단체 등 연대단체도 노조에 힘을 실었다. 보건의료노조 광주전남본부 각 병원지부, 민주노총 전남본부 및 순천시지부, 순천평화나비, 진보당 전남도당과 순천시위원회 등에서 응원했다.

현재 노조는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20~22일)를 진행하고 있다. 조합원이 잠정합의안에 찬성하면 이후 노사는 합의안에 관한 조인식을 열 예정이지만, 부결되면 집행부 사퇴와 재 교섭 과정을 거쳐야 한다. 올해 말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성가롤로병원 노조까지 줄줄이 집행부 선거가 예고돼 있어 부결 때는 비대위 구성과 재 교섭 등에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 창립 16년만에 처음으로 ‘파업’이라는 짐을 짊어졌던 박윤석 보건의료노조 광주전남본부 성가롤로병원지부장을 만나보았다.

박윤석 성가롤로병원지부장
박윤석 성가롤로병원지부장

교섭에서 어떤 점이 어려웠나?

교섭 요구안을 병원에 제출했는데 처음부터 병원은 ‘임금은 코로나 상황으로 어렵다. 그 외 현안은 당장 해결하기 어렵다’고 했다. 어쨌든 요구한 모든 부분 ‘수용 불가’ 상태에서 교섭을 시작했다. 9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단 한 가지도 수용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조정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고, 조정회의를 두 차례 진행했는데, 1차 때까지도 똑같은 입장이었다. 그런데 2차 조정회의 과정에 병원측이 해고자 문제, 임금, 제 수당 문제에 안을 제시했다. 병원에서 안을 제시했던 것은 교섭 진행 과정에 투쟁이 병
행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병원 쪽에서 안을 내놓지 않고 조정 결렬됐으면, 다음날 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정돼 있었다. 처음 파업을 결의하는 게 쉽지 않았을텐데

처음에는 ‘파업을 할 수밖에 없겠다’ 하고 교섭하면서 조합원과 계속 소통해왔다. 그리고 파업을 결정하고 준비를 해왔다. 조합원들이 조금이라도 동참하지 않았으면 준비하기 어려웠다. 노동조합 창립하고 처음 파업 준비를 했는데, 집행부도 처음, 조합원들도 처음이었다. 거기에 대한 두려움, 가능할까 반신반의하는 생각이 많았다. 그런데 하루하루 투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움직이더라. 우리가 교섭에서 요구했던 현안 문제, 해고자 복직 포함해서 병원이 여러 가지 단체협약을 지키지 않는 문제, 그리고 시간외근무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문제 등 여러 가지 상황을 조합원들이 공감했기 때문에 함께 할 수 있었다.

해고자 복직 문제가 제일 쟁점이었을 것 같다.

교섭하는 과정에 병원에서도 소송을 제기했지만, 노조에서도 근로자 지위확인 가처분 신청을 냈고, 결과가 10월 말에 나오기로 돼 있었는데, 승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해고자 문제는 뒤로 미뤄놨다. 교섭에 집중하자는데 조합원 동의했다. 병원에서도 올해는 임금 교섭이니까 임금만 가지고 논의하고, 현안 문제는 이 교섭이 마무리되면 후에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막상 임금 교섭을 들어가니까 임금 전부 동결, 제수당도 모두 못 주겠다고 했다. 법 개정 사항을 단체협약에 추가시켰는데, 병원은 ‘그것도 안 되겠다’고 교섭을 진행할 수 없게 했다. 그런데 2차 조정회의에서 병원 쪽이 갑자기 해고자 문제를 들고나왔다. 오전에 병원장 만났을 때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노조 우선 순위는 해고자 복직 문제다. 하지만 해고자 문제와 임금 문제는 별개이기 때문에 연관시키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또 ‘교섭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병원이 방법을 찾아서 제기해 달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조정위원들이 들어와서 이야기하는 가운데 병원 측이 먼저 해고자 문제를 꺼내면서 임금과 제수당 문제를 같이 풀게 됐다. 조합원들이 주요하게 요구했던 쟁점은 간호사 처우 개선, 시간외 근무로 발생하는 수당(제조업과 달리 사람을 상대로 인수인계 하기 때문에 앞뒤로 시간외 근무가 발생한다) 문제다. ‘근무개선위원회’를 만들어 간호사들이 왜 시간외 근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지, 왜 개선해야 하는지, 현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를 현장 당사자들이 논의해서 풀게 하자고 했다. ‘근무개선위원회’ 만드는데 회의가 길어지게 된 부분도 있다. 일단 병원은 노동위원회 판결을 이행하겠다면서 해고자 사과 조건을 달았는데, 조건없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 이행을 요구했고, 병원이 받아줬다. 병원도 큰 결단을 한 거다.

교섭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노조에서는 ‘해고자 복직’을 가장 큰 성과로 볼 수 있다. 해고자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현안인 간호사 처우 문제를 우선적으로 푼다는 게 교섭 방침이었다. 그런데 병원 쪽에서 해고자 문제 포함해서 임금, 제수당 문제까지 같이 풀었다. 어떻게 보면 조금 부족하게, 성급하게 마무리짓지 않았나 생각한다. 코로나19만 아니었으면 파업 들어갔을 거다. 파업을 준비하면서 핵심 요구로 걸었던 게 직원을 존중해달라는 것, 현장에서 직원들이 하는 제안이나 어떤 게 다 무시당하고 인력 부족으로 항상 개선되지 않는 부분, 현안 문제로 요구했던 건데 만족스럽지 못하게 마무리돼서 성과로 하기에는 부족하다.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나?

조합원들에게 이야기하는 게 있는데, 간호사 처우 문제는 ‘근무조건개선위원회’를 통해서 상시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거다. 병원 쪽에서도 약속했고, 그걸 통해서 성과를 내겠다는 걸 조합원들에게 간담회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거기에 수긍도 많이 하지만, 서운한 감정도 많이 표출하고 있다.

임단협 타결 이후 사업장에서 안 지켜지는 경우가 많다.

상시적으로 계속 발생하는 건 투쟁으로 풀어야 한다. 병원에서 이행하지 않으면 끝이지만, 그걸 해마다 또는 매분기 노사협의회에서 반복해서 제기하면 한꺼번에 확 바뀌진 않지만 점차 바뀌어가는 게 있다. 계속 문제제기하고 개선하도록 요구하고 그게 이번에 새로 회의체(근무조건개선위원회)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걸 통해서 바꿔보겠다 하는 게 앞으로 노동조합의 방향성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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