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청] 8.26일 순천 확진자 2명 추가 발생(38~39번), 역학조사 후 상세동선 공개 예정입니다.  오후4:06

 

어제와 오늘 하루 사이에 이런 식의 문자 메시지를 90개 가까이 받았다. 발신 주체도 다양하다. 중대본, 전남도청, 순천시청까지는 이해하겠는데, 이웃 지자체인 광양시청, 여수시청, 보성군청, 구례군청에서도 순천 확진자들의 자기 지역 동선을 수시로 알려온다. 공포스럽다. 더욱이나 8호 태풍 '바비'의 영향으로 폭우가 내려서 봉화산 산책도 틀렸다. 꼼짝없이 갇혔다. 우울하다. 담배도 지하주차장에서 남의 눈치 봐가며 피워야 한다. 신세 처량하다. 엘리베이터 안에 비치된 손 소독제를 손바닥에 비비고 집에 들어와서는 비눗물로 씻어낸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매일같이 다니는 태극권 도장 신발장에는 실내화가 25켤레가 있는데 엊그제부터는 사용자가 나 혼자뿐이다. 다른 도반들은 모두 자가격리 중이라는 관장님의 설명이다. 나만 무지한 놈일까?

자연이 우리에게 내리는 재앙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가 고민이다. 코로나19는 다음 3가지 중 하나일 것이다. 첫째, 하늘이 인류에게 주는 마지막 심판에 따르는 벌(罰)이다. 이것으로 인해 인류는 지구상에서 서서히 아니면 급작스럽게 소멸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돌이킬 수 없다. 약 1억 수천만 년 전 중생대 쥐라기와 백악기에 번성했던 공룡의 멸종이 그 예(例)다.

둘째, 하늘이 인류에게 주는 일상적 고난이다. 홍수, 가뭄, 지진, 화산폭발, 역병과 같은 것으로 불편을 주기는 하지만 파멸에 이르게까지는 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에 체험했던 3년 가뭄과 석 달 장마도 우리 부모 세대들은 이겨냈다. 그런데 왜 심각하게 여기는가.

셋째, 하늘이 인류에게 주는 경고이다. 지금까지의 생활방식을 수정하지 않으면 더 큰 재앙이 올 것이다. '가장 늦었다고 생각하는 때가 가장 빠를 때다'라는 하늘의 가르침으로 인류를 구원하고자 하는 것이다. 작년에 시작한 코로나 사태 이후, 공장들이 더이상 오염물질을 내뿜지 않게 되어 중국과 인도의 하늘이 깨끗해지고 공기의 질이 달라졌으며, 물을 오염시킨 곤돌라가 멈추는 것만으로 베니스의 물이 깨끗해지고 돌고래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 않는가. 아직 희망은 있다.

위 3가지의 입장은 각각 비관주의, 낙관주의 그리고 실용주의의 대립이라고 할 수 있겠다. 굳이 편을 가르자면 나는 낙관주의 쪽이다. 그래야 속이 편하고 위안이 될 것 같아서이다.

이 글을 끄적이고 있는 동안에 '순천에 41~46번 확진자 발생'이라는 문자가 뜬다. 홀로 사시는 장모님은 내게 전화를 걸어 "어이, 김 서방! 연향동에 살기가 무서워졌네. 밥은 꼭 집에서 먹소, 잉!"

내일은 태극권 도장에 나갈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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