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는 우리 땅’이란 노래에 동경 132라는 가사말이 있다. 하지만 국제시간 기준선으로 보면 우리나라 기준시는 됴쿄시(時)135도다. 

지난해 순천에서 ‘경도 주권 찾기 시민운동본부’가 만들어졌다. 운동본부는 도쿄 135도가 아닌 경도 127.5도 선에 위치한 순천만 국가정원을 기준으로, 우리 표준시를 ‘순천시(時)’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순천만 국가정원 내 철쭉정원 앞에 세워진 경도주권찾기 탑. ⓒ순천광장신문
순천만 국가정원 내 철쭉정원 앞에 세워진 경도주권찾기 탑. ⓒ순천광장신문

발상이 타당하고 참신하다는 공감도 있었고, 아베정권에 대한 반일 감정이 고조되던 사회적인 분위기에 힘을 얻어 기념탑을 세우자며 모금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지난 8월15일 광복절을 맞아 국가정원내에 기념탑을 설치하자 의회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시의회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영란 시의원은 11일 제245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순천만국가정원에 민간단체가 추진하는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은 국가정원 본래의 취지에 맞지 않을뿐더러, 인공 조형물 남발로 정원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어 “탑 설치 과정에서 의회와 일체의 논의 없이 추진된 데 대해 시민의 대표 기관인 의회에서 공개된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경도주권찾기운동’은 현 시장의 후보시절 공약사업이었던 만큼, 이를 기념하는 조형물을 민간단체의 이름으로 국가정원에 설치하는 문제는 정치적인 의도로 비춰질 수 있다”며 비판했다.

순천시에는 ‘공공조형물 건립 및 관리에 대한 조례’가 제정되어 있다. 이 조례에 따르면 민간 단체가 만든 조형물이라도 조례에 정한 위원회에서 공공성 등 조건을 갖추면 공공조형물로 등록해서 순천시가 지속적인 관리하도록 되어있다. 순천시는 필요한 절차를 지켜야 하며 지금이라도 조형물 존속 여부를 시민들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한편 5분 발언을 접하면서 지난해부터 경도주권찾기운동본부라는 밴드나 페이스 북 등 SNS 활동과 모금운동이 활발했는데 이제와서 본회의 장에서 정면 직격탄을 날리는 이유가 궁금하다.

발언의 배경을 두고 순천시의회 의장단이 나서서 작정하고 시장의 정치적인 행보를 비판했다기보다는 오히려 지역구 국회의원의 의중에 대한 궁금증이 설왕설래 분분하다.

공천권을 행사 할 현직 국회의원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시의원은 없을 것이다.  더욱이 현직 국회의원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시장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울 수 있을까 하고 역으로 생각해보면 발언의 배경을 둘러싼 논란들이 나름 일리가 있어 보인다.

최근 소병철 국회의원이 집행부와 시의회를 향한 지나친 간섭으로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국회의원으로서 국비 예산확보 사업을 시의회와 기초단체가 지원방안을 모색하라는 공문을 일방적으로 보내서 집행부와 시의원 길들이기 아니냐 라는 현장의 비난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또 현 집행부의 방역체계를 공공연히 비판하면서, 순천시의회내 코로나 19 상황실을 준비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선출직 정치인이라면 집권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바닥 민심도 다시 추스르고 표심도 되짚어 볼 때가 왔다. 이들에게 정치적인 의도를 담지 않은 동선이나 행보가 있겠는가? 정치적 의도라는 지적이 오히려 정치적인 의도를 넘치게 담은 발언으로 여겨지고, 상왕정치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은 과도한 추측에 불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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