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기와 오늘의 만남’ 기획의도

정현주 (순천시립 뿌리깊은나무박물관 학예사)
정현주 (순천시립 뿌리깊은나무박물관 학예사)

21세기. 빠른 속도와 기술의 편리함에 모두 감탄하면서도 어느 순간 현기증이 나는 그야말로 초고속의 시대이다. 속도에 대한 적응은 빠름이라는 중독을 낳고 결국 여유를 앗아간다. 삶은 여러 겹으로 이루어지고 그사이엔 시간이 존재함에도 오직 현재에만 매몰되어 가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 지난 시간 위에 서 있고 이 시대에 누리는 많은 것들의 시작이 과거에 닿아 있기에 가끔은 속도를 늦추어 뒤도 돌아볼 일이다.

1970~80년대의 산업화 속에서 빠르게 사라져가는 한국 민속 문화를 지키고 복원하려 애쓴 이가 있다. 바로 한창기이다. 잡지발행인, 토박이문화의 지킴이, 재야국어학자, 가장 한국적이면서 가장 세계적인 지성인.

한창기선생은 바로 우리 지역(벌교) 출신으로 순천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그가 한국 문화사에 남긴 영향은 표현할 수 있는 그 이상으로 깊고 광범위하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가로쓰기, 순 한글 잡지부터 깔끔한 백자형 식기, 그리고 어디서나 쉽게 마실 수 있는 녹차에 이르기까지 알게 모르게 우리의 삶에 스며들어있다. 무엇보다도 그가 창간한 월간지 <뿌리깊은나무>,<샘이깊은물>은 한국 잡지의 역사뿐만 아니라 한글학계, 디자인, 광고 분야에서도 연구하는 고전이 되었다.

순천시립 뿌리깊은나무박물관은 한창기선생이 평생 모으신 유물을 전시하고 있으며 그의 삶을 간직하고 있기에 그를 기억하는 많은 이들과 연구자들이 찾고 있다. 그러나 정작 아쉽게도 지역민들께는 널리 알려지지 않아 ‘한창기와 오늘의 만남’전을 통해 그가 소중한 우리 지역의 선인임을 알리고자하는 바람이다.

이번 기획전은 30~40년전과 오늘의 기사를 비교 전시하고 홀로그램 및 젊은 지역출신 작가들의 도예작품과의 복합전시로 구성하였다. 한창기선생의 시대와 오늘의 기사 및 미디어 영상기술은 과거와 오늘의 만남이자 소통이다.

어떤 이에게는 까마득한 옛날로 느껴질 수도 있는 수십 년 전 기사들이 과거와 현재의 가교가 되고 추억 속 시간여행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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