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논란됐던 한중일 3국 장수 동상 설치에 문제를 제기했던 문수현 순천대 여순연구소 연구원을 만나 관련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중일 평화공원 조성사업 가운데 옛 충무초등학교 자리에 설치하려던 정유재란 당시 한중일 3국 장수 동상은 반대 여론에 밀려 결국 철회됐다. 조선을 재침해 순천부에 왜성을 쌓고 조명 연합군과 바다와 육지에서 대치했던 왜장 고니시 유키나가 동상을 설치하려다 좌초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조선에서 권율 장군과 이순신 장군, 명군에서 진린 제독과 등자룡 장군 동상 설치도 없던 일이 됐다. 다만 당시 희생된 순천부 백성과 병사 군상만 설치키로 했고, 광장은 시민들이 지원한 판석이 깔린다.

이같은 결과를 두고도 논란이 계속된다. 최근 문제를 제기했던 문수현 씨를 만나서 관련 문제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결과만 놓고 보면 늦었지만 잘 된 일이다”라면서도 “주민들과 시민 의견 수렴을 제대로 안했다”고 지적했다. 설문조사 문제와 계획 철회 보도자료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 반대하는 여론이 압도적이다는 것을 알면서도 설문조사를 할 필요가 있냐?”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꼼수였다. 반대 여론이 우세하면 그 결과를 핑계로 철회하고, 찬성이 우세하면 밀어붙이려는 의도였다”고 강조했다.

순천시가 내놓은 동상 설치 계획 취소 보도자료 문제도 지적했다. 보도자료에 나온 ‘국민 정서 감안’, ‘오해’라는 문구는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연구원은 “‘국민 정서’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국민이 이성적이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한다는 뜻이고, 이성과 논리, 근거를 가지고 반대했는데, 우리 시민과 국민을 무시하는 말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오해’라는 말은 틀렸다. 무엇을 오해한다는 건지, 이 또한 시민들을 무시하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한때 울산에서도 왜성에 왜장 동상을 설치하려다 반대 여론에 밀려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2017년 울산 중구는 왜성 흔적이 남은 학성공원에다 임진왜란 당시 고시니 유키나가와 함께 왜군 선봉장을 맡았던 카토 키요마사(加藤清正) 동상을 세우려 계획했다가 철회했다. 조선의 권율 장군, 명의 양호 장군과 함께 설치하려던 계획이었다.

하지만 순천시는 이미 다른 지역에서 문제가 됐던 것을 반면교사로 삼지 못하고 타산지석으로 삼아 논란을 부추긴 셈이다. 문 연구원은 “다른 지역에서도 철회했던 것을 살피지 못한 순천시와 시장, 공무원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니시 유키나가 동상 설치 문제를 벗어나 ‘평화공원 조성’ 필요성에 공감하며 사안에 따라 바뀌는 명칭(정유재란 사적지 → 한중일 평화공원 → 한중일 평화정원)이 아닌 ‘동북아 역사공원’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왜성에 대표적인 조형물을 설치하려면, 중국 종군화가가 그린 ‘정왜기공도(征倭紀功圖, 왜를 정벌한 공을 기념한 그림)’를 부조로 설치할 것을 권했다. 정왜기공도에는 당시 왜성 모습, 왜성을 둘러싸고 조명 연합군이 공격하는 모습, 왜성 안 백성들 모습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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