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재란 특급 전범 소서행장 동상을 순천에 세운다고?

역사에 죄짓는 무도한 짓을 멈추라

순천시(시장 허석)가 해룡면 신성리 순천왜성과 구 충무초 일원에 ‘한중일 평화공원’(평화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약 350억원을 들여 평화광장, 상징탑, 역사기념관, 교육관, 체험장 및 탐방로 등을 만들기로 하고, 시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신성리 왜성 일대에 조성될 한중일 평화공원에는 정유재란 당시 3국 장수 동상을 세울 계획이다. 조선에서는 이순신, 권율 장군, 왜에서는 고니시 유키나가, 명에서는 진린, 등자룡 등 5명이다. (사진=2020 동아시아 문화도시 순천 홈페이지)
신성리 왜성 일대에 조성될 한중일 평화공원에는 정유재란 당시 3국 장수 동상을 세울 계획이다. 조선에서는 이순신, 권율 장군, 왜에서는 고니시 유키나가, 명에서는 진린, 등자룡 등 5명이다. (사진=2020 동아시아 문화도시 순천 홈페이지)

신성리에는 왜교성(순천왜성)이 있고, 그곳은 정유재란의 마지막 최대 격전인 왜교성전투가 벌어진 역사적인 현장이다. 그러므로 그곳은 ‘평화공원’이 자리할 충분한 명분을 지닌 장소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신성리 평화공원 조성을 찬성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평화공원이 잘 모르고 지나친 우리나라, 지역의 역사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그런데 문제는 올해 11월까지 (옛 충무초등학교 자리에) 한중일 3국 장군의 동상(銅像)과 무명 민초, 병사 군상(群像)을 제작-설치한다는 계획이다. 거기에, 임진왜란-정유재란의 침략 주역 중 한 명인 소서행장(小西行長, 고니시 유키나가)의 동상을 세운다고 한다. 소서행장은 우리나라를 분탕질한 1급, 아니 ‘특급’ 전범이다. 무자비한 약탈, 방화, 살육 행위를 서슴지 않았으며, 조선인이라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코와 귀를 베어 소금에 절인 후, 통에 담아 자기 나라로 보내는 만행을 저지른 자이다. 그 실상은 일본측 종군 의승(醫僧)이었던 경념(慶念)의 『조선일일기(朝鮮日日記)』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본 쿄토시 동산구에 있는 이총(耳塚)이 지금도 그것을 생생히 증거하고 있기도 하다.

소서행장은 1597년(정유년) 9월 1일 전략적 요충지인 순천 왜교에 도착하였다. 그는 왜군을 적대시하는 인물을 색출하여 처단하였고, 관인들의 가택에 방화하는 것을 권장하였으며, 그들의 은신처를 신고하게 하였다. 소서행장은 왜교성을 쌓기 위해 순천지역민을 선발한 뒤, 그들을 순천과 사방 각처에 파견하여 부역자를 징발하였다. 또 승군이나 축성 노역에 종사하는 인력을 동원하여 9월 초에 성을 쌓기 시작하여 불과 3개월 만에 왜교성 축성을 완료하였다. 짧은 기간에 성을 쌓느라 순천 지역민뿐 아니라 전라도 백성들이 얼마나 혹심한 고통을 겪었을지 불을 보듯 뻔하다.

침략군들은 왜교성에 주둔하면서 순천지역 주민들에게 막심한 횡포를 자행하였다. 이를 견디다 못한 박이량, 소희익, 김운성 등은 의병을 일으켜 적병을 참살하고 적에게 붙잡힌 아군 포로를 구출하였다. 남자뿐 아니라 부녀자도 강력한 저항의 면모를 보여 주었다. 어느 날 왜교성에서 나온 왜적 한 명이 강씨여인 집에 찾아와 세금을 내라고 협박하였다. 강씨여인은 왜놈이 남의 나라에 쳐들어와 협박하면서 세금을 내라는 말에 분기가 일어, 이내 그를 죽일 결심을 하고, 술을 권하여 먹인 뒤 식사를 준비하겠다면서 부엌에 들어가 식칼을 갈아두었다. 왜적이 술에 취해 떨어지자 칼로 그를 찔러 죽였다(조현범, 『강남악부』). 이는 현지 주민들에게 왜군의 억압과 횡포가 얼마나 심했는지 반증하는 사례이다.

 

순천시 신성리 왜성 (사진=한국관광공사)
순천시 신성리 왜성 (사진=한국관광공사)

우리나라와 이곳 지역민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준 원흉이 소서행장이다. 그런 자의 동상을 순천 신성리, 그것도 이순신 장군의 혼이 깃든 충무사 부근에 세우려 한다니, 이는 역사에 죄를 짓는 무도(無道)한 짓이다. 동상이란 자기 공동체에 큰 공을 세운 사람을 기리기 위해 세우는 것인데, 자기 공동체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사람을 동상으로 만들어 세우려 한다니, 제정신인지 묻고 싶다. 전라도 말로 “얼척이 없어서 말이 안 나온다.” 도대체 누가 그런 발상을 했는지 모르지만, 그는 임란과 정유재란에 대해 무지하거나 역사의식이 결여된 사람일 것이다.

혹 중국-일본 관광객을 유치하여 돈푼이나 벌어보자는 속셈으로 평화공원을 추진하지는 않는지 의심스럽다. 하기는, 정유재란 때 왜교성에 주둔하고 있는 소서행장에게 자신의 딸을 시집보냈다가, 후환이 두렵자 이제는 남원에 있던 명나라 장수 오도사(吳都司)에게 왜물(倭物)을 바리로 싣고 가 수레째 바치며 아첨한 순천의 사족(士族) 박사유(朴思裕) 같은 사람도 있었다. 화순 동복 김우추(金遇秋) 같은 선비는 자기 고을에 주둔하는 왜장에게 “누구나 섬기면 임금이니, (귀국(貴國))의 1호(戶)로 편입되어 성인(聖人)의 백성이 되기 바란다.”는 후안무치한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때 친일파 이야기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내가 너무 현실을 모르는 사람인가?

우리에게 필설로 다 할 수 없는 피해와 고통을 준 침략군 장수 소서행장의 동상을 순천에 건립하려는 계획은 남들이 알까 두려운 일이다. 지구상에 침략군 장수 동상을 세워 기념하는 얼빠진 지자체나 나라가 있는가? 이순신 장군이 지하에서 통곡하실 일이고, 우리가 이순신 장군께 고문을 가하는 일이 될 것이다. 만약 소서행장의 동상을 세운다면 해룡면-신성리 주민, 순천시-전라도민, 대한민국 국민이 결코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소서행장 동상 세우는 걸 주도하거나 동조한 사람이 있다면 그의 오명(汚名)은 만 년 동안 후세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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