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은 2004년 신춘문예에 소설로 등단하였다. 현 순천대학교 여순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순천대학교에서 현대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평화고물상」은 1970년대 순천의 공마당을 배경으로 여순사건 피해자인 어른들의 아픔을 지켜보면서 반공교육을 받는 11살 소녀의 성장담을 다룬다.

 

삽화 김민주 (순천대학교 사진예술학과)
삽화 김민주 (순천대학교 사진예술학과)

시골학교에서는 매일 아침 애국조회를 했다. 국민의례를 마치면 우리는 박정희 대통령 노래를 불렀다. 일하시는 대통령 이 나라의 지도자 삼일정신 받들어 사랑하는 겨레위해 오일육 이룩하니 육대주에 빛나고 칠십 년대 번영은 팔도강산 뻗쳤네 구국의 새 역사는 시월유신 정신으로.

반란군이 그 괴뢰군과 같은 것일까. 엄마의 말투로 보아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냥 내뱉는 것 같지는 않다. 문득 참샘 가는 길, 미로와 같은 좁은 골목 으슥한 길에서 어느 집 시멘트 담장에 페인트로 쓴 반공방첩이라는 글자들을 검정 페인트로 덧칠하던 미친 청년이 불쑥 떠오른다. 마을 사람들이 미친놈이라고 부르는 청년이다. 그는 공부를 너무 많이 해서 미쳐버렸다고 했다.

뒤이어 떠오른 얼굴은 별순이 오빠다. 별순이 오빠는 기술중학교에 다닌다. 또래에 비해 나이가 너댓 살이나 많다. 별순이에 의하면 오빠는 머리가 좋은데 아버지가 무슨 잘못을 한 것인지 그 아버지 때문에 입학을 시켜주지 않아 국민학교도 못 다녔다. 기술중학교는 죽도봉 가는 으슥한 길에 있다. 엄마는 죽도봉 이야기가 나오면 또 기겁을 한다.

나는 가끔씩 그렇게 엄마에게서 톤이 높아진 채로 ‘반란군’이라는 말을 듣는다. 나는 그것이 또 예비군 국군 월남군과 같은 군인들 중 하나일 거라고 짐작한다. 아버지는 6‧25 참전 용사이고 예비군 중대장이다. 또 별순이 집에 사는 김 씨 아저씨는 월남참전군인이다. 반란군이 무엇이길래 엄마가 저렇게 목소리를 바꾸는지 알 수 없지만 나는 그저 괴뢰군이거나 군인의 다른 이름일 거라고 생각하고 만다.

나는 조바심이 났다. 별순이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엄마가 앞이마의 잔머리 두어 올까지 정리하기를 마치는 순간 나는 서둘러 집에서 나왔다.

정미경 소설가. 2004년 광주매일 신춘문예 소설 당선. 현 순천대학교 강사, 여순연구소 연구원
정미경 소설가. 2004년 광주매일 신춘문예 소설 당선. 현 순천대학교 강사, 여순연구소 연구원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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