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가격 인상 없인 단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장용창 행정학 박사, (사)숙의민주주의 환경연구소장
장용창 행정학 박사, (사)숙의민주주의 환경연구소장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기후변화에 대한 글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고 참 반가웠습니다. 광장신문 독자님들은, 뭐랄까 제가 어떤 말을 해도 이해해 주실 것 같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동지 의식 같은 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다른 곳에선 꺼내기가 힘든 말씀을 여기서는 시원하게 해보려고 합니다.

에너지 가격 인상 없인 기후변화 대응에서 단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습니다. 기후변화는 왜 일어납니까? 인간들이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를 자꾸 배출하기 때문입니다. 온실가스는 언제 나옵니까? 우리가 차를 운행하고, 난방을 하고, 공장을 돌리고, 전기를 사용할 때마다 나옵니다. 그러니, 기후변화를 막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겁니다.

그럼 온실가스 배출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요? 길거리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자고 캠페인을 하면 사람들이 자동차를 덜 탈까요? 신문에다 자꾸 글을 써서 사람들을 ‘계몽’이라도 하면 사람들이 에어컨을 덜 틀까요? 이런 식의 계몽주의로는 운동에 성공할 수 없다는 게 벌써 오래전에 증명되지 않았나요?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 문제는 공유지 비극의 원리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 벌써 1968년에 가렛 하딘의 논문으로 증명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자기 이익만 지키려고 하다 보면 공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공유지 비극의 원리입니다. 자동차를 타는 것이 기후변화를 일으킨다는 걸 우리 모두가 알면서도, 우리 모두는 자동차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잖습니까? 개인들의 양심에 근거한 개인적 실천을 호소하는 환경 캠페인이나 환경 교육 따위로는 절대로, 절대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환경문제입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기후변화와 같은 공유지 비극을 극복할 방법이 이미 나와 있습니다. 1990년에 <공유지의 비극을 넘어서>라는 책을 쓴 덕분에 엘리너 오스트롬이라는 정치학자는 여성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답은 간단합니다. 우리 사회의 약속을 바꾸는 겁니다. 개인적인 실천이 아니라, 약속을 통해 집단적인 실천을 하는 사회는 공유지 비극을 극복하고 오랫동안 지속가능한 경제를 누려왔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기후변화 문제도 마찬가지로 극복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약속을 바꾸면 됩니다. 에너지를 덜 쓰자고, 온실가스 배출을 덜 쓰자고 약속을 하면 됩니다. 그래야 모든 사람이 다 같이 실천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의 약속은 뭘까요?

바로 법입니다. 법은 멀리 있는 게 아닙니다. 특별한 사람들이 만드는 게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대한민국의 주인입니다. 대한민국의 법은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드는 우리들의 약속입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온실가스를 덜 배출해야 하고, 에너지를 덜 써야 한다면, 그걸 법으로 만들면 됩니다. 사실 이미 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휘발유의 소비자 가격이 약 2천 원인데요, 여기엔 법률상 부과되는 각종 환경부담금 등이 약 1천 원 정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미 법에 있는 이 환경부담금 등을 더 높여서 석탄과 석유 등의 가격을 높이면 됩니다. 그러면 이런 에너지들의 소비가 줄어들 것이고, 그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 것이고, 그러면 기후변화 문제가 덜 심각해질 것입니다.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에너지 가격이 높아지면 서민들 생활이 어려워진다면서 반대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예. 서민들 생활이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에너지 가격을 높이지 못하면, 기후변화 문제는 영영 해결할 수 없습니다. 즉, 지금까지 우리가 누리던 그 편리, 그 물질적 풍요를 앞으로도 계속 누리겠다고 고집하면, 우리는 결국 기후변화로 멸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걸 원하시나요?

그것보다는 에너지 가격을 높여서 기후변화를 막고, 서민이나 중소기업들은 기본소득 등으로 지원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이걸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기후변화는 우리가 지금까지 누려온 풍요로운 생활 때문에 발생합니다. 우리가 1970년대, 80년대에 어떻게 살았는지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그때에 비하면 우리의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열 배도 넘습니다. 이 엄청난 전기 소비, 이 엄청난 자가용들, 이런 것들 때문에 기후변화가 발생하는 겁니다.

더욱이 이런 풍요로운 생활은 어차피 계속 유지할 수도 없습니다. 석유가 고갈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석유 매장량 약 2.4조 배럴 중 반을 이미 썼습니다. 값싼 석유에 바탕을 둔 경제는 수십 년 이내로 몰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석유를 안 쓰는 경제 체제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면에서 기후변화는 석유 없는 세상을 준비하라는 고마운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이 신호를 잘 받아서 준비하는 국가는 결국 살아남을 것이고, 이 신호를 무시하고 예전처럼 흥청망청 에너지를 쓰겠다고 고집하는 국가는 멸망할 것입니다. 우리는 어느 선택을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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