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상준
소설가 한상준

상호가 카톡으로 보낸 글을 읽었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의 영국 파이낸셜타임즈 기고문의 한글 번역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의 경제와 정치 그리고 문화 지형이 완전히 바뀔 거’라는 논지로, 부활하는 빅브라더의 망령을 우려했다. 확산방지 방역대책으로 벌어지는 인권침해 논란은 베이징 출신 외국인인 마류류의 두려움을 촉발했다.

 

‘너의유비쿼터스는쉴틈없네.지금도내가어디에서무얼하는지들여다보고있잖아.’

상호는 청화대 1년 단기 어학연수생이었고, 마류류는 아시아인류문화사 전공이지만 한국어 강습생이었다. 서로 한눈에 반했다고 해야 옳다. 마류류는 상호가 귀국하고 2년 뒤 졸업과 동시에 한국에 와 대구 중국문화원에서 한어수평고시(HSK) 대비 중국어학당 강사로 재직하고 있다. 상호는 코로나19 진정 국면에 들어선 지금까지 마류류가 대구에서 탈출(?)하길 강권했다.

‘우한봉쇄와대구개방을체제적문제로보는견해는일면옳지만너의부정적시각은나무만보고숲은보지못하는한계를드러낸인식이라고봐.’

대구를 봉쇄하지 않고 개방하면서 확산을 막고 코로나19를 대처해온 한국정부의 민주정체성이 우한 봉쇄에 의한 사회주의적 확산 방지책보다 더 우월한 체제의 발현이라 보지 않는 마류류의 견해에 상호는 동의하지 않았다.

‘현재코로나19확진자발생제로에가까운중국의진정국면과자본주의국가들,특히유럽의바이러스창궐에따른자국민스탠드스틸,급기야하나의유럽이라고연대를부르짖던유럽이너나없이국경을봉쇄한건유럽연대체제불인정이지않아?’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거나 마스크 쓰지 않는 일상을 유럽인들의 유형적 성정으로 보는 건 그네들의 자유주의적 사고이고 처신이겠으나, 이탈리아나 스페인의 자국민들이 치루는 혹독한 병마는 국가의 책무를 저버린 게 아닌가? 공화주의를 주창해온 유럽의 정체성이 무형의 바이러스로부터 속수무책인 모습에 대해 상호는 견해 표명을 하지 않았다.

‘확진환자이동경로추적과실시간공개는한국정부의인권현주소아닐까?’

상호는 실시간 마류류의 위치를 확인했다. 안전을 위한 도모이자 애정 표출이라 했다. 그야말로 밀착형이다. 31번 확진 환자 이동 경로가 숙소 인근이라며 염려하던 상호 마음을 마류류는 이해했다. 하지만, 환자가 10여일 동안 다닌 이동 경로를 추적해 접촉자를 파악, 검사, 격리시켰다는 보도는 아무려나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 어느 확진환자의 동선 중 밝히지 않았어야 할 장소까지 널리 알린 건 모욕이었다.

톈안먼시위를 추념하는 주기에 맞춰 학내에서 공안의 눈빛 번득이는 광경을 목도하며 대학 시절을 보낸 마류류로선 유비쿼터스와 알고리즘 통한 사생활과 사유의 범위까지 들여다보려는 게 섬뜩했다. 군부독재를 오랫동안 겪은 한국민은 극히 일부에서만 인권침해를 거론했다. 마류류는 그게 의아스러웠다.

‘위치추적앱없애지않으면핸드폰잠수탈거야.나의사생활이사랑표출이라는감언으로노출되는걸더이상용납하지않을거야.앱삭제해.너는사랑이라는권력바이러스에걸려있어.’

‘마류류, 사랑해. 사랑은 모두 받아주는 거야, 그냥.’

상호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댓글 달지 않았다. 핸드폰 끄고 지낼까? 사랑과 존심 사이, 고뇌의 시간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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