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노동자 대비 임금․복지․노동조건 등 차별․착취 해소 요구

전국화학섬유산업연맹 광주전남지역본부는 지난 10일 오전 여수시청 앞에서 민주노총 전남지역본부, LG화학 사내하청지회, 진보당 전남도당 등 노동·연대 단체와 함께 LG화학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승리할 때까지 함께 할 것을 선포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전국화학섬유산업연맹 광주전남지역본부는 지난 10일 오전 여수시청 앞에서 민주노총 전남지역본부, LG화학 사내하청지회, 진보당 전남도당 등 노동·연대 단체와 함께 LG화학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승리할 때까지 함께 할 것을 선포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여수국가산업단지(아래 여수산단) 대기업인 LG화학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차별과 착취에 맞선 투쟁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전남 동부권에 세워진 지 50년이 된 여수산단은 빼어난 자연환경 속에서 농어업으로 터전을 일구며 살아오던 농어민을 반강제로 몰아내고 대기업에 특혜를 주며 세워졌다. 이후 여수산단은 노동자들과 지역민들이 숱한 산업재해와 환경오염 피해와 희생을 거름 삼아 매출액 100조 원대 한국 최대 국가 산단으로 우뚝 섰다.

여수산단에 입주한 업체 가운데 최대 재벌 기업이 바로 LG화학이다. 하지만 LG화학은 대기업에 걸맞지 않은 오명을 뒤집어쓴 바 있다. 지난해 4월 17일 오염물질 배출 부담금을 내지 않기 위해 독성물질인 염화비닐(vinyl chloride) 등 149건에 이르는 대기오염물질 배출 조작으로 환경부에 적발됐고, LG화학은 대표이사 명의로 공개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파문이 일었다.

이 사건으로 LG화학에서 오염물질 배출 측정을 맡았던 한 협력업체는 담당 부서 자체가 통째로 없어졌고, 이 업체 노동자들은 연쇄적으로 다른 지역 전출, 근무 형태 변경 등 후폭풍을 맞았다. LG화학 협력업체 10여 곳이 모두 3조3교대로 돌아가는데 이 업체만 4조3교대 근무로 바뀌면서 다른 협력업체 노동자들보다 임금수준이 크게 낮아져 생계에 타격을 입었다. 또한 이 업체 노동자들은 오염물질 배출 조작으로 독성물질 등에 장기간 노출돼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받기도 했지만 일회성 검진 외에 별다른 후속 조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를 계기로 노동조합 설립 필요성이 제기됐고 다른 협력업체 노동자들과 함께 준비해서 그해 10월 22일 노조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8곳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LG화학 사내하청지회(지회장 서이철, 아래 사내하청노조)를 설립,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 가입했다.

 

LG화학은 사내하청노조에서 단체행동(부분파업 등 포함)에 들어갈 때를 대비해 이미 대체 인력 투입까지 미리 준비했다. 사내하청노조 업무에 외부업체 직원들이 원청 직원 인솔 아래 포장, 출하 작업 교육을 받고 있었다. (제공=LG화학 사내하청지회)
LG화학은 사내하청노조에서 단체행동(부분파업 등 포함)에 들어갈 때를 대비해 이미 대체 인력 투입까지 미리 준비했다. 사내하청노조 업무에 외부업체 직원들이 원청 직원 인솔 아래 포장, 출하 작업 교육을 받고 있었다. (제공=LG화학 사내하청지회)

노조를 설립하는 과정에도 원․하청 사측 방해가 뒤따랐다. 원청사는 노조를 설립하면 도급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았고, 하청에서는 사측 주도로 노조를 설립했다. 이렇게 해서 하청업체 4곳에는 다른 교섭노조가, 나머지 6곳에는 사내하청노조가 교섭노조 지위를 차지했다.

LG화학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노조를 설립한 이유를 ‘차별’과 ‘착취’로 꼽았고, 이 차별과 착취는 최근 사내하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투쟁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사내하청노조는 노조 설립 뒤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통해 차별 등 시정을 요구해 왔지만 30여 차례가 넘는 공동교섭, 개별교섭, 실무교섭을 통해서도 접점을 찾지 못하자 지난달 27일 쟁의행위 돌입을 선포했다.

이미 6월 말부터 전남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 조정 절차를 거치면서 사내하청노조는 지난달 1일 찬성률 93.6%로 쟁의행위를 가결했으며, 9일 지노위 조정 중지 결정에 따라 자연스레 쟁의권을 따냈다.

 

전국화학섬유산업연맹 광주전남지역본부는 지난 10일 오전 여수시청 앞에서 민주노총 전남지역본부, LG화학 사내하청지회, 진보당 전남도당 등 노동·연대 단체와 함께 LG화학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승리할 때까지 함께 할 것을 선포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전국화학섬유산업연맹 광주전남지역본부는 지난 10일 오전 여수시청 앞에서 민주노총 전남지역본부, LG화학 사내하청지회, 진보당 전남도당 등 노동·연대 단체와 함께 LG화학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승리할 때까지 함께 할 것을 선포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사내하청노조에 따르면, 원청 노동자와 비교해서 ▲임금 30~40% ▲상여금 1/4 ▲복지 혜택 전무 ▲성과금 미지급 등을 차별과 착취 근거로 제시하면서 생계를 위해 매달 100~150시간 초과근무를 해야 부족한 급여를 채울 수 있었다.

LG화학 협력업체들은 2017년부터 상여금 없애면서 기본급 체계에 편입해 최저임금(시급) 인상 효과를 무력화시켰다. 2018년 16.4%, 2019년 10.9% 인상률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바랐던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휴일 특근, 평일 잔업에 매달려야 2017년 이전 임금 수준을 맞출 정도로 생계가 어려워졌다.

반면 그사이 LG화학은 2017년 2조9천억 원, 2018년 4조 원, 2019년 1조5천억 원이라는 막대한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심각한 경제 타격을 입은 올해 상반기에만 7천억 원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이런 성장과 성과를 함께 책임졌던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는 성과금 한 푼 돌리지 않았다.

LG화학 협력업체는 주로 포장, 출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당초 3~4개 업체가 담당하던 업무를 원청 임원들이 퇴직하면 새로 협력업체를 만들어 3년 단위로 계약하면서 기존 업체를 쪼개 분배시키면서 현재 10개 업체로 늘었다. 10곳 가운데 2곳은 지역업체, 나머지 대부분은 LG화학 퇴사 임원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쪼개가면서 구조적으로 협력업체를 늘려가면서 지역업체와 퇴사 임원 출신 업체 간에 임금 격차도 나타났다. 매달 기본급만 20~30만 원까지 차이를 보인다. 이 가운데 유일하게 4조3교대로 운영되는 협력업체 이케이 소속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임금 차이가 더 크다. 줄어든 노동시간만큼 기본급은 더 줄어드는 셈이다.

이케이 소속인 서이철 지회장은 올해로 만 17년 차. 서 지회장은 “갓 수습 딱지 떼고 정규직이 된 신입사원보다 기본급이 월 3~4만 원 더 적다”고 기형적인 임금체계와 대우에 불만을 털어놨다.

이렇게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원청 노동자들과 임금, 복지 등 차별을 해소해달라고 임단협에서 요구했지만 팽팽한 줄다리기만 이어졌다.

 

LG화학은 지난달 9일 LG화학 사내하청지회(지회장 서이철)가 쟁의행위 찬반투표 가결로 쟁의권을 확보하자 다음날인 10일 협력업체 6곳에 쟁위행위에 따른 환경안전문제나 조업 손실 발생 때 도급계약 해지 및 민사상 손해배상 등 법적 조치 등을 경고하는 공문을 보내고 이를 사내 게시판에 게시했다.(제공=LG화학 사내하청지회)
LG화학은 지난달 9일 LG화학 사내하청지회(지회장 서이철)가 쟁의행위 찬반투표 가결로 쟁의권을 확보하자 다음날인 10일 협력업체 6곳에 쟁위행위에 따른 환경안전문제나 조업 손실 발생 때 도급계약 해지 및 민사상 손해배상 등 법적 조치 등을 경고하는 공문을 보내고 이를 사내 게시판에 게시했다.(제공=LG화학 사내하청지회)

이에 사내하청노조에서 지난달 9일 찬반투표를 통해 쟁의권을 확보하자 원청사에서는 다음날인 10일 교섭노조인 6곳 협력업체 사내 게시판에 단서(환경안전사고 및 조업 손실 등 피해 발생 때)를 달긴 했지만, 협력업체와 사내하청노조를 향해 ▶도급계약 해지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등 법적 조치 등으로 으름장을 놨다.

이뿐 아니었다. LG화학은 사내하청노조에서 단체행동(부분파업 등 포함)에 들어갈 경우를 대비해서 이미 대체 인력 투입까지 미리 준비해놓은 상태였다. 사내하청노조 업무에 외부업체 직원들이 원청 직원 인솔 아래 포장, 출하 작업 교육이 진행되고 있었다. 쟁의권을 확보해 단체행동에 들어갈 때 대체 인력 투입은 ‘불법’이라는 것이 이미 여러 판례를 통해 지적되고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사내하청노조는 일단 단체행동을 유보하고 장기투쟁으로 전환하면서 노동 및 연대단체로부터 투쟁 지지․엄호로 외연을 두껍게 하는 한편 원청인 LG화학과 협력업체 불법에 대해 고소 및 고발을 통해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 10일 상급 단체인 전국민주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 광주전남지역본부(아래 화섬연맹), 민주노총 전남지역본부, 민주노총 여수시지부, 진보당 전남도당 등 노동․연대단체는 여수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십 년간 가혹한 차별과 착취에 대해 반성하고 개선하려고 하기는커녕 범법행위와 협박으로 자신들의 잘못을 숨기고 모면하려는 모습에서 재벌 대기업 LG화학의 반인간적이며 반노동자적인 냉혹함만이 드러난다”며 헌법에 명시된 △노동3권 보장 △적정임금 보장 △인간 존엄성이 보장되도록 노동조건 기준 마련 등을 촉구하면서 사내하청노조에 지지와 연대를 약속했다.

화섬연맹 등이 제기한 LG화학 문제는 크게 3가지다. 첫째, 기업별 노조가 있는 협력업체에서 인원을 선발하고 외부에서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대체 인력을 준비하고 있는 점이다. 둘째, 파업 때 도급계약 해지와 손배가압류 등을 6곳 협력업체에 공문으로 보내고, 게시판에 게시케 함으로써 해고와 가정 파괴 공포를 조장해 사내하청 노동자 파업 의지를 무력화하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측이 주도한 협력업체 기업별 노조를 내세워 단체협상을 먼저 체결하는 꼼수로 민주노조를 궁지로 몰고 있다고 본다.

 

LG화학사내하청지회는 12일 오전 LG화학 대표이사와 협력업체 사장 등 8명을 부당노동행위, 업무방해 협박죄 혐의로 광주지방검찰청 순청지청에 고소했다. 이에 고소에 앞서 광주지검 순청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LG화학사내하청지회는 12일 오전 LG화학 대표이사와 협력업체 사장 등 8명을 부당노동행위, 업무방해 협박죄 혐의로 광주지방검찰청 순청지청에 고소했다. 이에 고소에 앞서 광주지검 순청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이에 사내하청노조와 화섬연맹은 12일 오전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에 LG화학 대표이사와 협력업체 사장 등 8명을 부당노동행위, 업무방해 협박죄 등으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노조와 연맹은 재벌 대기업 LG화학이 헌법과 노동법에서 보장하는 노동3권을 정면으로 파괴하고 있으며, 쟁의 행위 때 손해배상을 청구해서 쟁의 행위에 참가한 조합원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겁박을 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이자 업무방해 및 협박죄로 보고 고소했다.

이날 사내하청노조는 고소장을 제출하기 전에 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LG화학과 사내 하청 사측의 범죄 행위와 위법, 불공정한 행위에 법의 엄중한 심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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