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선식
순천여자중학교 교사
지난 6월 19일, 서울행정법원 반정우 부장판사는 고용노동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가 합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지난 25년 동안 교육개혁을 위해 6만여 조합원이 활동하던 전교조는 노동조합법의 테두리를 벗어나게 되었다. 설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참교육을 위해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비리사학과 싸우며, 학생인권을 지키기 위해 학교 현장을 변화시키며 대한민국에서 영향력 있는 단체의 윗자리를 차지하던 전교조를 법 밖으로 몰아낸 정부와 법원의 논리는 간단하다. 전교조 활동을 하다 해직된 조합원 9명은 현직 교사가 아니어서 조합원 자격이 없는데, 아직도 전교조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니 불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법률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사리에 맞지 않다. 우선 정부와 법원이 말하는 법률조항 어디에도 현직교사가 아닌 사람이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노조설립신고를 취소해야 한다는 조항이 없다. 역대 독재정권은 ‘노조 해산명령’이라는 조항을 이용하여 민주노조운동을 탄압하여 왔다. 87년 6월항쟁과 노동자 대투쟁 이후인 11월 여야는 국회에서 합의로 ‘노조 해산명령’조항을 삭제하였다. 그런데 1988년 4월 노태우 정권은 법률의 위임도 받지 않는 채 ‘노조 해산명령’과 같은 내용을 노동조합법 시행령에 끼워 넣었다. 이게 바로 현행의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이다.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는 권리는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국민의 권리이다. 이의 제한은 법률로써만 가능하다. 그런데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의 기준이 되는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제2항 자체가 모법의 위임을 받지 않는 위법인 것이다.

다음으로 조합원 자격이 없다는 9명의 조합원에 대한 것이다. 이 사람들은 다양한 전교조 활동을 하다 해직된 분들이다. 이 분들은 지금도 학교로 돌아갈 꿈을 갖고 있고, 언젠가는 교육현장으로 돌아 분들이다. 교육현장의 민주화를 위해 힘 모아 싸웠던 동지들을 해고되었다는 이유로 조직에서 내칠 수는 없다. 이는 노동조합 활동 자체를 무너뜨리는 처사이다. 이에 국제교원노조, 국제노동기구, OECD 등이 해고 조합원의 조합원 자격 유지를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를 확정한 서울행정법원의 1심 판결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87년 이전으로 되돌리는 역사적 폭력이다. 전교조의 ‘법외노조화’는 단순히 조합원 9명의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전교조는 정부의 일제고사, 외국인학교 등 특권교육과 입시위주 경쟁교육을 비판하고 저지하여 왔다. 또한 친일과 독재를 찬양하는 역사교과서의 편찬과 한국사 국정화에 맞서 왔다. 이번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판결은 수구세력의 장기집권에 걸림돌이 되는 전교조에 대한 박근혜 정부와 사법부의 공격이다. 이제 독재 권력의 폭력과 탄압을 이겨내고 건설한 수많은 노동조합이 언제라도 ‘법외노조’의 통보를 받을 처지가 되고 말았다. 정부와 사법부의 전교조에 대한 공격은 ‘제2의 세월호 참사’라 할 수 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정부는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듣지 않는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해고자를 이유로 언제 ‘법외노조’의 칼날을 휘두를 지 모른다.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전교조만의 문제로 보면 안되는 이유이다. 이제 더 큰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를 막기 위해, ‘대한민국호’의 침몰을 막기 위해 다 같이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잘못된 정부 정책과 행위에 대해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 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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