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풀 뜯어 먹는 소리’라는 말이 있다. 얼토당토않은 말을 한다는 의미인데 알고 보면 사실 개도 풀을 뜯어 먹는다. 개나 고양이 같이 육식 포유동물의 경우 소화기관이 문제가 있는 경우 일부러 풀이나 자신의 털을 먹어 구토 행위(헤어볼 Hair ball)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풀이 동물의 소화기관을 거치면서 섬유소 화 되어 마치 빗자루로 장을 청소하듯 역할을 하는 것이다.

기수지역인 순천만 습지에 사는 ‘게’들의 산란 철인 요즘 순천만 갯벌에는 갈대 줄기에 매달려 갈댓잎을 먹고 있는 게(사진, 가지게)가 있다. 게가 갈대를 먹는 정확한 이유는 좀 더 연구되어야 하겠지만 동물들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행동으로 생태계를 유지하고 서로의 관계를 만들어나간다.

순천만에서 촬영한 게와 갈대의 사진을 보면 18세기 ‘최북(崔北, 조선 시대 후기의 개성적인 화가)’의 그림 ‘게와 갈대’가 연상된다. 동양에서 게 그림은 장원 급제를 비는 서원(誓願)과 같았다. 게의 껍데기는 껍데기 갑(甲), 과거 갑(甲), 첫째 갑(甲) 자가 게 그림에 따라붙기 때문에 선조들은 그림을 통해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바라는 지혜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인간들 사는 세상사 어떻든 여름으로 거듭나고 있는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순천만에는 온갖 새 생명의 잉태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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