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준 - ​​​​​​​전북 고창 생. 1994년 『삶, 사회 그리고 문학』에 「해리댁의 망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 시작.소설집 『오래된 잉태』 ,『강진만』,『푸른농약사는 푸르다』, 산문집 『다시, 학교를 다자인하다』
한상준 - ​​​​​​​전북 고창 생. 1994년 『삶, 사회 그리고 문학』에 「해리댁의 망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 시작.소설집 『오래된 잉태』 ,『강진만』,『푸른농약사는 푸르다』, 산문집 『다시, 학교를 다자인하다』

대서양과 지중해가 만나는 지점이자 연중 300일 이상 해가 뜨는 포르투갈 알가베는 유럽인들이 즐겨 찾는 휴양지다. 바이러스 X가 한바탕 할퀴고 간 이후 관광객은 아주 뜸한 상태다.

“지금 나가려는데?”

남편은 매일 해변으로 산책 가면서 묻기를 빠뜨리지 않는다.

“잠깐 기다려. 곧 끝나.”

오늘은 남편을 따라나설 참이다. 원격진료를 시작한 이래 더 바쁜 나날이다. 한국어 사용 환자만이 아니다. 유럽, 남미,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에 이르기까지 전신 마비 환자는 도처에 있다. 구글의 영상진료 서비스는 언어 장벽을 완벽하게 해결해 준다. BCI 재활의학과의 한국형 진료체계는 세계적으로 최상이다. 한국에서보다 몇 갑절 많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남편은 일은 적게 하고 즐기기 위해 이곳에 오지 않았냐며 푸념을 내뱉곤 한다. 비대면 원격진료라 할지라도 바이러스 X에 대한 공포감은 적지 않다. 바이러스 X가 바이러스 N으로 이름을 얻은 뒤 변종 되는 시차가 짧아지면서 신종 바이러스 X는 수시로 출몰했다. 바이러스 N의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이뤄지는 통상 3개월여 기간이 지나면 바이러스 N-1, 2, 3, 4, 5 등으로 진화되어 나타났다. 한국은 여전히 방역 일등국이다.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나뉜 세계는 몹시 달랐다. 바이러스 X에 대한 예측 연구가 심도 있게 이뤄지면서 바이러스 N으로 명명되는 순간 백신과 치료제는 세계 공공재로 확정되고 각국 외교부 발행 바이러스 N 미감염 확인서 소지자는 전 세계 입출국이 자유롭다. 모든 바이러스 감염 환자의 의료보험이 전 인류에게 동등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협약이 이뤄지자 여행 등이 다시 활발해졌다.

딴은, EU 소속 각국도 예고 없이 국경을 통제하는 탓에 남편과 함께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를 가려다 공항에서 막힌 경험이 있고, 진료비의 기축통화 입금을 불허하고 유로화 상용만 고집하는 EU 자본주의가 더 팽배해졌다. 함에도, K-방역이 세계적 대세인 데에 힘입어 한국 의료진에 대한 해외에서의 환영 추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많은 의료인이 해외로 진출했다.

최 원장 역시 남편과 제2 인생 설계를 펼치러 한국에서 27번째 전신 마비 환자를 끝으로 포르투갈 알가베 해변의 럭셔리한 저택을 구입해 이주한 지 5년째다. 원격진료 107번째 환자를 치유하고 나면 모니터를 덮을 생각이다. 비대면 의료행위의 오진도 문제지만 어린 전신 마비 환자와 아픔을 공유하기 어려운 비인간적 진료가 가슴을 후볐다. 또한, 그리움에 시달렸다. 남편 권유로 이곳에 왔듯 이번엔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심사다. 치료도 마무리 단계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야.”

남편과 팔짱 끼고 해변을 걷는 것 역시 오랜만이다.

“무슨?”

썬텐을 즐기는 젊은 유럽인 몇몇이 보인다.

“107번째 환자 끝내고 접을게, 2주야.”

“굿, 굿!”

“근데, 여길 떴으면 해.”

“오, 것두 환영. 어디루?”

“한국, 순천.”

고향 집 앞마당엔 지금쯤 감꽃이 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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