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암대학교 서형원 총장 인터뷰

순천청암대학 교수노동조합의 학내 정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재단 측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6월에 교수노조는 교육부에 재단 측이 추천하는 이사를 승인 보류하라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54년 전통을 가진 청암대학의 상황을 지켜보던 순천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도 대책위원회를 꾸렸다.

본지는 서형원 청암대 총장을 만나 학교 상황에 대한 입장을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청암대학교 서형원 총장
청암대학교 서형원 총장

▶ 전직 외교관으로서 공직생활을 오래 하셨는데 총장직을 수락한 배경은?

외교부에서 2016년 6월에 정년퇴직했다. 1984년에 외교부에 들어가서 주로 일본 관련의 일을 많이 했다. 10년에 걸쳐 총 5번 정도 일본 대사관에 근무했다. 92년도에는 카다피 정권하의 리비아에서도 근무했고, 2005년에는 호주를 마지막 공직 근무 기간이었던 3년간은 크로아티아 대사를 지내고 퇴직했다.

2017년 9월 말에 총장으로 부임했다. 재단 측 이사 한 분과 친분이 있어서 총장직을 제의받았다. 그때 당시는 재단 측 사람의 추천으로 임명이 된 셈이다.

당시는 학교가 어려운 상황이었는지 사실 잘 몰랐다. 학교 실정도 잘 몰랐고, 주변의 염려와 만류도 있었다. 4년 임기가 약간은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고향에 왔다.

 

▶ 총장직을 수락할 당시 재단과 이사회의 분위기는?

취임 초기에는 교수협의회에서 재단 측 사람이라고 생각해서인지 굉장히 적대적이었다. 당시 학교 재정이 어려워 교수진들의 호봉이 동결되고 학사 일정도 차질이 생기면서 교수들의 불만이 컸다. 교수협의회에서 노동청에 고발이라도 하게 되면 학교의 입지가 더욱 어려워질 것 같았다.

그래서 대화를 시작했다. 우선 학교를 살리고 나서 복지와 임금을 검토해보자며 꾸준히 만나다 보니 신뢰도 쌓이고, 교수협의회도 학교 안정화를 우선 과제로 삼자고 의견을 같이했다. 이러한 소통과 협조 덕분에 대학 평가에서 자율개선대학에 진입할 수 있었다.

 

▶ 총장 취임 당시 학교 재정은 어떤 상태였는지?

등록금이 거의 10년 가까이 동결이 되어 있었다. 신입생은 어느 정도 모집되었지만,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아서 등록금 수입이 계속 줄어들고 있었다. 그래도 2014년 이전까지는 교수님들이 정부 발주 프로젝트를 유치해서 학교 재정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2015년에 특성화 프로젝트 예산지원이 끊어지면서 재정적으로 힘들었다. 당시 프로젝트 사업으로 5년간 매년 30억 원씩, 150억 원 정도 지원금을 확보했는데, 다음 해 교원 부당해직으로 행정 제지를 받으면서 초기 지원금 20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120억 ~ 130억 원은 박탈당했다.

이런 형편이다 보니 장기근속을 한 교수들의 호봉이 인상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당시 교수들이 호봉 동결에 대해 동의했다고는 하지만, 교수협의회 측은 외부 압박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한다.

또 학생들의 복지나 학교 시설에 대한 투자가 어려워 교육 기구나 실습실 등이 낡고 고장이 잦았다. 2016년부터 평가인증이 취소되면서 특성화 지원금도 중단된 형편이라 우선은 평가인증을 회복해서 재정 지원을 받는 것이 급선무였다.노력 끝에 2018년에, 부임한 지 1년 만에 인증을 받았다. 그보다 앞서서 2018년 9월 말에 자율개선대학으로 최종 확정이 되었는데, 인증 회복이 안 된 학교는 자율개선 대학으로 확정을 못 받는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인증회복을 위해 일을 했다. 특히 교육부가 복직 의견을 낸 해직된 교수 3분 중 한 분을 복직을 시켰다. 그때도 어렵게 재단 측 양해를 받아서 복직시켰다. 그것이 인증을 받는데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

 

▶ 새로운 이사회 구성을 두고 재단과 교수노조 사이에 의견 차이가 크다.

기본적인 인식의 차이가 있다. 재단 측에서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투자해서 만든 학교이지 않느냐, 여기 있는 구성원들은 모두 재단 때문에 먹고 산다. 따라서 재단의 경영 방침에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학법에 따르면 이사회의 4분의 1은 재단 측이 임명하고, 이사장은 모든 인사의 임용권을 갖고 있다. 임용권과 인사권의 차이는 있지만, 교원이나 직원들의 신규 채용, 폐지, 승진 등은 이사회 의결사항이며, 이사장이 이사회를 주도적으로 운영한다. 따라서 이사들이 이사장의 의사를 거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대체로 이사들은 경영 상의 문제가 있어도 조용하다.

한편 이사회나 교직원 중에는 재단이 학교를 독선적으로 운영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설립자가 학교 설립에 기여한 것은 인정하지만, 학교는 설립자들만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지원도 있었고, 정부 지원이 곧 우리의 세금인데, 그렇다면 어느 정도 공공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죠.

따라서 대학 구성원들의 의견, 바람들이 어느 정도 반영되어야 한다. 이러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일반 시민 중에서도 이런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여하튼 그러다 보니 재단과 대학구성원 간의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 교수노조가 신규 추천 이사들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다.

이사회에서 임용된 총장으로서, 이사회에 대한 나의 의견을 이야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사회 구성원 중에는 과거와는 달리 합리적이고 투명한 이사회의 운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사회 내부의 갈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 분 이사의 임기가 끝나면 현재 두 분의 이사만 남게 된다. 사립학교법이나 정관에 보면 2개월 전에 후임을 뽑아 교육부에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학교 법인의 이사는 교육부 승인을 받아야 정식 이사가 된다. 이사회를 구성하는 이사들의 정족수가 8명인데, 최근까지 5명으로만 운영을 해왔다. 5명으로도 과반수가 되니 이사회를운영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이번에 재단 측에서 추천한 세 명의 이사 가운데 한 사람은 전 총장의 딸로 2017년에 이미 교육부에서 승인 보류된 인물이다. 당시 강명운 전 총장이 이사를 겸했는데, 배임 사건이 터지고 나서 교육부가 이사 연임 승인을 거부하자 그 후임으로 자신의 딸을 추천한 것이다.또 한 사람은 전임 이사장으로, 그분도 연임 신청을 했지만, 과거 해직 교수의 징계 및 해임 결정 시기에 이사였다는 책임과 이사장으로 있을 때 교수들에게 환영받지 못한 여러 민원 때문에 교육부가 승인 보류를 해왔다.

마지막 추천한 이사는 전임 총장의 집안사람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재단 측에서 세 사람을 추천했다. 결론적으로 재단 측에서는 이번에 임기가 만료된 이사 세 분 대신에 이렇게 이미 교육부에서 승인을 보류한 사람들을 재추천한 것이다.

 

▶ 교육부에 관선이사 선임 요구도 있다.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다른 학교의 사례를 보면, 이사 정수가 과반수가 되지 않아서 이사회 운영이 어려울 때는 관선이사를 파견하거나 이사 선임에 관여한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이사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더라도, 재단 측에서 합리적으로 이사 수를 채울 수 있을 때는 교육부가 관여하기 어렵다. 즉 후임 이사를 못 뽑는 상태가 계속되면서 학교 운영이 어려울 때 최종적으로 교육부가 관여한다고 알고 있다.

사학분쟁위원회에 상정이 되어 검토와 심사를 거쳐 관선 이사의 승인까지는 반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

하지만 광양보건대나 한려대도 관선 이사 체제이긴 하지만 획기적인 변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제일 중요한 것은 명실상부한 이사장이 교직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풀어가는 것이 가장 원만하고, 학교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 현재 청암학원의 학내 정상화를 위해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협조를 요청할 생각은 없으신지?

지역사회의 어른들과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고 싶었다. 그런 의견을 갖고 몇 분들이 시도했던 것 같은데, 그분들도 현재 포기한 것 같다. 아마 재단 측에서 제가 뒤에서 조종하면서 이 학교를 장악하거나 매각한다는 음모론을 펼치는 등 좋지 않은 여론을 조성한 것 같다.

특히 작년 5월부터 5~6개월 정도 학교를 탈취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등의 기사들이 나오고, 언론인, 정치인 만나는 것을 로비하는 거로 오해하기도 해서, 물론 저야 흠 잡힐 일은 없지만 그래도 조금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교수협의회 측에서는 학교의 공공성과 공공재로서의 역할을 강조할 수 있지만 제가 그런 언급을 하면 총장이 공공재라는 명분 뒤에서 학교를 사유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적인 의심과 시각이 곧바로 이어져서 매우 조심스럽다.

한편으로 어느 정도는 재단 측이 기여한 것은 인정을 해줘야 한다. 그래야 사회에 많은 재산과 노력을 기증하려는 사람이 나올 수 있지 않겠는가. 모든 것을 기여했는데, 나라가 한 것이라고 해버리면 앞으로도 기여하려 하는 사람들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존중도 해주고 인정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본적으로 사립학교법의 기본 구조가 잘못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사장은 아무런 보수나 수당이 없다. 그리고 법인은 학교의 등록금이나 운영 상 이익이 남아도 땡전 한 푼 가져갈 수도 없다.무보수의 이사장은 상근해야 할 정도로 업무가 엄청 많다. 예를 들어, 교수들 채용과 퇴직에 관해서 최종 결재권자로서 간부들의 보직인사뿐만 아니라, 매사 학교의 중요한 결정은 이사장이 관여하게 되어있다. 그러면 매일 출근 할 일은 아니더라도 자신의 생업에 치중하기가 사실 어렵다. 그렇다고 하면 정당한 보수와 수당을 줘야 하는데, 지급할 수 없는 시스템이니 변칙과 갈등이 생겨난다.

반면에 법인은 학교에 매년 법정 부담금을 내야 한다. 법인을 뒷받침하는 기업이 있어 부담금을 감당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대부분 사립학교는 그렇지 못하다. 현재 청암학원도 예정된 법정 부담금의 20~30%도 내기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다시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보완을해야 하는 실정이다. 설립자 2세들의 재정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딱하기는 하다.

그래서 제도를 바꿔서 이사장도 임금과 수당을 줘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해주고, 그러고 나서 학교 구성원들과 소통을 하면서 일을 할 수 있게 하면 사학의 여러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일상적으로 총장이 수행하는 권한은 무엇입니까?

사립학교법에는 임용 등 중요한 결정사항은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하지만 이사회에서 학내 결정 권한을 총장한테 위임할 수도 있다. 일부 재단이 튼튼하고 자신 있는 학교들은 총장한테 많이 위임한다.우리 학교는 과거 설립자와 그 아들이 총장을 겸임해왔다. 그러다 보니 제가 오고 난 다음에 복지, 퇴직 등을 총장이 다 할 수 있는데 왜 하지 않느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근데 사실 복직이나 해고는 임용 사항으로 결국 이사장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총장은 다만 어떤 사람이 복직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이사회에 어필하는 역할을 한다. 물론 학교의 일상적인 시설 관리, 수업 편성, 학생들 관리 등은 총장 권한이다. 예를 들어 교수협의회나 교수 노조가 생겼는데 사무실을 달라고 하면 사무실 공간을 허락하는 것은 총장의 권한이다.

 

▶ 강요에 의해 사직서를 쓰고 '직무 면직 무효 처분 소송'을 제기하셨다는데?

상당한 당혹감과 분노를 느꼈다. 그때가 2019년 3월 7일이었는데, 갑작스럽고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사직서 작성을 강요받았다. 직무 면직처분 무효소송을 하면서 보니 날짜를 2018년 3월 7일이라고 내가 사직서에 적었더라. 얼마나 모욕적이고 경황이 없었는지. 그랬는데 이 부분이 오히려 법원에서 강요로 사직서를 썼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구체적으로 '면직 처분'이 무효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하고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양쪽으로 소송을 냈다. 법원에 낸 것은 가처분 신청하고 권한 소송이 있다. 권한 소송은 아직 순천지원에서 시작도 안 했다.가처분 소송에서는 1심에서 지고, 고법 즉 2심에서 이겼는데 재단 측에서 재항고해서 대법원으로 갔다. 가처분 사건은 원래 피고는 항고, 재항고를 할 수 없다. 다만 그 결정을 낸 법원에 대해서 이의신청은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재단 측 소송대리인이 대법원에다가 재항고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대법원에서는 다룰 사항이 아니고, 광주고법에 가서 이의신청해야 한다고 각하를 시켰다. 잘못 왔다고 판결을 내린 것이죠. 그래서 지난 5월 20일경에 재단 측이 고법에 이의신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

광주고법의 가처분 소송의 승소 판결은 최소한 승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현재 직위를 유지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권한 소송이 끝날 때까지 총장 직위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이다.

여타의 소송이 끝나려면 2~3년 걸린다고 한다. 총장 임기는 2021년 10월 말까지다. 모쪼록 학내 정상화를 위해 재단 측의 협조도 필요하고, 지역사회의 애정 있는 관심도 필요하다. 학교 구성원들과 소통하면서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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