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광장신문 편집위원 김계수
순천광장신문 편집위원 김계수

엊그제 벼농사를 크게 짓는 농부가 마을 앞에 준비한 벼 모판에 보온용 부직포를 벗기고 비료를 하고서는 부직포를 다시 덮었다. 부직포를 한번 벗기면 그대로 뒀다 모내기를 하는데, 농부는 넓은 무논에서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일을 하고 있었다. 예년 같으면 벌써 여름 날씨로 접어들 시기지만 올해는 아직 밤 기온이 차가운 탓에 모가 크지 않을 것을 염려한 일이다.

이상기후가 농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최근에는 거의 일상화되고 있다. 작년 가을에는 두 번의 늦은 태풍과 저온 현상 때문에 김장 배추 농사가 기록적인 흉작이었다. 올봄에는 날씨가 일찍 따뜻해져 과수의 개화가 빨랐는데 4월에 된서리가 내리면서 냉해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날씨가 이렇다 보니 서리 피해를 걱정해서 씨감자도 심는 시기를 늦췄지만 4월의 서리 피해를 피하지 못했다. 이상 저온은 계속 이어져 예년 같으면 부지런한 농부들은 4월 하순에 고추 모를 내다 심었지만, 올해는 5월에 들어서야 조심스럽게 정식에 들어갔다.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정부는 그린뉴딜을 외치고 있다. 핵심은 화석 연료를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업으로 모인다. 코로나 사태로 빈부격차가 커지고 고통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집중되는 상황에서 당연한 일이지만 정부 구상 안에서 농업에 대한 관심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이 이미 위험한 수준이고 이마저도 이상 기후로 인해 현상 유지조차 불안정한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물류 체계가 붕괴하고 식량 수출국들이 자국 식량을 보호하려는 추세에서 국민 생활의 지속성을 위한 기본 조건을 확보하기 위한 관심이 절실한 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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