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여 아래로 핀 꽃, 때죽나무

작고 노란 꽃이 앙증맞다. 야생화가 이윤숙 선생님이 두 가지 노란 꽃을 가리키며 고들빼기와 씀바귀를 구분해보라 한다. 꽃은 비슷하고 잎 모양이 다른데, 줄기를 잎이 감싸고 있으면 고들빼기란다. 그러고 보니 잎이 줄기에 달린 모양이 전혀 다르다. 알아야 보인다더니... 된장 양념 들고 산길 걷다 나물 뜯어 무쳐 먹으면 좋겠다.

산길을 걸으면 야생화가 고개를 빼꼼 내밀고 발길을 붙잡는다. 꽃마리 새별꽃 국수나무 돌나물 돈나물 괴불주머니 개구리자리 등나무꽃.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 이미 그 자리에 살포시 피어있다. 무릎을 굽히고 허리를 숙여 가만히 살펴보면 지척이 꽃이다. 흰색 노란색 자주색 분홍색 아주 가지가지다.

돌나물
돌나물

한걸음 내딛자 마삭줄의 향기가 발길을 붙잡는다. 하얗게 바람개비 돌아가듯 향기를 내뿜으며 치렁치렁 매달려 있다. 덩굴식물로 곳곳에서 볼 수 있지만, 야생의 꽃향기는 자못 다르다. 다시 한걸음 걸으니 다른 향기가 한여름 소나기 오듯 온몸을 덮친다.

마삭줄
마삭줄

고개를 들어보니 때죽나무꽃으로 하늘이 하얗다. 자그마한 흰색 꽃이 대롱대롱 매달려 피어있다. 꽃망울 하나하나가 단정하다. 꽃들이 하늘을 보지 않고 고개를 숙여 아래를 본다. 5월에 피는 여느 하얀 꽃과는 다르다. 찔레나무 산딸나무 이팝나무 조팝나무 등의 꽃들은 모두 하늘을 향해 피어있다.

단아하게 핀 때죽나무꽃이 땅으로 낙하한다. 떨어진 꽃잎에는 정중앙에 반듯한 동그라미 구멍이 뚫려있다. 암술만 남기고 뚝 떨어져 있다. 내 할 일 다 해 미련 없다는 듯 우수수 흩어져있다. 미련 없는 생명이 어디 있을까만...

때죽나무 이름은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먼저 꽃처럼 열매도 아래를 향해 많이 달리는데 가을에 반질반질하고 동그랗게 마치 스님이 떼로 모여 있는 듯하다고 ‘떼중나무’로 불리다 때죽나무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또 나무껍질이 때가 낀 듯 검게 보이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과 열매를 물에 불려 빨래를 빨면 때가 쭉 빠진다고 해서 ‘때쭉나무’로 불렸다는 설이 있다.

때죽나무
때죽나무

이번 남산 산행에 옵서버로 참석한 순천 선관위 000 씨는 “때죽나무 열매를 찧어 별량 둠벙에 던져놓으면 붕어, 잉어가 떠올랐다. 어렸을 적엔 그러고 놀았다”라며 때죽나무 이름의 다른 유래를 말했다. 물고기를 ‘떼’로 ‘죽’일 수 있는 나무라서 ‘떼죽나무’라 불렸다는 설이다.

때죽나무 열매나 잎 속에는 에고사포닌이라는 성분이 있어서 물고기가 순간 기절할 수 있다. 에고사포닌은 기름때를 없애준다. 동학혁명 때에는 때죽나무 열매를 빻아 화약과 섞어 썼다고도 전해온다. 향이 강한 꽃은 인후통, 치통에 쓰였으며, 나무의 진과 열매는 살충제로 이용하고, 화장실에 뿌려서 파리의 번식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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