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익한 상점' 대표 양진아

유익한 상점 (주소: 순천시 역전길 77)
유익한 상점 (주소: 순천시 역전길 77)

코로나19, 지구온난화, 기후위기 등 사회환경적으로 혼란한 이 시기, 거창한 활동이 아니더라도 지구의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는 임팩트를 보여준 유익한 상점이 있다. 상품의 품질뿐 아니라 그 속에 담긴 가치를 중요시하게 여기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는 지금, 이런 소비 행태에 발맞춰 가치 소비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 522일 유익한 상점에서, 소소한 일상 속에서 지역 사회에 유익한 가치를 창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유익한 상점 양진아 대표를 만나 그녀의 유쾌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편집자 주 -

유익한 상점 대표 양진아
유익한 상점 대표 양진아

‘유익한 상점’은 어떤 곳인가요

유익한 상점은 사회·환경적으로 유익한 가치가 있는 제품, 공정무역 제품, 업사이클링 제품 등을 소개하는 편집샵입니다. 상점을 오픈하기 전, 민간해외원조단체에서 일을 하다 보니 개발도상국의 원조사업을 언제까지 진행할 수 있을까, 직접적인 도움을 더 줄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하다 여기까지 왔어요. 그래서인지 유익한 상점의 손님 대부분은 공정무역이나 업사이클링 제품에 관심 있는 분들이 반 이상이에요.

또한 유익한 상점은 90년 이상 된 한옥에 오픈되었어요. 호텔, 현대식 건물 사이에 있는 특이한 공간으로 특색 있는 분위기를 뽐내고 있어요. 화려하지는 않지만 지역 내의 여러 사람들이 모여 같이 일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되었죠. 상점뿐 아니라 상점 뒤 안채 공간에서 마켓도 열곤 합니다. 앞으로 원형을 유지하며 한옥을 재보수하여 예술인들에게는 창작 공간을 주고, 안채는 상점을 구경 온 손님들이 쉬었다 갈 수 있는 카페를 만들 예정입니다.

 

유익한 상점 내부
유익한 상점 내부

유익한 상점을 오픈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현재 상점을 운영한지 3년차 대표로서, 대기업만 사회 공헌하라는 법 있나, 유익한 상점도 사회공헌 해보자는 마음으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상점을 오픈하기 전 서울에서 국제개발 NGO에서 일을 하다가 신랑이 여수로 발령이 나면서 순천에 오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순천에 와서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엄청 고민을 많이 했죠. 경력을 살리기에는 직업군이 없고, 다시 올라가기에는 만만치 않고. 그래서 기존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던 공정무역 제품을 소개하면서 동시에 사회에 유익한 가치를 줄 수 있는 제품들을 소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이러한 생각을 하고만 있다가 순천 드라마 세트장 근처에 파스타 집을 오픈한 친한 친구가 자기의 가게에서 운영해 보라는 권유로 ‘shop-in-shop' 형태로 손님들에게 제품을 소개하게 되었어요.

2년여 동안 ‘shop-in-shop'형태로 제품을 소개하니, 손님들이나 지인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4군데 정도로 가게가 늘어갔어요. 순천 내에 이러한 제품들을 소개하는 상점들도 몇 없고 손님들의 반응도 좋아 가게를 오픈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저는 공정무역 연구조사도 하고 직접 공정무역을 수입하는 공정무역 전문 회사를 다닌 경험이 있기에 가게를 오픈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유익한 상점에서는 어떤 제품이 있을까요?

유익한 상점에서는 공정무역 제품, 업사이클링 제품, 사회적 기업 제품 등이 있습니다. 공정무역 제품 중 상점에서 꾸준히 제일 잘 팔리는 제품으로는 바구니가 있습니다. 그리고 상점에 오신 손님들 중에는 서울에도 없는 물건이 있다며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요.

요즘 인기 좋은 제품은 순천의 아이들이 그린 그림으로 만든 엽서, 달력, 메모지 등이 있습니다. 순천의 아이들의 순수함을 담고 있는 제품이라서 여행객들에게도 인기 만점이랍니다.

상점을 운영하는 저만의 철칙은 오랫동안 제품을 관찰하고 직접 써보면서 선정된 제품만 손님들에게 소개하는 것입니다. 좋은 제품들을 소개하려 노력하다보니 정말 좋은 철학을 가진 유명한 브랜드들이 SNS을 통해 입점 문의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물론 환경 친화적인 제품들도 있습니다. 인스턴트 커피 봉지로 만든 필통이나 파우치, 비닐봉지로 만든 가방 등을 소개하며 사회적·환경적으로 유익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공정무역 제품들이 많이 보이는데, 공정무역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경제적으로 부유한 선진국과 가난한 개도국 사이에 무역의 불균형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커피농부가 하루 종일 일해서 커피를 따지만, 저희가 사먹는 커피 값의 대부분은 커피농부가 아닌 중간 상인들이 가져가죠. ‘공정무역’이란 제품이 소비자에게 닿기까지 관여하는 모든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운동인 것이죠. 공정무역 인증을 받은 제품을 바로 공정무역 제품이라고 하는 것이에요. 제품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10가지 정도의 규칙들이 부합해야 해요.

하지만 ‘직거래’와 ‘공정무역’을 헷갈려 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어요. 직거래 또한 중간유통을 줄여서 생산자에게 많은 이익을 줄 수 있는 소비 행태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공정무역과 큰 차이가 있어요. 공정무역 제품 소비 안에는 생산자의 공정한 임금뿐 아니라 생산자가 일하고 있는 지역의 공동체 기금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에요. 그래서 단순히 생산자에게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닌, 그 동네의 사회적 인프라 생성에 도움을 주는 것이 공정무역의 큰 특징이라고 볼 수 있어요.

 

유익한 상점 제품들 (제공: 유익한 상점)
유익한 상점 제품들 (제공: 유익한 상점)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프로젝트가 있나요?

‘밀크로드’라는 프로젝트를 작년부터 준비하다가 올해 전라남도 혁신사업 공모전에 공모를 했고 선정되었어요. 밀크로드는 우유팩을 씻고 자르고 펴서 화장지가 될 수 있도록 유익한 상점에 가져다주는 유익한 캠페인입니다. 이 캠페인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만나는 길이 바로 밀크로드이기도 하죠.

밀크로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굉장히 단순했어요.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직면하게 되었죠. 그러던 찰나에 친한 후배의 우유팩을 모아 자연드림에 가면 휴지로 바꿔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신기하면서도 너무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 좋은 활동이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 오후 그 시간에만 이루어진다는 아쉬운 점이 있었죠. 매일 받아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에 제가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활동 전 충분한 자료 조사를 했어요. 그 결과 우유팩이 쓸모 있는 자원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버려지는 우유팩은 30년 이상 키운 최고급 침엽수 버진 펄프로 제작이 되며, 고급 화장지를 만드는 원료가 될 수 있어요. 또한 식품을 담는 용기라 형광물질인 ‘포름알데히드’ 성분이 없는 친환경 무표백 소재로 제작되기 때문에 재활용하기에 아주 적합하다고 해요.

그래서 상점 인근 카페, 순천 내에 있는 카페 사장님들께서 우유팩을 많이 주셔서 처음 목표가 6개월 동안 1000mL 우유팩 1000개를 모아보자라고 했는데, 6개월 만에 1000개를 모았어요. 그 모은 우유팩을 보내자 화장지 회사에서 휴지 100롤을 보내주었고 동참해 주신 모든 분들과 나눠 사용했어요.

이 좋은 활동을 계기로 ‘균형발전박람회’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제안했고, 대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전라남도 사업으로, 순천시와 협업하여 개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 중이에요.

그리고 ‘밀크로드’의 최종적인 큰 그림은 순천 시민이 모은 우유팩으로 순천시민이 사용하는 화장지 브랜드를 만들어보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순천이라는 도시가 생태, 환경에 관심이 많은 도시이니 우리도 발맞추어 같이해보자 하는 마음에서 나온 목표죠. 2020년에는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밀크로드에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또 비슷한 사업으로 종이팩을 가지고 오면 지역 화폐로 바꾸어주는 프로젝트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안전한 마켓’을 5월 30일에 진행할 예정이에요. 지금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프리마켓이 취소가 되었어요. 마켓 일정을 미루고 미루다, 3개월 동안의 준비 끝에 하게 되었답니다. 물론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마켓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사람이 너무 몰리면 안 되니 20여 팀이 참여하는 메인 마켓은 인원 제한을 할 예정입니다. 근처 근린 시설에서는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며, 유익한 상점 한옥에서는 일일 카페를 할 예정이에요. 또한 피크닉 용품 대여서비스를 제공하여 인원이 분산될 수 있게 신경 쓸 예정입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리겠습니다.

 

제공 : 유익한 상점
제공 : 유익한 상점

‘유익’이라는 잡지 발간을 하셨던데, 잡지를 발간한 이유는?

전남 콘텐츠코리아랩에서 일하는 연구원분들의 권유로 지역 사회의 소소한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잡지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현재 1호는 순천시내 지역 이야기를 실었지만 2호는 여수, 제주 등 위탁 판매를 할 예정인 지역 이야기도 실을 예정이에요. 2호는 6월에 나옵니다.

전 직장에서도 책 만드는 경험이 있었는데, 그때는 혼자 하니 죽을 것 같았는데, 이번 잡지는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만드니 즐거웠어요. 앞으로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탐나는 제품들을 잡지로 소개하여 사람들에게 알려보자는 포부를 갖고 있죠.

 

유익한 상점 외 ‘유익한 활력소’라는 단체에서 활동 중이신데 어떤 일을 하는 단체인가요?

유익한 상점이 순천역 근처에 있다 보니 많은 여행자들이 많이 오십니다. 제품을 구경하시다가 종종 순천 기념품은 없냐는 말을 종종 듣곤 했어요. 그래서 이미 알려진 좋은 제품들을 지역에 소개하면서 동시에 순천의 가치가 담긴 순천 기념품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작년부터 마켓 활동을 같이 했던 마음 맞는 사람들과 순천 기념품을 디자인하고 만드는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을 했죠.

순천 기념품을 디자인하고 개발하고 싶은데, 비용적인 측면에 한계가 있으니 지원을 받으면서 활동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비영리 단체인 ‘유익한 활력소’를 만들게 되었어요. 제가 대표로 있으면서 기존 유익한 상점의 취지를 좋아하는 분들과 만든 단체이죠.

‘유익한 활력소’의 모토는 순천 사람도 좋아하는 누가 왔을 때 사주고 싶은 그래서 지역적이지만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제주도와 같이 순천의 가치가 담긴 뭔가 탐나는 기념품이 없을까 고민을 같이 해왔어요. 현재 순천은 짱뚱어, 두루미를 내걸고 있는데, 이것 말고 젊은 취향의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캐릭터는 무엇이 있을까, 캐릭터 발굴에 힘을 썼어요. 현재 동천에 수달이 산다는 소식에 만든 ‘달수’, 순천에서 나는 ‘고들빼기’ 등 캐릭터를 발굴해 내고 있어요. 이렇게 만들어진 캐릭터들로 여러 기념품을 만드는 시도를 하고 있답니다.

캐릭터 제품 외에도 친환경적인 기념품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제로웨이스트 트래블 키트와 같은 여행객들에게 필요한 이동식 숟가락, 젓가락 등을 만들어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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