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대 국회, 특별법 제정 추진을 위한 간담회 예정
- 품위있고, 떳떳한 자세로 유족회가 움직일 때
- 10월 구례에서 열릴 추모식에 대통령 참석 추진

여순항쟁 전국유족회 이규종 회장
여순항쟁 전국유족회 이규종 회장

진행ㆍ사진 : 최성문 편집위원

지난 20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다. 이번에 통과된 과거사법은 형제복지원·서산간첩단 등 인권 침해 사건들이 부각되어 상대적으로 여순항쟁은 조명을 받지 못했다. 더욱이 이번 총선에서 전남 동남권에서 당선된 국회의원 전원이 ‘여순10·19 특별법’(이하 특별법)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워 특별법 제정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고조된 상황에서 과거 사법과거사법 통과는 지역 사회에 혼란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한 유족들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순항쟁 구례유족회 회장이면서 여순항쟁 전국유족회를 대표하고 있는 이규종 회장을 지난 22일 구례군 토지면 하죽마을 자택에서 만났다.

Q. 작년에 여순항쟁 구례유족회 회장을 맡게 되셨는데, 어떤 계기로 맡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올해로 교장 정년퇴직한 지 딱 10년 되었네요. 퇴직 일 년 전에 매천 황현 선생 기념사업회 회장으로 취임하여 활동하던 중에 구례유족회 박찬근 회장님으로부터 유족회 모임에 나오라는 권유를 받았어요. 제가 사건 당시 경찰에 의해 아버지를 잃은 사실을 구례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었거든요. 그 후 유족회 모임에도 꾸준히 참석하고 열심히 박찬근 회장님을 도왔지요. 작년 3월, 유족들을 모시고 국회를 방문하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활동을 마치고 3월 30일인가, 총회가 열렸어요. 저는 생각지도 않고 나갔는데 박찬근 회장님께서 연세도 많으셔서 저에게 회장을 권유하고, 총회에서 전 회원들이 기립박수를 치며 회장으로 추대를 해서 어쩔 수 없이 맡게 되었어요. 제가 결사코 사양을 했는데도··· 아버지를 잃은 유족으로서 숙명인가 봅니다.

Q. 이미 뉴스를 통해 알고 계시겠지만 과거사법이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전남 동남권에서 당선된 국회의원 전원이 특별법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워 특별법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고조된 상황이었는데, 이번 과거사법 국회 통과를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유족 대표로서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이번 과거사법 국회 통과는 바람직한 일은 아닙니다. 우리는 단독 입법을 원했었고, 여순항쟁 특별법을 만들어 주기를 바라고 있었고, 또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20대 국회에서 될 듯 말 듯 하다가 국회가 끝날 무렵에 갑자기 형제복지원 사건 때문에 이것이 이루어진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심사숙고 없이 여순사건도 같이 휩쓸려 간 거예요. 노근리 사건이나, 서산 간첩 사건 등 단일 사건과 같이 묶어서 들어가 버렸는데, 여순항쟁이야말로 역사의 큰 하나의 맥락인데 다른 사건과 같이 묶여서 들어간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그분들도 억울한 일을 당하신 분들이기에 이번 과거사법을 통해 진실 규명과 명예가 회복되었으면 합니다. 다만 여순항쟁은 대한민국 정통성의 한 부분이고, 첫 출발점이기도 하고, 또 사실은 대미 관계도 있어서 과거사법 속에서 작은 부분의 역사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여순항쟁 특별법은 21대 국회에서 새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Q. 그러나 과거사법이 통과된 상황에서 21대 국회에서 특별법 추진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에 유족회에서는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특별법 추진을 위해 어떤 일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조만간 유족회에서 이 지역에서 당선된 국회의원, 여순항쟁 시민활동가, 여순항쟁을 연구하는 연구소를 비롯해 전문가를 모시고 이번 특별법 추진을 위해 간담회를 열 예정입니다. 이 자리에서 과거사법과는 별도로 21대 국회에서 특별법 제정을 위한 대국민 홍보 활동, 청와대·국회 방문 등 다각적인 방법들을 찾고자 합니다. 유족들도 먼저 지자체별로 활동해 온 개별적 접근보다는 하나로 총의를 모아볼 생각입니다.

Q. 어려운 시기에 유족회 대표를 맡게 되셨는데 10여 년 유족회 활동을 해 오시면서 유족회가 어떤 모습으로 활동하기를 바라신 지요?

유족회가 좀 품위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태극기 부대처럼 목소리만 크고 과격하게 앞장설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떠들어도 과거사법이 통과되듯이 어떤 계기가 있어야 부드럽게 되는 것이지 우리가 아무리 목청을 돋워 봐도 안 된다는 것은 안 되는 것입니다. 시대적인 요청이 맞아야 일도 풀리는 법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아쉬워해서 막 관에 찾아다니고, 국회의원 찾아다니면서 애걸복걸하는 것도 한 번쯤 고민해 볼 문제입니다. 국가가 들어주든, 안 들어주든 유족들은 품위 지키면서 국가를 상대로 떳떳하고 당당한 자세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여순항쟁 72주년이 되는 올해 유족회 회장으로서 특별히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바람이 있다면 전라남도에서 주관하는 여순항쟁 72주년 추모식이 오는 10월에 구례에서 열립니다. 도지사가 참석하는 추모 행사에 존경하고 좋아하는 문재인 대통령께서, 또는 총리, 아니면 이낙연 전 총리가 더불어민주당을 대표하여 꼭 오셔서 유족들 앞에서 사과의 말씀 한마디만이라도 해 주신다면 유족들의 한, 응어리가 풀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국가를 대표하는 분이 여순항쟁 추모식에 참석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여순항쟁은 국가적으로 인정을 받는 것이 될 것입니다. 기회가 닿는 대로 청와대를 비롯하여 이낙연 전 총리에게도 우리 뜻을 충분히 전달할 것이고, 집권당 원내대표에게도 건의하려고 합니다. 이번 구례에서 개최되는 여순항쟁 72주년 추모식에 문재인 대통령께서 꼭 참석해 주시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아버지 시비 앞에서 사부곡을 노래하는 이규종 회장
아버지 시비 앞에서 사부곡을 노래하는 이규종 회장

이번 인터뷰에서는 과거사법 통과에 따른 여순항쟁 전국유족회 회장으로서의 입장뿐만 아니라 여순항쟁 당시 경찰에 의해 아버지를 잃은 유족으로서 증언도 들을 수 있었다. 남편을 잃고 혼자 되신 어머니를 모시고 외아들로 구례에서 평생을 살아오신 이야기, 시인이 되어 “단,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은 내 아버지”를 수없이 불러보지만 꿈에도 볼 수 없었던 아버지에 대한 사부곡 등 숨겨진 일화들을 채록하였다. 다만 이번 호는 과거사법 통과에 따른 유족회 회장으로서 입장만 전하기로 하고 기회가 되면 아버지 없이 외아들로 살아온 유족의 서러운 이야기도 실어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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