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대 4.15총선에서 더불어 민주당이 압승을 차지했지만,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정당 득표율 9.67%로 비례 5석과 지역구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이는 20대 국회의 정의당 의석수와 동일한 것으로 선거법 개정과정에 기대했던 예상에 크게 못 미친다. 지난 4·15 총선에서 정의당 후보로 출마했던 강병택 후보를 만나 우리 지역의 정의당과 진보 정당의 총선 분투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 편집자 주 - 
21대 순천광양구례곡성갑 정의당 국회의원 강병택 후보
21대 순천광양구례곡성갑 정의당 국회의원 강병택 후보

▶ 정의당 활동 계기는

이전에 참여했던 민주 노동당은 현실 정치의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정의당에서 노동의 현장성과 계급성을 강화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동안 동부권에서 정의당은 깃발만 있었지 구체적인 정치 활동은 거의 없었다.


▶ 전남 동부지역에서도 정의당 후보의 득표율이 높지 않아 지역에서 갈 길이 아직 멀어 보인다.

양대 정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한 후에도 8~9석은 예상했었지만, 그 기준에도 못 미치는 결과가 나왔다. 진보정당이라고 하는 정의당의 실제 지지기반이 확실하지 않은 측면이 컸다. 우리 지역의 정의당 내에는 활동 경험이 있거나 선거 기획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독자적으로 벽을 뛰어넘기에는 자기 구축을 못 했다고 볼 수 있다. 기존에 정의당은 노동 문제, 현장의 요구를 담는 정치 행위가 부족했다. 스피커가 조금 더 커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스피커를 키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은 부족하다는 내부 평가가 있었고, 거기에 공감한다.

 

▶ 이번 4.15총선 이후 한국의 진보정당이 약화하면서 미국처럼 보수 양당 구조로 정착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크다. 보수 양당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한국의 진보정당의 역할은?

민주당은 중도우파에 가깝지 진보는 아니다. 언론이 양당 구도 속에서 수구 보수에 대비되는 진보 프레임을 만든 것이지, 민주당 자체가 진보라고 볼 수는 없다.

우선 민주당이 진보적 의제를 해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특히, 코로나 위기와 경제 위기가 맞물려 있는 상황에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의제들이 계속 생겨날 것이다. 

예를 들어 ‘노동의 유연화’라는 의제를 놓고 봤을 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상황에서 시민들의 요구를 민주당이 전폭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민주당 의원들과 지도부들이 삼성과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나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실제 사업을 기획하는 방향타를 쥐고 제시해야 하는 것은 정의당과 여타 진보정당일 수밖에 없다. 물론 정의당이 다 할 수 없다. 그동안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정의당은 진보적인 의제를 제안하고 해결을 위한 연대를 계속 해 나가야 한다. 


▶ 4.15총선 과정이나 이후, 진보정당들의 통합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국민승리21에서 시작해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노동당, 정의당으로 활동하며 이 지역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 운동 진영으로 얘기하면 민족주의 계열이 자기 역할을 다했느냐라는 생각한 적이 있다. 운동도 경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기와 다르면 뿌리 내리지 못하게 한다. 그것을 놓고 통합하자고 하면 어떤 사람이 하자고 할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각자의 잘 할 수 있는 영역들에 대해 자기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통합의 필요성이 있다. 통합진보당을 예로 볼 때, 정치적 필요에 의해 통합된 것이다. 이러한 통합이 진정한 진보정당 운동의 발전을 위한 통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러한 통합은 오래가지 못한다. 지금 당장 우리가 권력을 잡는 것이 아니라면, 각자의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키우는 것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 이번에 진보정당들이 기대보다 저조한 결과가 나왔다.

진보정당들이 의제를 선정하고, 대중화시켜내는 기획력에 한계가 있다. 또한 정당 내 자기혁신이 아닌 자기중심 지키기에 집중하는 태도도 경계해야 한다. 진보정당이 노동자 계급에 기반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노조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 측면도 크다. 노조 간부들과 노조원 간 괴리가 크다. 내부적으로 정말 심각하게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순천 지역 정의당에서는 국회의원 선거 기획력을 가진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지게를 지고 다니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워낙 내부적으로 선거 준비한 기간이 짧았다. 외부 인재 영입을 통한 후보 선발 준비만 했지, 선거 내용을 준비하는 시간도 부족했다.

무엇보다도 당원을 설득하는 선거 일이 힘든 것 같다. 정의당 내에서 당원들과 결합하여 같이 호흡하는 부분이 약했다. 정의당에는 당비를 내는 역할로 족하다고 생각하는 당원들이 많다.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당원들이 적다. 당원들의 결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당내 관리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지역의 일반적인 대중 강연, 캠페인 같은 일상적인 정당 활동이 없었다.

 

▶ 지난 4.1일 ‘4.15 총선 순천시민 유권자 행동’이 순천광양곡성구례 갑 지역 ‘21대 국회의원 출마자 실천 서약식’을 열었고, 정의당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민생당, 무소속 후보자들과 함께 이 서약식에 참여했다. 제안된 공약들과 정의당 정책과의 공통분모는?

전남지역 선대본 공약에 여·순항쟁, 공공의료대학 설립 등과 관련해서, 개원 후 상임위가 구성되면, 도당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의제를 전달할 계획이다. 지역 내의 활동은 아젠다를 구축해서 계속 활동 할 것
이다.

특히 지역의 주요 의제 중 환경문제를 다룬 ‘그린뉴딜 경제’ 이라는 정의당 정책이 있었다.

그린뉴딜이란 굴뚝산업에서 재생,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전환을 위한 장기 프로젝트이다. 최근에 여수산단 대 개조사업이 선정되면서, 약 1조 8천억 원이 투자되어 소재부품 산업구조 혁신, 지능형 산단인프라 구축, 인력양성 및 근로 정주 환경 개선 등 산업단지의 구조 변화가 예상된다.

여수, 광양의 석탄 화력발전이 지속가능한 산업인가, 철 생산 사업이 과연 지속가능한 사업인가를 생각해보면 동의하기 힘들다. 

다만 산업 구조 변화와 일자리와의 연계를 고민해야 한다. 결국 무인자동화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인데. 고용 보장 측면에서 비판적, 분석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정의당은 환경과 고용을 공존하는 정책으로 그린뉴딜 경제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 정의당 후보가 느끼는 선거 현장 시민들의 반응은?

아직도 사람들이 후보자의 양력이나 프로필에 민감하다. 선거 활동 당시 정의당에 대한,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많이 확인했다. 하지만 표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결론은 국회의원 감으로 사람들에게 각인된 것이 있어야 표로 연결되는 것 같다. 소통하고 의제를 해결하는 사람도 좋지만, 아직까지는 국회의원은 높은 자리에서 사람들을 끌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청와대 등에서 일한 사람이 국회의원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강했다.

 

▶ 선거 후유증도 많았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여론 조사 결과에 연연하지 않았다. 여론이 좋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선거 결과를 뻔히 아는데 남을 속이고 싶진 않았다. 당을 위해 나온 사람이지, 나의 득표를 위해 나온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선거 중에 확인된 우리 지역의 정의당 일감들을 차분히 당원들과 함께 추스르고, 빵집도 다시 영업하고, 늘 그랬던 것처럼 지역의 일도 해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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