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

왜곡과 폄훼의 새로운 양상

자유연대라는 단체가 있다. 이 단체의 대표가 80년 오월 광주 계림동의 중학생이었다고 자신을 밝히는 김상진이다. 이 작자는 5·18가짜론과 과잉 국가 유공자 예우론을 주장한다.

음모론으로 교묘하게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 명단을 까라, 공적조서를 공개하라며 오월을 조롱하고 모욕한다. 이들은 5월 16일과 17일, 옛 전남도청 앞 광장과 금남로 거리에서 집회를 갖겠다고 신고서를 제출했다.

‘5·18 민중항쟁 제40주년 기념 행사위원회’가 코로나19로 인해 주요 기념행사를 취소하겠다고 밝힌 뒤이다. 혼신을 다해 준비한 행사를 취소한 마당이다.

사실 그동안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 양상은 다양했다. 국회의원 몇이 민의의 전당에서 황당무계한 망언을 지껄이자 국민은 그들을 내쫒아 집으로 돌려보냈다.

지만원에게는 법원에서 2억 원이 넘는 돈을 물게 하여 경제적 처벌을 가했다. 『전두환회고록』은 출판이 금지되었고 사자명예훼손죄로 형사재판에 부쳐졌다.

이들은 모두 숱한 희생으로 이룩한 민주주의의 환경과 제도를 이용해서 5·18의 정신가치를 혐오의 대상으로 전도시키려 하고 있다.

무엇이 이렇게 되도록 만들었을까. 88년 국회청문회는 5·18의 참상을 대한민국 국민들의 눈앞에 공식적으로 드러냈다. 숨어서 봐야했던 광주학살 비디오가 백일하에 공개되었다.

그러나 학살의 책임자와 진상은 덮였다. 80년 직후 전두환이 광주를 위로한다는 명목으로 국민성금을 강취한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노태우는 정부 보상을 통해 5·18의 진실을 덮어버렸다.

김영삼 정부는 전두환 노태우 일당을 재판정에 세워 12·12반란과 내란, 내란목적살인죄로 이들을 처벌하였지만 대통령에 당선된 김대중은 국민화합이라는 명분으로 이들을 사면복권했다. 이로써 끔찍한 참상의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은폐되었다.

형식적인 사법 심판과 피해자 보상으로 5·18을 광주만의 사건으로 묶어 버렸고 보상받은 피해자들만의 기억으로 5·18을 유폐시켰다. 폭동이 아닌 민주화 운동이라는 제한적 명예를 회복하는 데 그쳐 버렸다.

덮인 진상은 전두환 일당이 조작한 군 기록물이 대신하면서 북한 특수군의 폭동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사실 광주를 포함한 호남 고립 전략은 박정희 이후 지배 세력의 고전적 책략이었다. 그들은 88년 국회청문회 이후 철저한 호남 정치 세력의 고립과 배제로서 3당 합당을 꾀한다. 광주와 5·18은 상황을 돌파해야 했다.

요원해보이지만 청문회로 얻은 국민적 공감을 통해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명예회복과 배상, 그리고 국가 차원의 기념 사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광주 문제 해결 5원칙을 정립한다.

5·18의 전국화와 세계화 전략은 이후 5·18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시민적 동력이자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어 마침내 전두환 일당을 재판에 세울 수 있게 된다.

5·18 기념사업의 새로운 전략

미완의 진상규명에 돌입한 2020년 5월, 5·18과 광주는 40년 이후를 이끌어 갈 새로운 세대의 전국화와 세계화 전략이 필요하다.

일상의 나를 놓아두고 한 번쯤 멈추게 하는 5·18 광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5·18 광주에서 슬픔의 크기가 얼마쯤인지, 묘지에 가보고 인간다움의 용기와 희생이 어떠할지...

옛 전남도청과 금남로에 서보는 일이며 인간이 얼마나 악랄할 수 있는지, 그것에 맞선 인간은 또한 얼마나 숭고한 것인지, 505보안대와 상무대 영창, 광주적십자병원에 들어서 보도록 한다.

민주주의 이행기에 있는 아시아 각국의 인권운동에 5·18광주는 수평적 연대마당으로 손을 내밀어야 한다.

누구나 광주와 5·18을 통해 탈일상과 초월의 상상을 경험하게 하여 인류가 더 나은 민주주의와 평화로 나아가게 할 자양분을 얻도록 하는 것. 기념과 계승의 5·18이 지향해야 할 전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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