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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서 부터 알아가는 재미가 차라리 낫더라고요태랑도예원 배종길 씨
정연희  |  webmaster@agora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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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 승인 2014.06.19  16:5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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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과 이사천 맨물이 땀 흘려
소금 짠 바다가 되는 갈대밭 넓은 순천만을 알고 있니

황새, 저어새, 흑두루미, 도요새…,
바지락 훔쳐가도
휘~이 한소리에
내 것도 네 것이 되는 곳 말이야

남의 다리로 섰다가
새들의 마음 닮고
갈대자루 마음 청소하고
내 다리로 돌아가는 곳 말이야

시처럼 이어지는 위 글은 태랑도예원을 운영하는 배종길 씨가 순천만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들려주는 ‘순천만 이야기’ 다. 누구보다 순천만을 소중히 여기는 그가 도예원 이름에 태랑을 붙인 것은 ‘태랑’의 뜻이 ‘큰 사랑을 하는 사람’ ‘사람을 많이 안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어서다. 그는 수많은 생명을 품고 있는 세계 5대 연안습지 순천만처럼 사람을 많이 안을 수 있는 큰 사랑을 품은 도예원을 꿈꾸고 있다. 큰 사랑을 담은 ‘태랑’이라는 말이 얼마나 좋았으면 일곱 살이 된 아들 이름도 배태랑으로 지었다고 한다.

올해 4월 20일 순천만정원박람회장이 재개장 하고 순천만정원 동문 어린이공원 내에 있는 부스에서 도자기와 유리공예 체험 활동을 진행하며 작품을 판매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별량면에 있는 태랑 도예원은 살림집과 도예원이 붙어 있어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작업을 해왔는데, 요즘은 순천만정원으로 출근 해서 작업을 한다고 한다.
 

도자기 찾아 길 떠나다

순천에서 고등학교 졸업하던 해에 그는 어머니한테 20만원 받아 들고 서울로 상경했다. 뭔가 하고 싶어서 올라간 서울에서 딱히 제 할 일을 찾지 못하고 3개월간 애견 숍에서 개똥을 치웠다고 한다. 다시 수원으로 옮겨 마이마이 카세트에 들어가는 부속품을 끼우고 빼는 일을 하루 종일 했다. 돈을 벌기위해 자신에게 별 의미없는 일을 질리도록 하다 보니 자신에게 맞는 일이 뭘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뭘까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평소에 그림이나 디자인 쪽에 관심이 많던 그는 고령에 가면 도자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 무작정 내려갔다고 한다. 고령에서 얼마간 서성거리다가 경주에 있는 도자기 공방을 찾아가 도자기 공예에 입문했다. 선생님 밑에서 조각부터 물레 돌리는 대장일을 배웠다. 대장일을 배우는 걸 ‘꼬박사’라고 하는데, 꼬박사는 대장에게 흙을 대주고, 물레 돌릴 때 바닥으로 떨어지는 흙을 주워 담는 일을 한다. 젊어서 힘이 있을 때 가마 일을 배우고 대장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일하다가 도자기의 도시 여주로 올라갔다. 여주는 우리나라 도자기 시장의 70%이상이 형성되어 있는 곳이라 일단 터는 맛을 보고 군대를 가고 싶었던 것이다. 여주로 가서 첫 번째로 인연을 맺은 사람이 인천에서 온 인천대장인데 솜씨가 뛰어난 형님이었다. 그 형님은 도자기를 배우려고 할 때 콧털 대장이라는 사람 덕을 입었던 때문인지 배우려는 의지를 불태우는 배씨를 물심양면으로 도왔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 소개받아 내려간 곳이 경산이다. 경산에서 4년 정도 일하다가 이제 자립할만하다 여겨 고향인 순천시 주암면으로 내려왔다. 주암에서 첫 가마를 묻고 3년 정도 일하다가 순천 아랫장으로 도예원을 옮겼다. 그곳에서 수강생으로 배웠던 사람들이 현재는 작품 활동을 하기도 한다. 아랫장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그 무렵에 결혼도 했다.

배종길 씨가 도자기 찾아 길을 떠난 후 그 때 그 때 제대로 실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만남과 사연을 듣고 있자니 마치 신기한 옛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사실 돌아보면 우리들도 모두 재미난 옛 이야기 속의 주인공처럼 험난한 여정 속에서도 가장 적절하게 나를 돕는 사람들을 만나 자기다운 ‘자기’의 모습을 갖추어가며 살아가고 있다.

 

몸으로 익힌 공부

도자기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은 거의 연로한 분들이었다. 그 분들은 그 위에 어르신들한테 몸으로 배운 것이다. 도자기 만드는 법을 가르친 선생님들이 오르신들이라 말 주변이 없어서 입으로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던 것을 손으로 보여 줬는데, 요즘 그는 이렇게 저렇게 작업하는 과정에서 말귀를 이제야 알아듣고 있다. 당시에는 무슨 소린지 전혀 알아듣지 못했었다. 이제야 ‘아~ 그때 그 대장이 그래서 이렇게 했구나!’ 하고 무릎을 치며 혼자 웃기도 한단다.

그는 느린 배움의 과정이 오히려 인생을 살아가는 큰 즐거움이었다고 말한다. “아주 잘 배워서 실력을 늘려 자랑하는 것보다 부족해서 밑에서 부터 차근차근 알아가는 재미가 차라리 낫더라고요. 적당히 어눌해서 어깨 힘 빼고 노는 거예요. 그런 즐거움이 있으니까 꾸준히 하는 거죠.” 

그는 원래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먼저 도자기를 만드는 것이 필요했던 것이다. 다른 도공들에게 배우면서 대장이 하는 일에 주력하다 보니 가장 부족했던 부분이 유약과 가마 불이었다. 유약에 관한 공부를 하기 위해 강진에 있는 대학에 가서 2년 동안 더 배웠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면서 앞으로 더 공부해야 할 발판을 다지는 계기가 된 셈이다. 

 

흙쟁이는 흙으로 이야기해야

적당히 어눌하게 어깨에 힘을 빼고 배우는 즐거움으로 일하는 동안 그의 실력은 나날이 일취월장해 왔다. 지난 2012년 42회 전라남도 공예품 대전 및 관광기념품 공모전 공예분야에서 ‘외규장각가례도감의궤 반차도문양 다기, 주기’ 로 대상을 차지했다. ‘외규장각가례도감의궤 반차도문양 다기, 주기’ 는 프랑스에서 145년 만에 의궤가 반환된 것에 착안하여 의궤의 존재와 가치를 나누고 싶어서 다기와 주기에 반차도 문양을 새기게 되었다.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는 조선시대 문화재인 외규장각 의궤를 약탈해 갔다.

공예재료 중에 인체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것이 흙인 것처럼 그가 만든 작품도 다기를 비롯해, 주기, 생활자기, 오카리나 등이 있다. 올해 공모전 준비는 고니를 주제로 잡고 있다고 한다. 순천만정원에 고니가 있지만 일부러 고니를 보러 가까이 다가가지는 않는다고 한다. 비워놓고 나머지는 생각해서 만들어 가는 것이기에.

앞으로 배종길 씨가 흙으로 하고 싶은 분야는 도예로 하는 장애인 재활이다. 주암에 있을 때 장애인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다가 일단락 지었고, 공부를 좀 더 많이 한 다음에 도예 재활 수업을 할 계획으로 준비 중이라고 한다.

   
 

   
 
휴먼라이브러리는 2000년에 덴마크의 평범한 청년들이 모여 만든 프로젝트로, 도서관에서 보고 싶은 책을 빌리듯이 만나고 싶은 사람을‘빌려’서 만나는 것입니다. 기획취재2팀은 순천에서 휴먼라이브러리 프로젝트가 이루어질 수 있는‘밑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만나봤으면 하는 사람들을 기사를 통해 소개하고, 그 사람들과의 만남을 주선하려고 합니다..


 취재: 휴먼라이브러리 팀
 글: 정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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