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택의 ‘별나라 형제들’ (19)

▲ 박종택
본지 논설위원
이 책의 저자는 다음과 같은 의외의 주장을 하고 있다.

“인간과 외계인과의 만남은 오래 전부터 계속되어 왔다. 다만 지구인이 지각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외계인과의 만남을 이루기 위해서 어떤 열쇠나 비법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무슨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만남은 유사 이래 지속되어 왔으나 지구인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독자들은 매우 의아해 하며 이렇게 요청할 것이다.

“외계인과의 만남은 계속되고 있는데 지구인이 지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달라.” 자, 그러면 하나의 예를 들어 보자. 우리는 마젤란이라는 유명한 탐험가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다. 한 때 마젤란은 멀리 떨어진 토착 부족민이 살고 있는 섬에 도착했다. 그는 큰 돛단배를 해안선에서 상당히 떨어진 바다에 정박시켜 놓고, 작은 보트를 타고 노를 저어 섬에 접근했다. 섬에서는 부족민들이 나와서 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부족민들은 보트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으로 여겼던 것이다. 큰 배가 저 만큼 정박해 있고, 거기에서 선원들이 내려 작은 보트를 타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저기 있는 큰 배를 볼 수 없었던 것이다. 부족민들은 놀라고 의아해 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나? 왜 부족민들은 저 만큼 떠 있는 큰 배를 지각하지 못했던가? 사연인즉 이렇다. 그들의 현실인식(view of reality)에는 큰 배가 바다에 떠 있는 일이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태초부터 그 때까지 조그마한 카누를 타고 살아 왔다. 따라서 “큰 배가 바다 가운데 떠 있다.”는 것은 그들의 머릿속에 그려져 본 적이 없었다.

그 후 마젤란은 그 부족의 샤먼을 찾아서 상상력과 반복적 묘사를 통해 돛단배가 떠 있다는 것을 설명했다. 마침내 샤먼은 그 배를 볼 수 있었고 눈꺼풀이 열리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개안의 경험을 한 샤먼은 이제 애써서 부족민들에게 설명을 했고, 드디어 모든 부족민들은 그 배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자, 저자의 말을 믿는다면, 외계인과의 만남은 특별한 일이나, 특정한 사람만 하는 일이 아니고 유사 이래 계속 일어나고 있다. 지구인은 자각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왜냐하면 지구인의 현실인식 속에는 “지구 밖에 인간과 비슷한, 인간보다 월등한 문명사회를 성취한 지성체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은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마 인정할 수 없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갈릴레오가 “지구는 돌고 있다.”고 말했을 때, 이미 지구는 수 십 억 년 전부터 돌고 있었다. 단지 지구인 중 누구도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다는 사실을 지각하지 못했을 뿐이다. 또한 당시 특권을 누리고 대중을 지배하고 있었던 성직계와 지배층은 이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진실보다는 기존 이데올로기와 체제의 유지가 자기들에게 더 유리했기 때문이다.

평생 동안 어두컴컴한 우물 안에 갇혀 산 개구리가 벌레와 지렁이들 앞에서 멋 부리며 살아 왔듯이, 수 천년동안 인류는 좁쌀처럼 작은 지구라는 행성에서 지지고 볶으면서, “내가 더 잘 났고, 더 힘이 세고,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하면서 살아 왔다. 지구인은 오랜 세월 동안 마법에 걸렸고, 마취되어 살아온 것이다. 인류가 걸린 마법을 누가 풀어줄 것인가? 누가 우물 안 개구리에게, 봄에 피는 꽃과 겨울의 눈, 아름다운 강의 흐름과 바다의 수평선을 이야기해 줄 것인가?

희망이 보인다. 때가 되었고 지구인들이 깨어나고 있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