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성호
국립순천대 지리산권
연구문화원장
올해는 동학농민운동 12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1894년 조선왕조의 무능과 일본을 필두로 하는 외세의 침탈에 저항하여 일으켰던 동학농민운동을 기리는 기념행사와 학술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순천에서도 순천대 지리산권문화연구원을 중심으로 하여 순천지역에서 동학농민운동 관련 행사를 다양하게 준비해왔다. 지난 4월 28일에는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장이셨던 이이화선생을 모시고 ‘동학농민혁명과 순천지역의 항쟁’ 초청 강연회를 개최하였다. 이어 5월 9일에 ‘지리산권 동학농민혁명과 동학’ 학술대회를 국내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진행하였다.

전남동부지역과 경남서부지역을 포함하는 지리산권 남부지역의 동학농민운동은 김인배 장군의 활동을 통해 재평가될 필요가 있다. 영호대접주 김인배 장군은 순천에 영호대도소를 설치하여 순천, 광양, 여수, 하동, 사천, 진주 등 영호남을 아우르면서 큰 성과를 올렸다. 10만 농민군을 동원하여 진주성을 점령하고, 여수 좌수영을 세 차례에 걸쳐 공격하고, 일본군과 직접 전투를 치루기도 하였다. 순천출신인 영호 수접주 유하덕, 영호도접주 정우형, 성찰 권병택 등이 김인배 장군을 도와 영도대도소에서 큰 역할을 했던 것은 우리 지역이 자랑할 만한 일이다.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순천을 비롯한 지리산권 남부지역 동학농민운동에 대한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첫째, 전남동부지역과 경남서부지역을 포함하는 지리산권 남부지역 연구심화는 전북중심으로 진행된 기존 동학농민운동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둘째, 김인배 장군을 중심으로 한 지리산권 남부 동학농민운동군은 진주성을 점령하고 부산 쪽으로 나아가려고 했다고 추정된다. 이 부분에 대한 연구가 더 진척되면 동학농민운동군이 서울 쪽으로만 진격하려고 했던 기존 설과 다른 동학농민운동 전체구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가능할 수 있다. 셋째, 지리산권 남부지역 동학농민운동의 중심지인 영호대도소가 설치되었던 순천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교육확산이 필요하다. 이는 지역 시민과 청소년들의 지역에 대한 역사적 자부심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지리산권 남부지역 동학농민운동의 중심지였던 순천에 제대로 된 동학농민운동관련 기념물이 없다. 훌륭한 동학관련 기념물을 이미 세운 주변 하동, 남원, 장흥 등에 비추어볼 때, 순천지역에 동학농민운동관련 기념물들이 없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동학농민운동 120주년을 계기로 순천지역에 제대로 된 동학농민운동관련 역사 기념물이나 상징물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영호대도소가 설치되었던 순천부 관아터에 동학농민운동 기념물을 세우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는 순천도심에 동학농민운동이라는 역사적 스토리를 추가적으로 제공하여 외부 관광객들을 순천 구도심으로 끌어 들여 활성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는 순천에도 제대로 된 동학농민운동 기념물을 세워야 할 때이다.


 제 38호- 2014.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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