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천간디학교의 ‘특별한’ 교육과정

‘자유학기제’는 입시 위주의 학교교육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되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입시위주의 학교교육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실천들이 있어 왔다. 그 가운데 하나의 흐름에는 대안학교 운동이 있다. 새로운 학교 모델을 만들어 다양한 교육과정을 통해 나름대로의 대안을 제시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자유학기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 대안학교의 사례를 싣는다. 대안학교의 여러 사례 가운데에서 가장 초창기에 시작해 지금까지 변함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간디학교를 소개한다. 간디학교의 여러 실험들 가운데 자유학기제와 가장 연관성이 깊다고 판단되는 ‘움직이는 학교’와 ‘대안적 길 찾기’ 교육과정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기자 주)

월악산 자락에 자리잡은 제천 간디학교. 그 학교에서는 매년 6월이 되면 아이들이 학교에 없다. 중등과정에 있는 학생들은 3주간 학교를 떠나 새로운 배움터에서 배움을 얻고, 고등과정의 학생들은 한 학기동안 ‘생명과 평화’라는 큰 주제를 가지고 이러한 가치를 실천하고 있는 현장에 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은 풍물 전수를 받으러 가고, 2학년 학생들은 연극․음악․미술 등의 집중 연수를 받으러 가고, 3학년 학생들은 제주도 도보여행 ․ 역사기행 ․ 타대안학교 탐방을 하러 가는 방식이다. 
 

▲ 간디학교 중등과정 3학년 학생들이 움직이는 학교 교육과정으로 제주도 도보여행을 하고 있는 모습
 
간디학교에는 ‘움직이는 학교’ 교육과정 외에도 ‘대안적 길 찾기 과정’이 따로 있다. 이 과정은 그동안 대안학교에서 5년 동안 배우고 익힌 것들을 어떻게 구체화시킬 것인지를 현장 활동을 통해서 깊이 있게 알아가는 실험의 장이다. 간디학교 6학년(고등학교 3학년 정도의 나이) 학생들은 5학년 2학기에 인턴십 계획을 발표하고 통과가 되면 6학년 때 자신이 배우고 싶은 일감이나 분야를 정해서 최소 4개월부터 최대 8개월 동안 대안적인 삶을 살고 있는 현장(박스기사 참조)에서 인턴십 과정을 거친다. 인턴십이 끝나면 6학년 2학기 때 발표회를 가진다. 이 과정을 마쳐야만 졸업이 가능하다.

▲ 움직이는 학교 교육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간디학교 학생들

간디학교는 올해도 ‘움직이는 학교’와 ‘대안적 길찾기 과정’을 진행한다. 간디학교 1학년인 ‘빠빠바라빠반’은 올해에는 학교가 터를 잡고 있는 지역 사회에서 ‘움직이는 학교’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역에서 사는 여러 강사선생님들을 모시고 내 삶의 터와 생활방식,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기 등을 알아갈 예정이다. 간디학교 2학년인 ‘열세시반’은 원주에 있는 <극단노뜰>에서 12박 13일 동안 생활하면서 예술·연극·춤을 배운 뒤 동강에 있는 제장마을에서 2박 3일간 생활하면서 마무리를 할 계획이다. 간디학교 고등과정 학생들은 생명과 평화라는 큰 주제를 가지고 한 학기 동안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한 뒤, 이러한 가치들을 실천하고 현장들을 인터뷰하고 체험하기 위해 학교를 떠난다. 고등과정 학생들은 중등학생들과 달리 각자의 소주제를 가지고 개별적으로 진행한다. 올해에 간디학교 고등과정 학생들은 옥천신문, 성미산 마을까페 작은나무, 성미산밥상, 젠니클로젯, 변산공동체, 밀양 765kv 송전탑반대대책위, 참여연대, 카페슬로비, 시사인천, Bunker1, 햇빛따라마을어린이도서관, 프란치스코의 집, 교육공동체 ‘나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지리산생명연대, 채식까페 공존, 카페바인 등을 방문할 계획이다.

간디학교는 이 교육과정을 2006년부터 지금까지 쉼없이 진행해 오고 있다. 이 교육과정을 고수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학생들은 움직이는 학교를 통해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집중해서 몰입해보는 경험을 가짐으로써 자신감을 얻게 되고 새로운 현장에서 그 분야의 전문 교사들과 함께 심도 있고 전문적인 학습을 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3주 동안 숙식을 함께 하면서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와 배려하는 마음을 기르고 아름다운 가치들을 실천하고 사는 단체나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자신의 삶의 모델을 찾기도 한다.
국가교육과정에서 자유로운 대안학교 사례를 일반학교에 전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3주나 한 학기 동안 학교를 떠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8년 전부터 ‘한 학기’가 아닌 ‘전 학기’를 자유롭게 운영하고 있는 대안학교에서 자유학기제 운영과 관련된 경험들을 배울 수 있지는 않을까?

 

 제 39호- 2014.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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