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학교 이사람-월등초등학교 김태영 교장

▲ 월등초등학교 김태영 교장
아이를 시골학교에 보내는 이유를 동행한 시민기자가 물었다. 바로 답했다. “학생 수가 적어 선생님이 한번이라도 더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30명의 콩나물 반이라면 수업시간에 한 명에게 1분도 이야기하기 힘든 수업이 될 수 있다.”

월등초등학교의 어느 선생님은 “처음에 시골 학교에 오니 적응이 안 될 정도로 아이들이 개구지게 느껴졌는데 한 학기 지나고나니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여기서 정년을 맞이하고 싶을 정도로 좋아졌다”고 말했다.

영어도 중국어도 시골학교가 더 낫다

교장실에서 만난 김태영 교장선생님은 특별활동도 중요하지만 교육프로그램 또한, 더 활성화돼야 한다고 요즘 중점에 두고 있는 교육 내용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올해는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중국어를 시작했는데 아이들이 커서도 외국어로는 영어가 주로 쓰일 가능성이 있지만 13억의 중국과 동남아 여건상 중국어는 꼭 필요할 것이고 중국어를 얼마나 잘하느냐가 아니라 겁먹지 않을 정도의 단계로 어릴 적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학교 여건상 강사 구인이 쉽지 않았는데 마침, 학교 내 다문화 가정의 학부모와 상의를 했고 학부모가 흔쾌히 동의해서 중국어과정이 개설됐다. 영어수업 또한, 모두가 쉽지 않다고 했는데 시행착오를 통해 올해부터는 5~6학년에 대해 원어민 강사가 직접 영어로 수업을 하고 있다.

▲ 5월에 열린 체육대회에서 학생들이 외발자전거 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월등초등학교를 유명세를 타게 한 단초는 ‘외발자전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태영 선생님이 외발자전거를 도입했던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가져갈 수 있는 장기와 학교를 알릴 수 있는 특기를 고민하던 선생님에게 학교에 방치돼 있던 ‘외발자전거’가 눈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두발자전거와 달리 일어서는데도 몇 달은 걸리는, 배우기 쉽지 않은 자전거다.

본관 뒤 ‘타원형의 손잡이 틀’이 있는데 김태영 선생님이 만들어낸 것이다. 아이들이 벽을 잡고 일어서는데 불편해 다른 방법이 있어야겠다는 생각 끝에 고안했다. 선생님은 외발자전거 지도를 담당하고 있는 생활부장 김종민 선생님과 여러 선생님들께 점심시간 등 아이들이 외발자전거를 탈 때 잘 지켜봐 달라고 부탁을 하셨단다. 지켜보면서 아이들에게 잘한다고 격려를 하니 신나서 더 열심히 하더라고 한다.

▲ 2012 남승룡마라톤대회에서 학생들과 함께한 김태영 교장.
월등초등학교 외발자전거는 2012교육과학기술부 주최 대한민국창의체험페스티벌 초등부 대상 등 여러 대회에서 상을 받았고, 이제는 정원박람회 등 많은 곳에서 공연을 요청해와 조정을 해야 할 정도라고 자랑이다. 점심 식사 후에 외발자전거를 타는 저학년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의 표정에서 걱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어린 때에 외발자전거 타는 법을 배워 익히고,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공연까지 할 수 있는 자신감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김태영 선생님과 월등초등학교는 지금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평생 즐길 악기로 선택된‘기타’

‘아이들이 평생 즐길 수 있는 악기는 무엇일까? 바이올린은 비싸고, 피아노는 무겁고...’ 이런 과정을 통해 선생님이 찾아낸 것은 ‘기타’.

 
지난 5월 운동회에서 외발자전거 공연, 저학년의 오카리나 공연, 4·5·6학년의 기타 공연은 체육대회의 풍성함 만큼이나 아이들의 인생이 풍성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김태영 선생님은 암 수술을 네 번이나 받았다. 선생님은 이 과정 속에서 ‘삶을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가’를, 교직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 붕어빵 사장을 초청해 맛있는 붕어빵 만들기 강좌도 열었다.
월등초등학교에 부임하고서 아이들과 면담을 했다. 요구사항과 불만사항을 확인하고 ‘아이들이 재미부터 느끼게 해야겠다, 학교를 아이들에게 돌려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도 후배들에게 후회 없는 교직생활을 하자고 함께 다짐을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인복이 많다고 말한다. 학교에서 텃밭도 가꾸고 쉬는 날 외발자전거 대회나 행사도 나가면서 열정적으로 참여해 준 선생님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재철 교감선생님, 기타를 지도해주는 선생님, 외발자전거 김종민 선생님 등 한 분, 한 분의 노력을 기억하며 이들을 만난 것이 복이라는 생각이다.

▲ 정원을 아이들의 학습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부임 초기에 월등초등학교 인원이 적어 아쉬웠지만 지금은 이 문제에 부담을 갖지 않는다. 학생수가 꼭 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점차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학교를 아이들에게 돌려주겠다’는 교과서 같은 생각을 편안하게 표현할 수 있는 선생님의 모습에서 아이들, 학교에 대한 고민과 사랑의 깊이를 느끼게 된다. 그 결과물이 대안학교와 함께 이름이 오르내리는 지금의 월등초등학교를 만든 것이다. 학교를 통해 아이들이 기를 펴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