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민주노총 홈플러스노조 순천지부

 


세계노동절이 124주년을 맞았다.

2013년 4월 노동자 703명을 대상으로 노동절 유급 휴무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5.5%가 ‘노동절에도 근무한다’고 응답했다. 노동절에 출근하면서도 74.1%가 휴일 근로수당이나 보상휴가 등 별 다른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노동자의 60% 이상이 무권리 상태에 놓인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보니 이 같은 조사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3월 11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2013년 비정규직 여성근로자 임금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 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57.5%로 남성 노동자 비정규직 비율(37.2%)보다 훨씬 높았다. 여성 비정규직의 한 달 평균 임금은 정규직 남성 노동자의 35.4%에 불과했고, 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53.2%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었다.노동자 중에서도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가 가장 열악한 것을 알 수 있다.

순천광장신문은 세계 노동절 제124주년을 맞아 여성 노동자이면서도 정규직과의 차별, 남성노동자와의 차별의 굴레를 벗고, 당당한 노동자임을 선언하면 노동조합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을 만났다. 홈플러스 순천조례점에 근무하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그들이다.



▲ 이현숙(홈플러스노동조합 순천지부 사무국장-왼쪽)씨와 임미영(홈플러스노동조합 순천지부 지부장-오른쪽)씨


17:1 경쟁률을 뚫은 직장
홈플러스 순천점에 근무하는 임미영씨(43세)는 입사 10년차이다. 2004년 11월 오픈한 홈플러스 순천점과 함께 해 온 장본인이다. 당시 순천에는 외국계 유통업체인 까르푸를 제외하고 대형유통업체가 없어 채용공고가 나니 많은 사람이 몰렸다. 17: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 했지만 막상 채용되고 나니 현실은 달랐다.

임씨는 “어떤 일 하는지 자세히 몰랐지만 워낙 큰 유통업체라 기대가 많아 꿈에 부풀었다. 고급 인력이 많이 왔지만 근무조건도 좋지 않았고, ‘너는 계산대, 너는 매장 관리, 너는 창고...’ 이렇게 일을 시켜 많이 그만 뒀다”고 말했다.

임씨도 한 달에 네 번 밖에 쉬지 못하고 임금도 얼마 되지 않아 몇 번이나 그만두고 싶었지만 집과 가깝고, 주5일 근무가 시작되면서 한 달에 아홉 번 쉬게 되어 계속 다니게 되었다고 한다. 10년 동안 성실하게 일했지만 여전히 비정규직인 왕고참 임씨는 현재 홈플러스 조례점 노동조합 지부장이다. 그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노동조합에 대해 관심도 없었고, 알지도 못했다.
 

쟤들은 왜 저렇게 싸울까?
2007년 이랜드 비정규직 대량해고에 맞서 순천지역에서도 뉴코아 노동자들과 홈에버(현 홈플러스 풍덕점) 노동자들이 파업을 전개한 일이 있다. 그 당시 소식에 대해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입사 6년 차인 노동조합 사무국장 이현숙(44세)씨는 “같은 대형마트 노동자이지만 그땐 노조에 대해 전혀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 TV에 나와도 무심결에 보고 쟤들은 왜 저렇게 싸울까?” 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이 씨가 노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3~4년 전 부터이다.

“지금의 섹션장(계산원과 고객센터를 책임지는 팀장)으로 바뀌면서 부당한 일을 많이 겪었다. 고객들한테 잘못한 것도 없는데 고객이 시키면 우리에게 무조건 사과하라고 했다. 너무 싫었고, 비참했다”고 토로한다. 노조가 없으니 우리를 무시하는 거라며 그때부터 노조가 있으면, 우리에게 힘이 되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노조가 생겼으니 가입하세요
그러던 어느 날 문자가 왔다. ‘홈플러스 노조가 생겼습니다. 직원 여러분! 노조에 가입하세요. 우리의 권리를 찾읍시다’ 가뭄에 단비같은 소식이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홈플러스노동조합이 2013년 3월 24일 출범하였고, 전체 직원에게 3월 말 문자가 왔다.

임씨는 “너무 좋았다. ‘노조가 생겼대. 빨리 가입하자’ 하면서 순식간에 조례점 비정규직 직원의 80% 이상이 가입했다”고 말한다. 이렇게 홈플러스노동조합 순천지부는 2013년 6월 9일 생겨났다.

홈플러스 조례점 전체 직원 중 비정규직은 70% 정도이다. 처음에 90% 이상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조에 가입했다가 단체협약을 위해 투쟁하고 부분 파업하는 과정에 조합원이 약간 줄어들기도 했다.

2014년 1월 3일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계산대에 근무하는 조합원들이 부분파업을 하게 되었다. 조합원들에게 이 날 만큼 가슴 떨린 날도 없었다.

임씨는 “처음엔 조금 쭈뼛쭈뼛하고, 눈치도 많이 보고 했다. 구호를 외치며 매장을 돌 때는 너무 가슴 벅찼다. 당시의 영상을 지금 봐도 뿌듯하다. 이런 게 힘이구나 느꼈다”는 것이다.

‘할 수 있을까?’ 생각했던 일을 하나씩 해 나가면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의 소중함을 더욱 더 깨닫게 된다. 
 

▲ 2014년 1월 3일,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부분파업을 하며 매장 내 선전을 하고 있다. 이후 2014년 1월 9일, 홈플러스가 설립된 지 14년 만에 노사 간 첫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관리자는 아직도 노조 인정치 않아
현재 노조는 회사의 인사발령을 ‘부당인사’라며 맞서 싸우고 있다. 조합원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하루 전날 인사발령을 낸 것이다. 회사는 일반적 인사라고 주장하지만 단체협약에도 본인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되어 있다.

현수막도 걸고, 1인 시위도 하면서 세 차례 점장과 면담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부당했다. 어느 날 갑자기 매장 앞 현수막이 뜯기자 CCTV 확인을 요청했지만 점장 승인이 없다며 거부하고 있다.

이씨는 “점장은 권위의식이 높은 사람이다. 노조를 무시하고 노조와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며 “지금은 세월호 문제로 투쟁을 잠시 중단했지만 반드시 부당인사를 철회시키겠다”고 말한다.
 

▲ 홈플러스 조례점 앞에서 선전전을 진행하는 조합원들


마트노동자, 노조 만들어야

서비스 유통업계 노동자들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고객을 맞이해야 한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생긴 이후 많이 달라졌다.

임씨는 “예전에 잘못한 것도 없는데 고객이 사과하라고 해서 그만 둔 직원도 있었다. 지금은 클레임(고객 항의 등) 걸리면 섹션장이 응대한다. 단체협약에 나와 있다. 조합원이 겁을 먹지 않고 당당해졌다. 일을 하면서 부담을 덜었다”고 한다.

이 씨도 “예전에는 시키는 대로 일했다. 하지 않으면 다른 데로 보내니까 해야만 했는데, 이제는 내 권리를 주장한다. 우리도 ‘아닌 건 아니다’고 말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관리자들이 눈치를 본다”며 밝게 웃는다.

노조가 생긴 이후 연차, 병가, 보건 휴가도 당당하게 쓰게 됐다고 말하는 그들.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는 노조를 통해서만 권리를 보장받고 있는 현실이다.

다른 대형마트 노동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지 물었다.

“우리가 노동자이기 때문에 노조가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노조가 생겨야 내 권리도 주장할 수 있다. 하루빨리 노조를 만들었으면.....”

1년 전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줌마였던 그들이 이제는 당당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로 변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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