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준
소설가. 순천광장신문논설위원장
2010년 6·2 지방선거 당시 16개 시·도 중 6개 시·도에서 이른바 진보교육감이 탄생했다. 우리나라 인구의 3/5이 살고 있는 수도권 가운데 가장 큰 인구 비율을 지닌 서울시와 경기도의 두 교육감에 대한 기대는 남달랐다. 교육감에게 주어진 지방교육자치의 권한 안에서도 혁신이 가능한 교육의제가 많은 연유였다. 

그런데, 두 분 중 한 분이 중도에 그만 낙마하였다. 또 한 분인 2선의 경기도교육감은 이번 지방선거에 경기도지사 출마 위해 교육감직을 내려놓았다. 두 분 다  현직을 떠났다. 우리의 초·중·고 교육을 생각하면 안타깝고 아쉽고  급기야 화가 나는 걸 억제하지 못하겠다.

‘교육감 효과’(“교육위기와 학교혁신의 전략”, 성열관, 『창작과 비평』, 2010년 가을호, 72쪽)를 누리기에 아직은 이른 탓일뿐더러 이명박 정권과 ‘박의 정부’ 들어 우리의 보통교육은 갈수록 태산일 만큼 비정상의 길로 가고 있음에랴  더욱 그렇다.

현재 17개 시·도 교육감 선거 판도는 몇 곳을 뺀 대부분의 지역에서 진보 대 보수 교육감 후보 구도가 뚜렷하다.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에서도 진보교육감 후보들이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후보 간 연대와 단일화를 거쳐 결코 상대 진영에 교육감직을 내주지 않겠다는 필즉사생의 전투장이 되었다. 

전남지역 교육감 선거는 잠잠하다. 지난 번 선거에 출마한 적 있는 모 사립대학 총장 출신이 출사표 던지고 활동 중에 있다 한다. 전남의 진보 진영에서는 후보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전남지역 진보 진영이 교육감 선거를 방기하고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진보 진영 가운데 교육문제의 중심에 있는 전교조 전남지부의 행동반경이 그렇다. 진보 성향의 후보를 내려는 공론화 과정이 현재까지도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를 위한 향후의 구체적 움직임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전교조 조직의 일선에 있지 않은 까닭이어 그런지 몰라도 오리무중 속을 걷는 듯하다.

사실, 여러 정황으로 보아 후보를 내세울 수 없다는 점에도 동의하긴 어렵다. 전교조 내부에 후보로 나서고자 하는 인사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 또한 선거를 불과 3-4개월 앞두고 후보군을 만나 의사를 묻는 건 조직의 체계와 논의 절차를 봤을 때 더딘 행보가 아닐 수 없다.

현 교육감은 지난 선거에서 도민후보로 추대되어 당선되었다. 그의 업적 역시 적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진보 진영에서의 후보는 현재까지 없다. 이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진보 진영의 교육감 후보를 찾아야 한다. 또한 현 교육감을 포함한 평가를 통해서 후보자 선정 과정이 이뤄져야 한다. 현 교육감의 지난 4년간의 업적과 공약 이행 여부, 앞으로 내세울 공약에 대한 가치적 접근 역시 필수다. 설령, 현 교육감이 자력 당선이 가능하다 여겨 마다할 지라도 추진하여야 한다. 

평가가 절대적일 순 없다. 하지만, 평가 없이 여느 후보와 진행되는 어떤 형태의 진척도 전남교육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 현 교육감이든, 혹 있을지 모르는 전교조 후보든 다른 진보 진영의 후보가 됐든 정책연합을 한 후보가 당선되어 전남교육이 바르게 간다면 더 말할 나위 없겠으나 만약 우려할 만한 상황으로 전남교육을 이끌고 간다면 정책연합에 의한 과오의 책임은 막중하다 할 것이다.  

현 교육감이 진보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또 다른 진보 성향의 교육감 후보가 나와 전남교육 정책의 진보성을 견주는 장이 펼쳐져야 한다는 기대를 나는 여전히 버릴 수 없다. 후보 간 교육정책의 진보성을 확인하는 공론화와 합의 추대 등의 과정 없음은 전남교육을 위해 참 안타까운 상황이다. 

초‧중등교육에 있어서의 진보는 공교육 혁신이다. 정책의 효율성보다 앞서는 교육의 공공성 인식이다. 교과서에만 매달리는 학교교육의 혁파다. 학생인권과 복지의 끊임없는 추동이다. 예산의 투명성과 인사의 공정성이다. 교육 주체들의 학교교육 결정권에의 실질적 참여 확대와 보장이다. 또한 교육감에게 주어진 권한 안에서 가능한 초‧중등 교육혁신 의제는 적지 않다. 혁신하려는 교육의제를 충분히 갖춘 진보교육감을 세워야 한다. 정치적 선진지역인 전남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