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에 가까워지기 위해 한 발 한 발 걷겠다”
화쟁코리아 100일 순례단, 5일 순천 순례


 
지난 4월 5일(토)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스님이 좌와 우, 진보와 보수로 갈라진 우리 사회를 ‘화쟁정신’으로 치유하고 보듬어, 공존하고 협력하는 사회로 만들자며 100일 순례에 나선 34일째, 순천을 순례했다.

순례단 일행은 오전 9시 30분, 팔마체육관 뒤 동쪽에 자리한 여순사건 위령탑에 집결해 헌화한 후, 순천공고 박병섭 교사의 “이곳은 여순사건과 직접 연관은 없는 장소지만, 시민과 지역사회단체의 노력으로 성금을 모아 희생된 민간인들을 기리는 탑을 건립한 ‘시민정신’이 돋보이는 장소로 이곳에서 순천 순례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다”는 설명을 듣고 “대화합시다. 함께 합시다”라는 글을 몸에 걸고 순천역, 죽도봉 현충탑, 장대공원으로 걸었다.

▲ “대화합시다. 함께 삽시다.”라는 글을 몸에 걸고 걷는 사람들.

▲ 죽도봉 현충탑에서 참배하는 여순사건 유가족회 장준표 회장과 생명평화결사 김민해 운영위원장
여순사건 위령탑에서는 도법스님과 김민해 목사가, 죽도봉 현충탑에서는 도법스님과 사랑어린학교 어린이가 대표로 헌화했다. 이어 죽도봉 현충탑에서 여순사건 유족회 장준표 회장이 묵념하고 헌화하며 “세살 때 부모를 잃고 평생을 한으로 살아온 세월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지만, 이제 다시는 이런 아픔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여순사건 유족들도 묵념하며 “살아온 세월을 생각하면 피눈물이 난다. 그러나 역사로 묻어두고 국민이 화합해야 한다” 며 화쟁의 진면목을 보여 주었다.

제주에서부터 참여해왔다는 한 전국 순례단 참가자는, “아이들과 함께 참여하는 부모들도 인상적이다. 이것이야말로 화쟁이 아니겠느냐”며 기쁜 기색을 드러냈다.

여순사건 당시 참혹한 살육의 현장이었던 장대다리는, 위령제 및 추모문화제로 꾸려져 원혼의 넋을 기리는 장으로 재탄생됐다. 삼삼오오 즐거운 점심식사를 마친 참가자들은 기독교, 불교, 원불교 식의 종교 의례와 100배 절 명상을 하며 종교를 넘나드는 추모의 뜻을 기렸다. 아울러 가수 ‘시하나 노래하나’의 추모 공연, 순천작가회의 김종숙 시인의 추모 시 낭독, 가수 김현승이 화쟁코리아 순례를 위해 직접 곡을 쓴 ‘걷고 노래한다’ 공연, 다도회의 헌다와 김석 시의원의 대금 연주, ‘사랑어린사람들’의 노래 공연 등으로 채워졌다. 조충훈 시장도 참여해 “순천의 가장 아픈 역사인 여순 유족들을 위해 제사를 지내니 감사하다. 불행한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데 동의하고 시민의 힘으로 위령탑을 만들어 가슴이 뿌듯했다. 자연과 생태를 살리는 것이 21세기 시대정신이다”고 말했다.

▲ 여순사건 희생자를 위로하며 기독교, 불교, 원불교 지도자가 종교의례를 하고, 시민통합문화제를 진행했다.

이어 철도마을 카페 ‘기적소리’ 2층 강당에서 도법 스님의 ‘야단법석’ 강연회가 개최되었다. “현실을 외면할 수 없어 길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며 화쟁코리아 행사의 취지를 설명한 도법스님은, “상극의 시대에서 상생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진실에 토대를 두고 화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도법스님이 이끄는 ‘화쟁코리아’ 순례는 3월 1일 한라산 백록담에서 천고제를 지내고 전국 14개 광역도시와 판문점을 거쳐 4월 5일 순천을 방문하고 6월 10일 서울 광화문에서 막을 내린다. 한편 순천에서는 4월 5일 순례에 이어 화쟁이라는 화두로 방법을 모색하자며 7일(월) 저녁 7시 관옥나무도서관에서 ‘예수의 눈으로 보는 화쟁’이라는 주제로, 11일(금) 저녁 7시 철도마을 카페 ‘기적소리’ 2층 강당에서 ‘노자의 눈으로 보는 화쟁’이라는 주제로 이야기 마당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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