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우
   민들레하나한의원 원장
지난번에 말씀드린 단방 약초 사용설명서에서 살펴본 주의점을 참고하여 고협압에 대한 약초를 하나 소개합니다. 진득찰인데요, 우리가 흔히 잡초로 불리는 풀입니다. 진득찰은 진흙처럼 진득함과 끈기 있고 차지다는 의미를 더욱 강조하기 위해서 접두사인 찰을 뒤에다가 한 번 더 붙인 이름입니다. 한국에는 진득찰, 털진득찰, 제주진득찰 3종류의 진득찰이 있습니다. 한해살이로 줄기는 적자색을 띠고 윗부분에 길고 곧게 선 털이 있습니다. 앞은 마주나며 부드럽고 하얀 털이 나 있고, 9~10월에 노란 꽃이 핍니다. 들녘, 길가, 논밭 근처 등을 가리지 않고 자라며, 양지의 습한 땅에서 잘 큽니다.

한국에는 1400여 종의 잡초라 불리는 풀이 살고 있습니다. 잡초라고 이름 붙인 것은 오로지 사람일 뿐, 잡초의 본성이 잡스러운 건 아니지요. 우리말에는 입이 넓거나 먹을 수 있는 식물을 ‘풀’, 잎이 좁거나 먹을 수 없는 식물을 ‘새’로 구별했을 뿐 잡초(雜草)라는 개념은 없었습니다. 사람에게 유용하게 쓰이면 좋은 것이고 쓸모없으면 가치 없는 것이라는 인간중심적이고 효용위주의 사고방식의 소산이지요.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왕성한 생명력을 가진 풀들을 잡초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 무시해버렸습니다. 이런 잡초에서 천대받으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민중들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요즘 잡초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중에는 진득찰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진득찰을 한의학에서는 희첨(희렴)으로 부르는 데, 풍습을 제거하고 경락을 운행하는 효능이 많습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중풍이 오래되어 온갖 치료를 다 해도 낫지 않는 것과 속이 답답하고 그득한 것을 낫게 하고 저리고 아픈 것도 치료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음력으로 5월 5일, 6월 6일, 9월 9일에 줄기와 잎을 베어 햇볕에 말린 것이 아주 좋습니다. 더 많은 효과를 보기 위해서 가공을 하는데요, 연한 잎과 가지를 따서 술과 꿀물에 버무려 찌고 햇볕에 말리기를 아홉 번 반복한 후에 가루를 내서 환약을 만듭니다. 따뜻한 술이나 미음으로 한번에 3~5g씩 하루 세 번 먹습니다. 오랫동안 먹으면 눈이 밝아지고 몸이 든든해지며 머리털도 검어진다고 합니다. 특히, 취오동으로 불리는 누리장나무의 어린잎과 가지를 말린 것을 함께 사용하면 고혈압에 매우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상적으로 솔잎차, 감잎차, 구기자차, 은행잎차, 연잎차, 뽕잎차 등이 효과가 있으며, 약초와 물의 비율을 1:5로 하여 30분 정도 끓여서 복용하면 됩니다.

단방 약초를 이용할 때에는 집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풀들이 가장 좋습니다. 그리고 적은 양으로 부드럽게 시작하고 한 달을 관찰하여 효과가 있으면 지속해서 복용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다른 약초와 비교하여 월등히 좋은 효과가 있다면 그 약초를 구해 사용하지만, 효과가 비슷하고 큰 차이가 없다면 주위의 흔한 약초를 이용합니다. 흔하다는 것은 생명력이 강하다는 것이며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정확한 치료 방법을 통하면 효과도 좋습니다. 또 쉽게 멸종될 위기에 처하지 않아 더욱 안심됩니다.

아무리 좋은 약과 치료법도 스스로 몸을 단련하는 것만큼 중요하지 않습니다. 절도 있는 생활과 소박한 밥상, 넘치거나 게으르지 않는 운동이 가장 중요한 치료이자 예방임을 거듭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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