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종 매화의 향연·순천복음교회 정원 탐방(2)

▲ 매화정원의 백미인 지당(못). 조용한 아름다움이 몸을 감싼다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야생화를 좋아했다. 어렸을 땐 꽃과 그림을 좋아했고, 학창시절엔 문학을, 졸업 후엔 분재, 수석, 야생화, 난초와 같은 자연을 좋아했다. 문화와 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것이 지금의 예배당을 건축하게 된 계기가 된듯하다. 우리 교회 성도들, 그리고 순천시민과 자연을 사랑하는 분들이 좋아하는 매원을 조성하고 싶었다”, “기독교는 서양에서 비롯한 종교여서 예배당을 한옥으로 짓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정원은 한국식으로 꾸며 모든 사람들이 쉽게 들어와 쉴 수 있게 하고 싶다. 성도들만의 교회가 아니라, 남녀노유 모든 시민에게 열린 정원·교회가 되기를 꿈꾸었다. 신자와 비신자, 사회와 교회가 벽을 허물고 소통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열린 생각, 예술적 소양, 수목 지식의 결합

▲ 운용매 앞에 선 양민정 목사(2월22일 ⓒ문수현)
1957년 5월 1일 창립한 순천복음교회 제2대 담임목사의 말이다. 전국 최초·최고의 매화정원은 그의 신학과 철학, 그리고 분재, 수석, 난초, 야생화를 통한 예술적 소양과 미학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신축 이전한 교회 부지는 1천6백여 평으로 로마네스크식 예배당의 대지 등을 뺀 정원 면적은 약 1천여 평이다. 교회 건물은 2011년 5월에 착공하여 2012년 8월 25일 입당예배를 드렸다. 정원은 이미 준비된 재료들로 2012년 5월에 공사를 시작하여 그해 8월에 마쳤으니 4개월 정도 걸린 셈이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예배당 건축비의 40% 정도가 정원 조성비라고 한다. 전체 공사비의 10%만 조경비로 써도 많이 썼다고 평가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양 목사가 정원 조성에 얼마나 지극한 정성을 쏟았는지 알 수 있다.
 

정원에 쏟은 지극한 정성
양 목사는 30여 년 전, 주위 분들로 인해 분재와 수석, 야생화를 접하면서 매화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그는 20여 년 전, 성도들과 함께 전원교회를 꿈꾸면서 중앙동사무소 근방에 있던 교회를 시 외곽으로 이전하기로 계획한다. “그가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도다(시편23:2)”는 성경 말씀을 생각하며, 평생 한 교회를 지키며 신앙생활을 한 성도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 드리는 게 복지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매화정원’을 실현에 옮기기 시작한다. 2차에 걸쳐 터를 마련하고, 좋은 매화를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헤매고 다닌다. 분재동호회원들에게 전국의 매화를 수소문하였고, ‘매(梅)’자가 들어간 동네를 일일이 찾아다녔다. 마음에 드는 매화는 두 번 세 번 발품을 팔아 구입했다. 귀한 매화들은 고흥과 진주의 농원에 가식해 놓고 지금의 자리로 옮길 때까지 정성들여 관리했다.

운용매 2그루는 광주 김태욱 선생(각화동 대림농원)이 일찍이 일본에서 들여와 가꾼 귀한 나무다. 홍매, 비매 수십 그루(수령 40년 이상)는 순천에서 식물원을 경영하는 매화 애호가 서정권 대표가 오랫동안 공들여 기른 나무다. 교회 입구에 세운 교회 표석(화강암) 글씨도 활자체가 아닌 서예가 무창(茂昌) 이해근(李海根) 선생의 작품을 썼다. 정원은 이 모든 것들이 어울려 그윽한 아름다움을 뿜고 있다.
 

▲ 예배당 앞에 정원석과 함께 서 있는 운용매. 광주서 이사왔는데, 수령은 50~60년 정도다.(2월22일 ⓒ문수현)

양민정, 박정열, 김재왕 3인의 합작품
▲ 선암사 고매와 비견할 만한 수령을 자랑하는 복음매. 영암에서 이사왔다. (2월22일 ⓒ문수현)
정원 전체 구도는 양민정 목사와 30년 지기인 진주 박정열 선생(‘숲을가꾸는사람들’ 대표), 김재왕 선생(순천대), 3인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잡았다. 균형과 조화를 염두에 두고 수목이나 계류, 지당 등을 배치했다. 모두 함께 의논하였지만, 박 대표는 주로 수목을 배치하고 나무를 옮겨 심었다. 나무 심기에 가장 좋지 않은 5~8월에 이식을 하고, 태풍도 왔지만 단 한그루도 죽지 않았다. “하늘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양 목사는 말했다. 김 선생은 주로 정원의 마운딩(mounding)을 책임졌다. 지면이 평평하면 시선이 편안하지만 단조롭다. 적당한 높낮이가 있어야 입체적이고 자연스럽다. 전체적으로 보면, 교회 입구 쪽은 낮고 예배당 쪽은 높아 경사가 져 있지만, 입구에서 예배당까지 진입할 때 오르락 내리락을 두 번 반복하게 설계했다. 돌다리도 하나 건너게 되어 있다. 구릉(작은 언덕)도 크게 한 두 개로 만들지 않았다. 작은 흙 언덕을 여러 개 만들고 그것들이 모여 하나의 동산을 이룰 수 있도록 했다. 사람이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원래 그렇게 생긴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자연스럽다. ‘천의무봉’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닐까.
 

3월 9일, 14~15일 합창단 공연과 잔치
작년 3월 15일경, 순천복음교회에서는 매화가 절정에 이르고, 하늘에 반달이 걸린 밤, 다회를 가졌다. 문화와 예술에 조예가 깊은 한국수석회 이춘광 회장(사업가, 광주 출신, 경북 구미 거주)과 그의 부인이 주관하여 교회에서 다회 겸 시 낭송회를 가진 것이다. 이름하여 ‘매화차시음회’. 매화와 차를 소재로 삼은 시 중, 춘초(春草) 유양휴 선생이 20여 편을 추려 와, 한편씩 낭송했다. 달과 매화, 차와 시가 어우러진 낭만의 밤이었다. 올해도 다회 겸 시 낭독 모임을 가질 예정이라고 한다.
3월 9일에는 고흥, 순천, 광양, 여수 등 성가대 지휘자·성가대원 30여 명을 초청하여 교회 본당에서 합창회를 가졌다. 3월 14일(금)~15일(토)에는 일반인들을 초청하여 매화잔치를 벌인다. 팥죽, 부침개 등 음식도 마련하고, 여수중앙교회 국악팀 공연과 워십 공연을 할 예정이다. 관심 있는 일반 시민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 순천복음교회는 뉴코아 앞 네거리에서 왕운중과 롯데캐슬, 왕지마을 앞을 지나 동쪽으로 가다보면 왼쪽에 있다.



>> 매화에 관한 짧은 이야기 <<

봄은 아름다운 생명들을 ‘보는’ 때이고, 만물이 솟아나는 ‘Spring’이다. 시각의 계절이요, 도약과 비상의 계절이다. 봄꽃의 대표는 매화다. 매화는 봄의 신호탄이다. 복수초 같이 매화보다 먼저 피는 꽃도 있지만 그것은 저기 산에 있다. 매화는 우리 집 마당에, 옆집 텃밭에 핀다. 바짝 마른 대지, 거무튀튀한 겨울 외투를 찢고 허공으로 솟아올라 천지를 환하게 불밝힌다. 매화는 지루하고 칙칙한 겨울을 일거에 전복해버리는 변혁의 꽃이다. 그래서 우리는 매화를 보고 신선한 감격과 희열을 느낀다.

겨울을 일거에 전복하는 꽃, 매화
어디에 핀들 꽃이 아니고, 어떤 꽃인들 꽃이 아니겠는가만, 어찌 매화와 장미를 한 자리에 놓을 수 있겠는가. 산수유꽃은 수수하고 벚꽃은 눈부시지만, 매화의 단아와 고결을 넘볼 순 없다. 향기 또한 은은하여[암향(暗香)] 우리를 매료시킨다. 그래서 옛 선비들은 매화를 군자에 비견하였다. 매화는 우리에게 단순한 사물을 넘어 상징과 이미지로 존재한다. 매화는 “하나의 상징적인 기호(記號)로 화한 꽃이며 나무이다”(이어령, 『매화』). 설중매로 대표되는 매화는 지조와 절개, 선비정신, 군자를 상징한다. 그래서 아치고절(雅致高節)과 빙자옥질(氷姿玉質)은 매화의 다른 이름이 되었다.

양 목사는 “매화는 기품이 남달라 선비의 사랑을 받았으며 시와 그림의 주요 소재였다. 흑매, 비매, 홍매, 백매, 청매, 능수매, 운용매 등 종류도 다양하다. 매화는 차나무, 동백, 산다화 등과 함께 주로 전남·경남 지방에서 자라는 나무다. 그래서 유명한 고매(古梅)는 전남과 경남에 주로 있다(강원도 강릉은 예외다. 남도가 아닌데도 지형•기후 때문에 매화가 자란다. 오죽헌에 고매-율곡매가 있다). 서울이나 경기, 충청 등지에서 남도로 여행 오는 분들에게 흔히 볼 수 없는 매화나 동백을 구경시켜 주고 싶었다”고 한다.

사진 찍기 어려운 매화
매화는 사진 찍기가 어렵다. 꽃이 만개한 매화나무 전체를 앵글에 담을 때, 벚꽃처럼 화면을 가득 메우는 느낌이나 눈부신 화사함이 덜하다. 아름다운 꽃과 수려한 수형을 직접 볼 때와 같은 감동을 사진으로는 온전히 전달하기 어렵다. 특히 홍매보다 백매가 더 어려워 사진작가를 안타깝게 한다. 아마도 다른 꽃에 비해 성글게 피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나무 전체보다 꽃 몇 송이를 근접 촬영해야 실감이 전해지는 꽃이 매화다. 매화에 관한 시나 그림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매화에 관한 책 중에는 이어령 교수가 책임편찬한 『매화』(2003생각의나무/2005종이나라)가 종합편이랄 수 있는데, 지금은 절판되어 구입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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