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용창
비폭력 대화가 전략적 사고와 깊은 관련이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비폭력대화라는 제목만 보고, 말을 예의바르게 하는 유교적 태도, 혹은 남을 설득하는 화술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비폭력대화는 말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 방식의 문제입니다. 비폭력대화센터에서는 말을 다르게 하는 걸 연습함으로써 생각도 조금씩 바꿔나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저는 먼저 여러분께 사고방식부터 바꿔보자고 제안하면서 이 글을 씁니다.

전략적 사고를 위키피디아 백과사전에 찾아봤더니, “게임에서 성공하기 위한 사고 방식”이라고 정의하던데, 저는 “목표와 수단을 구분하는 사고 방식”으로 정의합니다. 부처님은 고통의 원인을 집착이라고 했는데, 목표가 아닌 수단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집착입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의 자녀가 의사가 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해 보십시다. 왜 의사가 되려는 거죠? 아, 돈을 많이 버니까요?

바로 이렇게  ‘왜?’라고 물어보는 게 전략적 사고입니다.  ‘왜?’라고 묻는 것은 바로 목표를 생각해보라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돈을 많이 버는 게 목표라면 그 수단은 의사 말고도 약사, 치과의사, 기업가, 변호사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만일 꼭 의사가 되어야겠다고 고집한다면 의대 입시에 떨어진 학생은 죽을 만큼 괴롭겠지만, 그게 아니라, “돈을 버는 게 목표니까 어떤 걸 해서든 돈만 많이 벌면 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의대에 떨어진 게 별 일도 아니라고 털털하게 생각할 것입니다.

비폭력대화에서는 이런 목표를  ‘욕구’또는  ‘나에게 중요한 것’이라고 표현합니다. 밥은 왜 먹나요?  ‘음식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입니다. 밥이라는 수단이  ‘음식’이라는 욕구를 위한 수단임을 아는 사람은, 밥이 아닌 빵이나 자장면에도 만족할 수 있습니다. 그에 반해 음식을 먹으려고 했던 자신의 욕구(목표)는 잊어버린 채, 자장면이라는 특정 수단만 고집하면, 자장면이 없을 때, 우리는 고통을 겪었습니다.

욕구와 수단을 구분하는 전략적 사고는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는 데도 매우 필수적입니다. 두 사람이 서로 자신에게 익숙한 수단만 고집하면, 서로 합의하기가 아주 어려워집니다. 자장면을 먹겠다는 남편과 불고기를 먹겠다는 아내는 한 식당에서 밥을 먹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만일 이 부부가  ‘자장면과 불고기는 음식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임을 이해한다면, 자장면이건 불고기건, 혹은 전혀 다른 음식을 먹으면서도 함께 행복할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 갈등에 놓여 있거든, 비폭력대화 책에 있는 욕구 목록을 살펴보면서 전략적 사고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원하는 욕구는 무엇이며, 이를 이룰 수 있는 수단은 무엇인가?” “상대방이 원하는 욕구는 무엇이며, 이를 이룰 수 있는 수단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을 한다면, 나와 상대방의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수단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장용창 yongchangjang@hotmail.com
장용창은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고 (사)동아시아바다공동체오션이라는 회사에서 해양쓰레기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인도 등에서 일 년 쯤 여행하면서 요가철학을 배웠고, 부부 싸움 뒤 화해하려고 비폭력대화를 배운 뒤, 일곱 살 딸과 다섯 살 아들한테도 잘 써먹고 있습니다. ‘통영함께놀자협동조합’이라는 걸 만들어서 남의 집 아이들하고도 놀아보려고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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