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중국에서 우리나라를 ‘동방예의지국’이라 평가했다고 하나 요즘은 그런 수준이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빨리빨리’ 문화는 빛과 그림자를 가지고 있지만, 예의 부분에서는 많은 그림자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외국인을 상대하다 보면 그것이 명확히 비교된다. 느리지만 정확한 외국인에 비해 우리들은 성급한 기질로 인해 기본예절이 훼손되는 경우를 자주 보아 왔다.

필자는 작년에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홍보와 자원봉사로 1년 이상을 활동하였다. 자원봉사 중에 힘들었던 부분이 ‘예의 없는 손님’을 상대하는 것이었다. 외국인들은 줄을 서서 대기하는 것에 당연한 듯 불평을 표하지 않는 반면, 대개의 내국인들은 잠시를 넘기지 못하였다. 줄을 서는 순간부터 표정이 굳고, 곧 불평을 이야기하였다.

물론 박람회장이 혼잡하고 준비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지만, 주변에 대한 배려라는 것 따위에는 전혀 개의치 않는 내국인 관광객을 자주 만났다. 운영요원을 보조하던 필자도 처음에는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거칠게 응대하는 실수를 범하곤 하였지만, 몇 달 지나니 어떤 경우에도 웃으며 상대할 수 있었다. 

그 덕분인지 관광객들로부터 ‘순천에는 10경(景)외에 1경이 더 있는데, 그것은 정겨운 순천사람이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자원봉사의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까닭으로 박람회는 종사자들의 환한 웃음 덕분에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하늘에 순응하는 땅, 선비의 고장이며 선향(仙鄕)인 순천, 정겨운 순천이 최근 소비자 선정 최고의 브랜드 도시, 살기 좋은 도시, 다시 가보고 싶은 도시로 각광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 생태수도를 찾아 많은 관광객이 다녀가고 있다. 4월에 개장하는 순천만정원을 찾은 손님들에게 순천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는데 소홀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너무나 간단하지만 잊기 쉬운 기본예절 세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는 ‘절 예절’이다. 절은 상대방을 만나고 헤어질 때 가장 기본적이며 한국적인 예절이다. 어떤 사람에 대한 인상은 처음 인사하는 3초간에 결정되며, 그것을 수정하려면 60년이 걸린다는 이야기가 있다. 10여 년 전에  필자는 직책이 높은 사람을 만나 상담을 마친 뒤 현관에서 배웅을 받는데, 서로 악수를 하고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놀랐던 적이 있다. 필자가 공손히 인사를 하고는 고개를 들었는데, 상대방은 아직도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인사를 마치고 귀가하면서 ‘고명한 평판이 바로 저런 것이구나!’ 하고 감탄하였다. 그 후 사람들을 만날 때 그 분처럼 절을 깊숙이, 확실히 해보려 했으나 그놈의 조급증 때문에 3초도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들곤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해야 했다. 서로 맞절을 하면서 속으로 ‘하나, 둘, 셋’을 세고 상대방보다 훨씬 늦게 고개를 들면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둘째는 ‘전화 예절’이다. 요즘 어떤 기관에서는 전화 친절도를 직원의 근무평정 요소로 한다. 나는 평소 존경하는 한 분과 전화 통화를 하면 항상 내가 수화기를 먼저 놓게 된다. 그 분은 전화할 때 상대방보다 수화기를 먼저 놓는 법이 결코 없다. 전화를 걸었든, 받았든 서로 대화를 나누고는 상대방이 수화기를 놓은 다음에 자신의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우리는 수화기를 내려놓는 반응에서 상대에 대한 배려를 바로 느낄 수 있다. 요즘은 핸드폰을 이용해서 이것이 소홀해졌지만 혹여 상대방의 말이 충분히 끝난 뒤에 통화를 끝내고 있는지 자신을 한 번 점검해 볼 일이다.

셋째는 '악수 예절'이다. 예부터 악수는 서로의 무장해제를 의미하는 의식이다. 진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지난 일요일에도 산행을 위해 10여 명의 친구를 만났다. 왁자지껄 서로 악수를 나누는데 나와 악수한 한 친구는 손을 뿌리치듯 거둬들이고는 시선은 나를 향하지 않고 다음 친구를 보고 있었다. '이 친구 지난번에도 그러더니 또…….'라는 서운한 생각이 들었지만 표현 할 수는 없었다. 친구의 그러한 행동은 내가 그의 안중에 없을 뿐만 아니라 하찮은 사람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손을 맞잡은 악수는 서로 신뢰와 반가움의 표현이기에, 친구의 그러한 태도는 차라리 악수하지 않음만 못한 행동이다.

평생을 교직에 몸담았던 필자는 모처럼 친구들과 어울려 이야기꽃을 피우게 되면 말미에 꼭 ‘종례’를 하고 싶은 충동이 있다(직업병이다). 그때마다 나의 이야기 주된 레퍼토리는 ‘건강 100세 시대에 어떻게 하면 액티브한 시니어가 될 것이냐?’이지만 위의 기본예절 같은 이야기도 곁들이게 된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은 “또 가르치려 든다!”이다. 하긴 나보다 더 많은 인생의 곡절을 가진 친구들에게 나의 이야기는 그저 우스운 잔소리에 불과할 것이다.

사실은 요즘 교육 사조도 ‘가르치려 들기보다는, 학생이 느끼고 공감하여 자기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쪽이라 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이글을 읽는 이들에게 나의 생각을 강요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새로 개장하는 순천만정원의 손님을 맞는 순천시민이 정겹고 예절바르다는 평을 계속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오기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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