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순천시민, 그리고 순천언론협동조합 조합원 여러분.

미래의 희망을 심는 식목일인 오늘 순천광장신문이 창간되었습니다. 그동안 협동조합을 결성하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 신문을 제작하는 데 온 힘을 기울여 온 조합원 여러분과 관계하신 분들의 노고에 깊은 위로와 감사를 전합니다. 

순천광장신문은 순천언론협동조합이 만드는 신문입니다. 저희 순천언론협동조합은 우리의 삶터인 지역사회를 새롭게 가꿔보고자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모여 올해 2월 19일에 창립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특정 권력이나 자본에 의존하지 않는, 협동조합의 힘으로 발행하는 전국 최초의 지역신문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캐나다의 저명한 협동조합 전문가인 레이들로 박사는 1980년 제27회 국제협동조합연맹 총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협동조합은 불확실성과 광기의 바다 가운데 떠있는 온전한 정신의 섬’이라 말한 바 있습니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세계는 불확실성과 광기가 극에 달한 상태에 있습니다. OECD회원국 중 가장 높은 자살률, 청년들의 취업 전쟁과 높은 실업률, 만연한 비정규직, 왕따와 입시 전쟁으로 죽어가는 청소년들, 점점 심화되어가는 양극화, 생존의 한계 상황에 봉착한 이들이 벌이는 무차별 폭력 등이 오늘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 되었습니다. 

이 모든 현상의 바탕에는 부와 이윤, 지위를 쌓고 유지하려는 경쟁이 삶의 기본 원리로서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다 할 것입니다. 저희 순천언론협동조합은 이 짙은 광기의 바다에서 빠져나와 살맛나는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한 유력한 수단으로 협동조합을 결성하고 건강한 지역 언론을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를 위해 저희 조합과 신문은 오염된 자연 생태계의 건강성 회복, 지역 공동체의 복원, 시민 생활의 자율성과 자족성 확대라는 세 가지 목적을 조합과 신문 운영을 위한 기본 방향으로 설정했습니다. 

현재의 자연은 과잉 생산을 위한 무분별한 자원 개발과 과잉 소비, 과도한 토목 사업 등으로 오염이 심해져서 회복 불능 상태에 있습니다. 게다가 핵발전으로 인한 토양과 음식물의 방사능 오염, 핵발전 설비의 사고 위험성 문제는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또 지역공동체가 붕괴되어 전통적인 사회 안전망이 무너졌으며,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소원해졌습니다. 여기에 경제적 불안정성까지 겹쳐 우리의 삶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막연한 불안감의 일상화가 큰 특징이 되었습니다. 

저희는 우리의 삶을 짓누르고 있는 위의 문제들을 정부나 공공부문의 제도개선과 재정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자원과 미개척 시장의 고갈, 환경 오염 등의 원인으로 경제 성장은 이제 한계에 이르러서 재정 확보가 어려울 뿐 아니라 정부 자체가 이윤 추구를 위한 경쟁의 원리를 기반으로 하는 대기업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핵발전의 감축과 폐기, 비정규직 철폐, 소농 중심 농업의 부활이 우리 사회가 건전하고 이성적인 사회로 나가는 전환의 시금석이라 판단합니다. 문제 해결을 정부에 기대할 수 없다면 지역에서, 가능한 것부터, 우리 손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이 강해질 때 정부에 대한 제도 개선의 요구도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순천광장신문은 비판보다는 대안 제시에, 갈등보다는 화해와 협력에, 경쟁보다는 협동에, 높고 강한 것보다는 약하고 낮은 곳에 보다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또한 시민들의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자잘하고 따스한 애환, 지역의 문화와 역사에도 관심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저희 신문은 지역사회에 따뜻하고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는 풀무가 되고, 시민들의 대동 한마당이 어우러지는 커다란 멍석이 되고자 합니다. 저희 신문의 목적과 취지에 공감하시는 시민 여러분, 이제 갓 태어나 불안한 첫걸음을 내딛는 저희를 힘껏 응원하고 또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