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용창
행정학 박사
최근에 텃밭에서 일을 하던 중 EBS 라디오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지은 “제3인류”라는 소설을 읽어주길래 한참 동안 들었습니다. 이 소설은 환경문제인 것과 환경문제가 아닌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섞어놓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큰 혼란을 주는 아주 위험한 소설이더군요. “우주에서 혜성이 날아와 지구에 부딪쳐서 지구가 멸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날아오는 혜성을 미리 폭파시킬 수 있는 미사일을 만들기 위해 과학을 발전시켜야 한다.” 제가 오해한 것일 수도 있지만, 라디오를 들어보니, 이런 내용이 소설 전체에서 중요한 축이 되고 있더군요. 그러면서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생기는 기후변화 문제들도 두루뭉실하게 섞어서 “환경 문제”라고 부르고 있었습니다.

환경문제가 무엇일까요? 환경 문제란 어떤 사람이 이용하거나 이용하게 될 자연적, 사회적 환경이 다른 사람이나 조직의 행위로 인해 훼손되는 사회적 문제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사회적 문제의 일종입니다. 환경문제는 “다른 사람이나 조직의 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만을 가리킵니다. 그러므로 태양 흑점 활동의 변화나 혜성의 충돌 등으로 인한 문제는 환경문제가 아닙니다. 그런 자연현상이 우리가 살아갈 환경에 영향을 아무리 많이 준다 하더라도 환경문제가 아닙니다.

왜 환경문제의 원인을 인간의 행위로 한정시키는 게 중요할까요? 인간의 행위는 인간이 바꿀 수 있지만, 자연의 현상은 인간이 바꿀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행위가 문제일 때, 우리는 인간의 행위를 바꾸면 되기 때문에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그에 반해 혜성의 충돌이나 태양 흑점의 변화 등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것을 어떤 현상의 원인으로 생각한다면, 절망만이 생겨납니다.

환경문제의 원인을 인간의 행위가 아닌 원인으로 돌려버리려는 자들은 결국 과학기술만능주의의 오류에 빠지게 됩니다. 베르베르의 소설에서도 결국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면 과학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너무나 위험한 이야기입니다.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환경문제가 훨씬 더 악화되었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알 수 있는 상식이니까요. 어획기술이 좋아져서 물고기 씨가 마르고 있고, 농업과학기술이 좋아져서 몬산토는 유전자를 조작한 괴물식품을 만들어내고 있고, 원자력과학이 발달해서 인간은 핵폭탄과 핵발전소를 만들어내고는 한번 누출되면 수만년 동안 사라지지 않는 방사능으로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그래도 과학기술이 환경문제를 해결한다구요?

환경문제는 인간의 행위가 원인이기 때문에 인간의 행위를 바꿈으로써 해결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요? 바로 대화와 합의를 통해서이지요. 가까운 핵발전소 문제, 밀양 송전탑 문제, 사대강사업 문제만 봐도 그렇지요. 본능적으로 이것들이 안 좋은 거라는 걸 아는 우리 국민들은 저들에게 제발 대화를 하자고 간곡히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토목건설 사업을 몰아붙이는 토목 마피아들이나, 핵발전을 몰아붙이는 핵마피아들은 국민과는 절대로 대화를 안 하는 채 로비를 통해 모든 걸 결정하려 듭니다. 대화만 제대로 한다면, 그래서 우리가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만 제대로 이해한다면, 우리 나라를 뒤흔드는 이런 큰 문제들도 쉽게 풀 수 있지 않을까요?

환경문제는 사회적 문제입니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문제입니다. 바로 우리들이 만들어내는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들만 바뀌면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서로 진심으로 대화한다면 바꿀 수 있습니다.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혜성을 미사일로 폭파시키고 환경문제를 해결한다는 따위의 이야기들, 로봇 물고기를 만들어 강을 살린다는 이야기들, 과학기술 발전으로 방사능 오염에서 안전하다는 따위의 이야기들에 현혹되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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