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을 파는 가게 - 구제옷집

딱 맞는 옷을‘거저’얻어가는 기쁨
남정동 아랫장 가게 앞. ‘무조건 2000원’이라는 글귀가 눈길을 끈다. 2만원을 주고도 제대로 된 옷을 사기 힘든데, “진짜 2천원 맞아요?” “네. 잘 안 나가는 작은 사이즈 2천원에 싸게 팔려고요.” “그럼 이집에서 제일 비싼 옷 가격은 얼마예요?”하고 묻자 “8천 원? 9천 원 정도가 가장 비싼 옷이에요!”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구제 옷집’이라 가능한 가격이다.

 
“이 정도면 거저에요, 거저!” 가게를 방문한 대다수의 손님들이 한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기성복집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를 찾기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지만, 맞기만 한다면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연출할 수 있는 훌륭한 패션 아이템이 된다고.

다른 사람이 입던 옷, 자원 재순환에도 기여
구제옷집이 이토록 싼 가격에 옷을 구입할 수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50%는 교회 바자회 등에서 다른 사람이 입던 옷을 가져오고, 50% 정도는 옷 공장에서 싼 가격에 이월상품을 떼어오기 때문이라는 것. 특히 보관상태가 좋은, 입지 않는 옷을 기증받은 경우 유명 메이커 옷들도 제법 많다. 가격이 싼 만큼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안타깝다는 ‘햇살구제’ 문소연(45)씨는, “내가 필요하지 않은 것을 다른 이들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그것이 자원 재순환이자 사랑의 실천 아니겠느냐”고 역설한다.

힘들어봤기에 힘든 사람 심정 알아

 
‘햇살구제’의 계산대 옆에는 앙증맞은 토끼 저금통 두 개가 놓여 있다. “봉투 값 대신이에요”라는 문 씨. 손님들에게 봉투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봉투 값’ 명목으로 잔돈을 저축해 SOS 아동복지센터, 필리핀 어린이들 등에게 매달 3만원씩 기부해왔고, 독거노인 분들에게 쌀 40kg씩 도와주기도 한다.

“부모님께서 일찍 돌아가셨어요. 어려운 형편에 식당일에서부터 분식집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죠. 힘들어봤기에 힘든 사람 심정 안다고, 제가 힘들어봤기 때문에 어려운 사람 있으면 꼭 도와주고 싶어요.”

행복을 드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행복이라는 게 별 거 있나요. 늘 웃음 잃지 않고 내 생활에 만족하며 살면 되는 거죠.”

단순히 ‘구제 옷’을 파는 공간이기보다 손님들에게 ‘행복을 파는’ 가게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밝힌 문 씨는, 오늘도 열 평 남짓한 가게 계산대에 앉아 손님을 기다린다. 싼 가격에 옷을 구입하는 재미도 맛보고, 그녀의 유쾌한 입담에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싶다면, ‘햇살구제’의 문을 두드려보는 게 어떨까.

박샘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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