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우
민들레하나한의원 원장
이제 인문의학적 측면에서 고혈압을 생각해봅시다.

우리는 지금의 고통은 참아낼 수 있지만, 미래의 고통은 이겨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고통이 얼마나 큰지, 어떤 모습으로 닥칠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직 겪어보지 않아 모르는 막연한 불안은 이미 경험한 불안이 아무리 커도 가볍게 밀어내고, 이전 경험했던 것보다 더 무시무시하고 엄청난 상상 속 괴물로 마음속에 자리 잡습니다. 이러한 인간의 질병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를 공포에 떨게 하고 불안에 휩싸이게 하며, 보험회사에 적지 않은 돈을 기꺼이 헌납하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어느 질병이든 모두가 그렇지만, 특히 고혈압이 우리를 불안하게 합니다. 그 이유는 뚜렷한 전조증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혈압은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심한 고혈압인 경우에도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합병증이 발생해야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고혈압은 개인의 특징, 기후, 생활환경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면서 인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생기는 결과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일상생활 중에 최고 혈압이 200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인간의 생체 구조는 최고 혈압이 200 이상 올라가도 충분히 수용하고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혈압이 오른다는 것은 반드시 그럴 만한 필요성과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고혈압이라고 알아버린 그 순간, 가장 먼저 할 일은 지금까지 살아온 자기 몸의 상태를 찬찬히 응시하는 것입니다. 불안한 마음을 잠시 모셔놓고 자신의 몸을 믿으면서 그렇게 반응하게 만든 이유를 찾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나 조부모 중에 중풍에 걸린 분은 없는지, 담배나 짜거나 기름진 음식을 너무 많이 먹은 것은 아닌지, 자주 편식을 하거나 인스턴트 음식을 좋아하는 것은 아닌지, 피임약이나 비만약, 위장약, 항생제 등 양약을 과다하게 자주 복용한 것은 아닌지, 몸이 시달릴 만큼 적절한 휴식을 주지 못한 게 아닌지 등등 차분하게 몸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유는 대부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해답은 언제나 단순하고 일상적이며 평범합니다. 바른 생활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없듯, 아는 걸 실행하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고혈압이라는 몸이 알려주는 신호를 기회로 삼아 하나씩 하나씩 이번 기회에 바꿔봅시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바꿀 필요도 없고, 그럴 까닭도 없습니다. 오늘은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것 하나만 바꾸는 게 좋습니다.

하나만 바꾸되 오늘, 지금부터 바꿉시다. 그리고 100일 정도 유지하면 우리 몸이 그제야 자연스레 변화된 상태를 받아들입니다. 100일에 하나씩 1년에 3개 정도 바꿉시다. 가끔 치료하고 자주 격려하며 항상 위로합시다. 자신과 함께 지금 여기까지 온 지친 내 몸을.

다음에는 사회의학적 측면에서 본 고혈압과 유익한 방법 몇 가지를 생각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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