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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모여 가치를 만들어가는 사람‘이야기현상소 디자인야기’범영균 실장
기획취재 2팀  |  webmaster@agora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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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호] 승인 2014.01.22  09: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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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촌이에요. 오히려 경쟁력은 촌스러움에 있어요.”

‘이야기 현상소 디자인야기’ 범영균 실장(40세)의 말이다.

서울과 비슷한 디자인이 아니라 순천의 색깔을 담은 디자인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그는 진지하게 말한다. “우리는 실력이 안 되니까 촌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범영균 실장은 3년 전 곡성으로 귀향했다가 순천대 조경학과에 편입하면서 처음으로 순천에 왔다. 어려서부터 여행과 기록을 좋아했던 그는 심심풀이로 공부하고 여행한 곳을 기록했었다. 한국관광공사 여행블로거로 활동하면서 순천과 여수 곳곳에 있는 맛집과 숙박업소 등 여행정보를 올리게 되어 여수엑스포와 정원박람회 홍보를 맡게 되었다. 기왕에 하는 일 함께하면 재밌을 것 같아서 지역 블로거와 학생 기자단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순천에 자리를 잡았다.

남정동 골목길에 자리 잡은 ‘디자인야기’는 젊은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든다. 사진동호회 ‘막샷’ 사람들과 음악하는 사람들이다. 그는 네이버 카페 ‘막샷’ 운영자이며 음악다방 DJ 출신이다. 아담하다고 말하기에는 상당히 좁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사람은 세 사람. 사진팀장인 김정은씨와 디자이너 신수진씨다. 셋 다 음악을 좋아하고 노래도 잘한다. 참 골고루도 갖추었다.

   
▲ ‘이야기현상소 디자인야기’범영균 실장과 막샷 멤버들.
사무실에 재주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 수시로 재미난 사건이 벌어진다. 노래연습이 쌓일 때쯤에는 공연을 기획 한다. 술 마시다가 우연히 만난 자리에서 서로가 바라는 것을 이야기 하다가 이루어지는 일이다. 그동안 이들이 벌여온 일들은 흥미롭다. 한 달에 한번은 ‘막샷 지식재능기부 강연 강의 5000원’이 있다. 10평도 안 되는 좁은 사무실에 30명 넘는 사람들이 오밀조밀 모여서 카메라 작동법을 배우는 모습은 장관이다. “거리에 농담을 던지다.”는 게릴라 프로젝트도 함께 참여했다. 2012년 추석에는 순천역에서 프리허그 행사도 했다. 온라인 매체를 통해 알렸는데, 70여명이 모였다. 함께 한 청소년들은 순천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일에 재미있어했다. ‘이야기현상소 디자인야기’는 “당신의 이야기를 현상합니다.” 라는 뜻으로 ‘야기’에는 이야기란 의미도 있고 ‘문제를 일으키다’는 뜻도 담고 있다.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재미나게 살아도 돈은 잘 벌까?

조심스럽게 “세 사람 월급은 나오나요?” 묻는다.

“그럭저럭 꾸려가고 있습니다”

답변만으로는 파악이 안 된다. 한때 고액 연봉자였던 그가 돈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중심으로 삶을 전환할 수 있었던 배경이 궁금하다. 그는 어려서부터 돈을 벌기 위해 수시로 일을 해왔다고 한다. 광주 양동시장에서 살았던 그는 어린 시절부터 도라지 껍질을 벗기고 뻥튀기 하는 곳에서 비닐에 뻥을 담는 일도 했다. 칼질을 못하는 고사리 손으로 도라지를 다듬는 일로 손톱이 빠진 적도 있었다. 학창시절에도 끊임없이 일을 하다 보니 독립도 빨리했다. 자본주의가 얼마나 힘겹다는 것을 겪을 만치 겪은 그는 서른여섯 어느날 “돈은 행복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기억하는 삶의 몇 장면이 있다. 중학교 때 그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의 얼굴을 하고 다녔다. 친구 중에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얼굴을 하던 친구가 있었다. 참 어울리지 않는 관계였다. 어느 날 항상 쾌활하게 웃던 그 친구가 자살을 했다. 그가 원했던 삶이 어떤 것이었을까? 또 하나의 기억은 20대에 전남대 앞에서 ‘대학로를 만드는 사람들’에서 활동했던 추억이다. 2002년 월드컵에서는 대학문화제가 붐이었다. 당시 퍼포먼스로 이불영화제 같은 것을 했다. 태극기를 두른 붉은악마로 텔레비전에도 나왔었다. 차 없는 거리를 만들고 축제를 함께 기획하기도 했다. 당시의 경험은 강렬한 것이었다.

원하는 일을 하면서도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어린 시절부터 골방에서 낙서하기를 좋아했던 그는 다시 골방에 들어앉아 낙서를 했다. 결국 새로운 삶의 계기를 만드는 것은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을 버려야 가능한 일이었다. 갖고 있는 것을 움켜쥐고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중학교 때 꿈은 2천만원짜리 전셋집에서 사는 것이었는데, 그 돈을 갖고 나니까 끝이 없었다. 그것을 가진 순간은 행복했지만, 더 이상은 행복해지지 않았다. 2008년 직장을 그만 두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했다. 그것은 만화를 그리는 작업이었다. 고 박봉성 만화가(신이라 불리는 사나이)의 문하생과 함께 웹툰에 도전하자고 뭉쳤다. 돈이 바닥이 나니 2년 정도 해보고 뿔뿔이 흩어졌다. 지금도 만화 그리는 일은 놓치지 않는다. 본격적인 만화작업은 쉽지 않지만 지금도 여전히 끊임없이 끄적거린다.

   
▲ 사진동호회‘막샷’포럼, 1년 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 의견을 나누고, 모으는 자리다.
“2014년 막샷 무엇을 할 것인가?” 포럼을 한다고 해서 철도협동조합 카페 기적소리에 들렀다. 이삼십대 젊은이들은 어떻게 놀까? 막샷은 막 찍는다고 해서 막샷이라 한다. 사진에 대한 그의 생각은 기계를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용기를 준다.

   
▲ 순천만동물영화제에서 시민들에게 크로마키 촬영과 즉석 인화를 해주는 동물스튜디오 운영
“사진에는 그 사람의 시간이 담겨있는 것이니까. 소소한 이야기가 담긴 순간이 좋아요. 좋은 카메라가 없어도 지금 이 순간을 찍을 수 있는 휴대폰 카메라는 내 손에 있잖아요?” 그의 사진에 대한 철학 때문인지 사람들이 많이 몰려든다. 네이버 카페 막샷은 한 달 페이지뷰가 십오만 건이 넘는 활기찬 온라인 카페이다. 500여명 회원들이 모이다 보면 뒷말도 무성하다. 막샷포럼은 그동안 뒷담화를 현장에서 꺼내 조율하고, 새해를 재미나게 채워갈 제안을 나눈다. 운영진의 제안은 현재 조건을 고려하지 않는다.

 “사진집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막샷 정기간행물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우리 역량을 고려해야 한다는 염려되는 말과 현재 조건을 따져보자는 말이 오간다.

“가능할까?”

말은 하지 않지만 저마다 마음속으로는 그 일을 하는 과정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룰지 모른다는 기대가 동시에 작동된다.

그의 카톡에는 “같이는 가치다.”는 말이 적혀있다. 사람들과 함께 도모하는 일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그가 순천에서 이루어 낼 문화의 향연. 기대된다.

▶취재: 기획취재 2팀  / 정리: 이정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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