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봉/사/체/험/기

처음으로 다문화 가정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약속 시간보다 20분 일찍 아파트 단지에 도착한 효선이와 나는 아이를 위해 먼저 마트에 들러 브라우니 믹스 제품과 아이가 좋아할 만한 곰돌이 모양 껌을 사서 가정으로 향했다.

우리가 돌볼 아이에 대한 설렘, 긴장과 함께 가정집에 도착했는데, 너무도 활발하고 귀여운 아이가 우릴 반겨주었다. 아이 이름은 영재였는데 처음에는 우리가 서먹했는지 자꾸 배돌았다. 한글 책도 펴보고 영어 책도 펴보았지만 도통 책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주변 문구점에서 클레이를 사와 서먹한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애썼다. 영재가 좋아하는 캐릭터인 라바도 만들고, 효선이는 영재를 위해 귀여운 토끼까지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1시간 정도 됐을 때까지는 많이 졸려하고 서먹해하던 영재가 브라우니를 함께 만들면서부터 우리에게 마음을 많이 열었다.

영재가 어린아이다운 활기를 되찾은 후, 효선이와 나는 남은 2시간가량 영재를 위해 열심히 땀을 흘려야 했다. 영재가 좋아하는 자동차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도 하고, 술래잡기 놀이도 했는데 영재가 우리의 노력으로 기뻐하고 활짝 웃는 모습에 마음이 뿌듯하고 보람찼다. 웃는 모습이 정말 천사 같은 아이였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5시가 됐을 즈음, 작별인사를 하는데 영재는 섭섭해 하면서도 울지 않고 우리를 보내주었다. 혹시나 울지 않을까 걱정했던 우리는 열세 밤만 더 자고 오겠다고 약속하고 집을 나섰다.

솔직히 나는 다문화가정은 무언가 다를 거라 생각했는데 봉사활동을 하고 나니 다문화가정이라고 해서 별다른 것은 없구나 하는 것을 깊이 느꼈다. 어머니께서 아이 돌보는 것도 우리 어머니랑 다른 게 없었다. 한국말도 잘하셨고, 친숙하고 착한 분이셔서 마음 놓고 아이를 돌볼 수 있었다.

우리 사회가 다문화가정이라는 단어에 대해 너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문화 가정집의 아이도 사랑스럽고 활기차다는 것, 사랑을 필요로 한다는 것은 여느 아이들과 똑같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앞으로 커가면서 위축되지 않고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크게 기대하진 않았는데 봉사활동을 통해 얻은 새로운 생각과 뿌듯함이 커 기쁘다.

순천효천고등학교 2학년 정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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