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인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이 된 2년 전부터 집에 잘 있지 않았던 것 같다. 아들이 평일엔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주말엔 친구들이랑 노느라 바빴다. 그래서 나도 각종 모임, 취미 활동, 술 약속 등을 이유로 밖으로 돌아다녔다. 우리 가족은 모두 바빴던 것 같았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온 가족이 모여 저녁 식사를 하는 날이 많아졌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아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많아졌다. 보드게임을 많이 하는데, 아들 실력이 많이 늘었다. 전에는 티 안 나게 져주느라 힘들었는데, 지금은 열심히 해도 운이 따르지 않으면 이기기 어렵다. 축구도 많이 늘었다.

 

아들은 자라고 있었다.

이제 6학년이 됐고, 곧 중학생이 되면 아들과 이런 시간을 보내기 힘들 것이다. 아들이 나랑 놀아주는 마지막 시간들일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강제로 이런 시간들을 갖게 된 것에 반성한다. 많은 사람이 코로나19로 인해 고통 받고 있고, 나 역시 힘들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소중한 시간임을 느끼는 이유이다. 가족이 가장 소중하다. 이 당연한 사실을 꼭 힘든 시기에만 느끼게 된다. 전에도 그랬는데, 또 한동안 잊고 지냈다.

 

아내의 고마움도 잊고 있었다.

경제적으로도 좋지 못하고, 아이들을 온종일 챙겨야 하는 주부로서 힘든 상황이지만, 묵묵히 이겨내고 있다. 아내는 항상 그래왔을 것이다. 아내는 항상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아이들을 키우고 있었다. 음식 솜씨가 좋다는 것도 새삼 깨닫고 있다. 매일 집에서 가족과 함께 하는 저녁 식사 자리가 참 좋다.

 

이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또한 느끼는 것이 있다. 우리는 우리의 건강만 소중하게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건강은 신경 쓰지 않는 것은 아닐까?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는 것에 대해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도 많은 사람이 희생하고, 봉사하며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다. 대다수 사람이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이 마스크로도 막을 수 없는 혐오 바이러스를 뿜어내고 있다. 특정 국가와 국민에 대한 혐오, 특정 지역에 대한 혐오, 또한 확진자에 대한 혐오다. 이 사태가 진정되어도 이것은 큰 상처로 남을 수 있다. 이것은 특정 언론과 정치권의 잘못이 크지만, 혐오 바이러스는 코로나19처럼 전파력이 강하다. 그리고 우리가 감염되었는지 모르고 전파시키는 것도 비슷하다. 서양에서 동양인을 혐오하고 차별하는 것을 보며, 우리도 스스로를 돌아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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