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 된 비례대표제

시쳇말로 도로아미타불이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 얘기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며 큰 기대를 모았던 개정 선거법은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띄우기로 완전히 누더기 신세가 되었다. 다양한 국민의 요구를 대변하고 사표를 방지하려던 수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다.

지난 연말 통과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새로운 정치로 나가는 길목이었다. 기존의 지역과 인물 중심이 아닌 이념과 정책 중심의 정당 체계로 발전하는 한국 정치사의 일대 사건으로 회자되었다. 10%의 목소리가 국회에 반영되고, 작은 정당들은 선명한 정책을 제시하며, 정책·입법 연합, 내각 연정 등이 시도될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무조건 반대와 극렬한 경쟁이 아닌 공존과 합의가 강조되며, 다양한 사회·정치적 요구를 모아내는 다당제 모델의 세계적 추세에 합류하리라 예측했다.

시작은 2014년 10월 30일부터다. 헌법재판소가 당시 선거구 획정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당시 선거법은 국민 대표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국회에 자신들이 원하는 대표를 보내지 못한 국민 다수는 국회의원을 불신하고 대의정치는 위축되었다.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국회의원 선거 개혁안을 제안했다. 많은 연구 끝에 지역구 200석, 비례 100석, 비례성 보정율 100%의 안을 담았다.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는 어떠한 진전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는 선거제 개혁을 공약으로 내놓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자 공수처 설치와 연관되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2018년 12월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합의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전신)은 계속 제동을 걸었고, 대다수 민주당 의원들은 당론이었음에도 소극적이었다. 마지못해 당 지도부를 따라가는 형국에서, 연동형의 틀은 유지하되 비례성을 줄이는 방법을 모색했다.

2019년 4월 30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안(지역구 225석, 비례 75석, 비례성 보정율 50%)이 정개특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었고, 8월 29일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공식 의결하였다. 어느 정당이라도 10% 정도 득표한다면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했기에, 전문가들은 유의미한 비례성이 갖춰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75석에서 60석으로, 다시 50석으로 줄이자고 했다. 거기에 더해 30석에 소위 캡을 씌워 그 범위 내에서만 연동형으로 보정되도록 축소했다. 결국 소위 4+1 협의체(민주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가 발의한 상당히 낙후된 안(지역구 253석, 보정율 50%짜리 연동비례 30석, 병립비례 17석)이 12월 27일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2020년에 들어서자 자유한국당은 미례통합당으로 흡수되었고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었으며, 민주당 또한 위성정당으로 더불어시민당을 만들었다.

만약 총선에서 지역구 3석과 정당 득표율 10%를 얻었다면, 병립비례 의석 17석 중 10%인 1.7석을 반올림한 2석을 얻고, 연동비례 의석은 총300석 중 10%인 30석 중에서 지역구 3석과 병립 2석을 합한 5석을 뺀 25석이나 보정율 50%이므로 13석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연동비례 의석이 총 30석에 불과하므로 비례위성정당들이 25석 내외를 가져간다면, 5석 내외일 가능성이 크다.

 

사례) 소수 정당의 의석수 변화 예측표 (지역구 3석 당선, 정당 투표율 10% 얻을 경우)

연도

선거안

내용

지역구 당선

비례의석 수

총 의석수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혁안

지역구 200석, 비례 100석, 비례성 보정율 100%

3석

27석

30석

2019년

정개특위 패스트트랙 안

지역구 225석, 비례 75석, 비례성 보정율 50%

3석

14석

17석

2020년

비례위성정당 진입 후

지역구 253석, 보정율 50%짜리 연동비례 30석, 병립비례 17석

3석

연동 4석

병립 2석

 

9석

 

▲ 이정우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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