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봉/사/체/험/기

 
매 주 일요일 오후 4시, 정희를 찾아가는 날이다. 오늘은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책읽기를 지루해하는 아이를 위해 종이접기를 준비해갔다. 평소에 색종이를 잘라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잘 따라줄 것 같았다. 초인종을 누르고 집에 들어서니 오늘은 무슨 자랑 할 것이 있나 들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수첩 세 개를 들고 와서는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았다며 수첩을 펼쳐보였다. 첫 면에는 새해 다짐이 적혀있었다. 이제 막 여덟 살이 되는 아이가 수첩 첫 면에 새해 다짐을 적어놓다니 대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종이 접기를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토끼는 수월하게 잘 접었는데, 앵무새 접기는 좀 어려웠는지 같이 접자며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내 것을 내려놓고 정희가 접고 있던 앵무새를 계속해서 접었다. 몇 번 보더니 이제 자기도 할 수 있다며 깃털을 자르고 눈을 그리더니 “앵무새 완성!”이라며 박수를 쳤다. 그리고는 앵무새가 외로워 보인다며 친구 한 마리를 더 만들어주고, 추울테니 집도 만들어주자고 하였다. 아이의 말에 가슴이 따뜻해졌다. 봉사를 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일주일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을 여덟 살 난 아이가 만들어주고, 어린 동생의 순수한 마음에 내 마음이 정화됨을 느낀다.

 
아는 것도 점점 많아지고 잘 따라주는 아이 덕분에, 일요일 저녁은 항상 뿌듯하고 보람차다. 이제 격주로 오게 되어 매주 보지는 못하지만, 앞으로도 받아쓰기 숙제 꼬박꼬박 잘 하고, 잘 따라주면 좋겠다. 받는 것에서 느끼는 즐거움보다 주는 것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더 크다는 걸 몸소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순천효천고등학교 1학년 신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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