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및 국권문란죄‘사형ʼ에서 71년 만에 검찰‘무죄ʼ구형 

오는 1월 20일 역사적인 여순사건 재심 최종심 앞둬

 

▲ 첫 재심이 열리는 날 빗속에서 기자회견 중인 유족 및 재심대책위

여순항쟁은 ‘반란’이라는 이념의 감옥에 갇힌 지 71년 만에 풀려났다. 지난 12월 23일 오후 2시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 정아)에서 열린 여순사건 6차 재심재판에서 故 장환봉 피고인에게 검찰이 무죄를 구형했다. 이날 무죄를 구형받은 故 장환봉 씨는 71년 전 1948 년 11월 14일 열린 호남계엄지구고등군법회의에서 구형법 제77조 내란죄, 포고령 제2호 국권문 란죄로 사형을 선고 받고 그해 11월 처형된 바 있다. 

검찰의 무죄 구형 소식이 알려지자 유족을 비롯해 여순사건재심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원회) 등 지역사회는 검찰의 결정에 뜨거운 환영의 박수를 보냈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사건 당시 군사재판이 있었으나 故 장환봉 피고인에게 집행된 내란 및 국권문란죄에 대한 증거가 없어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무죄 구형에 앞서 재심재판 과정에서 보여준 여순사건 유족들의 방청 열기, 대책위원회의 여러활동들을 일일이 거론하며 역사적 실체를 밝히기 위한 지역사회의 노력에 감사하다는 발언도 했다. 

그러나 여순사건 재심재판(이하 재심재판)이 처음 알려질 때만 해도 지역 사회는 재심재판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지난 3월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여순사건 재심개시 결정이 내려 지자 비로소 재심재판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재심재판 개시 결정은 그동안 여순사건에 무관심했던 중앙언론들도 비중있게 다뤄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반면에 지역사회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 다. 본지(2019.4.3.)에서도 재심재판에 대한 지역 적 무관심을 지적한 바 있었다. 역사적인 재심재 판이 지역에서 열리는데도 나서는 단체도 없어 몇몇 지역 활동가들에 의해 지난 4월 19일 순천 YMCA에서  ‘여순사건재심대책위원회’(공동집행 위원장 박병섭, 박소정, 주철희)를 결성하고 본 격적으로 재심재판에 시민단체로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유족을 비롯한 대책위원회 등 지역사회는 재심 첫 재판이 있었던 지난 4월 29일 비가 쏟아지는데도 순천법원 앞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의견서를 모아달라는 재판부의 요청에 시민의견서 2,500여부 재판부 전달, 재심재판에 대한 핵심 논쟁들을 시민들과 공유하기 위한 순천시청소 회의실에서 시민설명회 개최, 재심재판을 널리 알리기 위한 언론활동, 방청객이 제한될 정도로 뜨거웠던 방청 열기 등 재심재판에 뜨거운 관심을 표출했다. 
또한 재판 막바지에 검찰의 자료 불충분을 근거로 공소 기각 결정에 대한 우려에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하는 관련자료 등을 모아 <의견서>를 재판부와 검찰에 제출하여 검찰의 무죄 구형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등 재심재판 무죄 선고를 이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활동들을 활발하게 펼쳐 왔다. 

이번 검찰의 무죄 구형은 여순사건의 역사적 진실을 밝히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여순사건 당시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많은 희생들이 국 가폭력에 의해 학살되었음을 국가(검찰)가 인정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가는 여순사건 당시 희생된 죽음들에 대해 ‘반란’이라는 이념의 감옥에 가둔 채 71년 동안 침묵하고 있다. 

재심재판은 오는 1월 20일 오후 2시 순천지원 316호 법정에서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있다. 국가 는 재심재판에서 사법부가 무죄를 선고하면 앞 뒤 잴 것 없이 70여 년 전 국가가 자행한 국가폭 력에 대해 즉각 사죄해야 해야 하며, 국회는 여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특별법 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여순항쟁은 ‘반란’의 감옥에서 대한민국 마지막 금기의 빗장을 열었다. 이제 지역 사회는 국가에 의한 무죄 구형을 시발점으로 ‘반란’에서 ‘항쟁’으로, 여순사건의 역사적 진실을 찾기 위한 대장정의 길을 시민들과 함께 담대하게 걸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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