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학섭
대대교회 목사
미국의 동화작가로 더 잘 알려진 타샤 튜더 할머니는 혼자 힘으로 30만평의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어 놓았다. 그녀는 몇 년 전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녀가 가꾼 정원에서는 지금도 수많은 꽃들이 피어나고 나비와 벌들과 새들이 어우러지는 낙원이 되어 있다.

순천시는 정원도시를 꿈꾸고 있다. 내년 봄 정원박람회장을 재개장함으로써 정원도시로 발돋움할 꿈에 부풀어 있다. 정원도시로 가는 길목에 있는 순천시는 그녀에게서 본받을 점이 많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원은 관의 행정력이 아니라 가냘픈 여인(시민)의 힘으로 만든다는 점을 배웠으면 싶다.    

물론 시민 참여 없이도 확보된 예산이 있고, 박람회를 개최한 경험까지 있으니 차질을 빗지 않고 잘 해내리라 믿는다. 하지만 관 주도로 재정비한 규격화된 정원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무리 잘 가꿔진 정원이라 해도 돈으로 만든 정원으로는 사람들의 눈은 놀라게 할 수 있어도 마음까지 살 수는 없다. 관 주도는 신속한 추진을 할 수 있어 편리하긴 하지만 시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공산이 크다. 무슨 일이든 시민의 관심 없이는 성공할 수 없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 순천시가 정원도시로 나아가려면 시민의 힘이 필요하다. 비싼 꽃과 나무보다 더 소중한 것은 시민 참여다. 시민의 손때가 묻어 있어야 시민들에게 사랑 받는 정원이 될 수 있다. 또 시민에게 사랑 받는 정원일 때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도 사랑 받게 될 것이다. 정원은 28만 시민들 모두가 함께 만들어야 한다. 반드시 시민의 몫도 있어야 한다.

시민 참여라고 하니 어려운 일로 여겨질지 모르겠다. 마음이 동하면 실현 가능한 일이다. 이미 있는 정원에 몇 포기의 꽃을 더 심는다는 마음이면 된다. 내 집 앞 내가 가꾸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 집 마당에 몇 그루의 나무와 꽃을 심어 왔지 않은가? 조금만 더 신경을 써보자는 것이다. 정원도시로 가려면 정원박람회장 한 지역만 구별하여 단장하는 것으로는 미흡하다. 순천시 전 지역에 꽃을 심어야 한다. 전 지역을 정원화하겠다는 전략을 가져야 한다.

물론 시민 참여를 끌어내는 일은 수월치 않다. 꽃은 좋지만 꽃을 심겠다고 모든 시민이 나서주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언론매체들의 협조를 구하여 꽃동네 만들기 캠페인도 벌이고 시민들에게 꽃씨를 무료로 나누어 주거나 모종을 저렴하게 제공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정원을 가꿔보려는 의욕을 가진 분들을 위한 시민강좌를 마련해 주고, 버리진 물건을 재활용하여 꽃을 심고 정원을 가꾸는 아이디어를 나누는 것도 좋을 것이다. 처음 한 두 해 정도는 시범지역을 정하여 시행하면서 점차 확대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정원문화가 발전한 일본은 정원도시가 아니어도 집집마다 꽃과 나무를 가꾸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다. 도쿄 주변의 작은 도시 주택가를 거닌 적이 있는데 집집마다 흐드러지게 핀 꽃을 구경하며 기분 좋게 걸었던 기억이 난다. 자투리땅과 담장 밑에 꽃을 심는 것은 물론 주택의 테라스와 창문과 담장까지 화분을 줄줄이 걸어두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마을 전체가 꽃동네였다. 누가 한 말인지 기억할 수 없지만 ‘내 집 쓰레기 치우고 꽃을 심으면 일순간에 금수강산이 된다.’는 말이 있다. 순천시민 모두가 내 집 앞에 꽃을 심으면 정원도시가 된다. 정원도시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사는 도시를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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