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정원과 생태 순천

 

지난 10월 19일(토) 순천 탐방 여행은 먼저 황전면 죽내리로 이동하였다. 황전면(黃田面)은 순천 최북단에 위치하며, 본황과 모전 두 지명을 합쳐 황전이라 부른다. 순천-구례를 연결하는 국도 17호선 확포장 공사 중 죽내리 구간에서 구석기·청동기·삼국시대 문화층이 모두 발견되었다. 이는 우리 순천지역에 적어도 12만 5천년 전부터 사람이 살았음을 의미한다. 이곳에서 가까운 곳에 섬진강 줄기가 있어서, 그 당시 사람들이 살만한 곳이었으리라 짐작된다.

 

 

 

다시 우리는 황전면 월산리 자은(自隱)마을에 있는 육충사(六忠祠)로 갔다. 자은마을은 스스로 숨은 마을이란 그 이름처럼 국도 17호선에서 한참 안쪽에 있다. 걸어서 자은마을까지 가는 길은 오히려 전원을 둘러보며 가을날의 정취를 만끽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미처 손길이 닿지 않아 마당을 풀로 꽉 채운 육충사[六忠閣]의 모습에서 그 흥취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육충사는 양천허씨(陽川許氏) 집안 사당으로, 임진왜란 때 진주성 전투에서 순절한 허일(許鎰) 및 허증(許增)·허원(許垣)·허곤(許坤)·허은(許垠)·허탄(許坦) 6부자를 배향한 곳이다. 양천허씨 문중에서는 1912년 현 조례동 150번지에 충렬사를 복설했는데, 1915년 허곤의 10대손 허방(許枋)이 주도하여 허일 등 6부자를 배향하고자 육충각을 건립하였다. 후손들의 관심과 손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일행들과 함께 마당을 말끔히 청소하였다.

송치(松峙)를 넘어오다 옛길을 따라 정상에 올랐다. 송치의 옛길은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한양으로 가는 길목이고, 또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 당시 지나가다 주무신 곳이다. 호남정맥을 비롯해 근래 들어선 풍력발전기를 보고서 아랫장으로 이동해 점심을 먹었다.

발걸음을 재촉해 도사동 교량(橋良) 마을의 ‘2019 마을정원축제-情원에 물들다’에 참여하였다. 교량마을은 민물과 바닷물이 뒤섞이는 이사천(伊沙川)이 감돌아 흐르고 억새와 갈대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여기에 순천만과 같이 붉은발말똥게[약칭-붉말게]가 서식한다. 이 마을은 이러한 자연생태 환경을 보존하면서 정원을 꾸몄다. 그래서 이른바 마을정원을 만들어 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마을을 돌면서 400년 수령의 당산나무를 비롯해 집집마다 가꾸는 화분과 정원을 둘러보았다. 한편 ‘교량’이란 마을 명칭의 유래가 궁금하여 물어보았으나, 주민들에게서 명쾌한 답을 얻지 못한 점이 아쉽다.

 

가을날 치고는 꽤 덥다고 느끼면서 순천만 습지로 갔다. 세계 5대 연안습지이다. 가을을 만끽하는 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무진교를 건너 별량면의 첨산(尖山) 위에서 내리쬐는 햇살을 받아 하얗게 반짝이는 갈대를 감상했다. 문득 사람들이 어디까지 가나 싶어 둘러보니, 대개 무진교를 건너 산책로 길을 따라가다 용산 밑에서 돌아서고 있었다. 순천만 습지의 진면목을 조금이라도 더 보려면 용산전망대까지 라도 가야 하고, 또 석양이 내리는 때를 기다렸으면 좋겠다고 여겼다. 무진교 위에서 바다를 향해 가는 물길에다, 자연보존으로 상생을 지향하는 순천의 환한 미래를 염원하는 마음을 실어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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