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식 조합원

<편집자 주 : 200호부터 암환자 보호 관찰기를 연재한다.> 

 

화순전대병원 대장항문과에서 1차 진료 후 한시간이 지났다.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관장약을 투입하고 나서 한 시간 간격으로 화장실을 다녀와야 한다. 서너번의 시간이 흘렀을까? 아마도 오후 3시, 첫 진료가 10시 경이었으니 거의 4시간이 지나서야 2차 진료가 시작된 것이다. 

 

진료실로 들어갔고, 불과 몇분이 지났을까. 원장실에서 검사결과를 듣는데 ‘신생악성종양’이며, ‘직장암’이며, 2~3기로 가장 좋은 치료는 조기 수술이라고 하며 의견을 묻는데, 당연히 수술에 동의했다. 현재 병원에 수술 대기환자가 많아 수술에 필요한 검사를 최대한 빨리 간호사와 상의하라고 한다.

 

그러면서 소견서를 한 장 써준다. 내용인즉 ‘이 환자는 신생악성종양으로 등록하여 관리하라는 것이다.’

 

간호사가 난색을 표한다. 수술에 필요한 MRI와 PET촬영이 모두 밀려 있어서 빠른 시간에 검사를 할 수 없단다. 최대한 가까운 검사 예정일이 4월 20일과 22일인데 거의 3주나 밀려 있어, 도저히 앞당기기 힘들다고. 안타깝지만 빨리 수술하고 싶으면 검진센터에 가서 사정을 이야기하고 앞당길 수 있으면 앞당기라고, 담당과에서 할 수 있는 범위 밖이라고.

 

마음이 무너지지만 어쩔 것인가? 여기에 와있는 모든 환자가 암환자인데, 나만 새치기 할 수 없지 않은가? 그래도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검진예약센터에 사정을 해본다. 돌아오는 답은 당연히 ‘없다’이다. 썩소를 지으면서 그래도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전화번호를 받아들고 매일 전화해도 되냐고 물어보니 "그러세요. 혹, 자리가 나면 연결해드릴게요." 나는 그저 고맙다고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돌아선다.

 

무인접수대를 이용하면 빠르다는 걸 알고 발급받은 코드번호로 진료비를 계산하고자 했더니, 원무과에서 직접 접수 계산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뜬다. 어떤 영문인지를 몰라 대기순번표를 뽑아들고 한참을 기다려 갔더니 처음 검사비를 냈던 부분을 돌려주는 것이다. 이유를 물어보니 ‘신생악성환자’로 등록되어 같은 항목으로 진료나 검사 등을 할 경우 감액한다는 것이다.

 

애엄마의 경우 ‘국가암검진사업 1차검진’에서 조기 발견되어 ‘신생악성종양환자’로 등록관리되어 다른 암환자에 비해서 본인부담금이 1/5정도로 적다. 검진내역서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공단부담금의 1/10 정도도 되지 않아 진료비에 커다란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이다.

 

우리나라 의료보험은 사회보장이 잘되어 있다고 하는 유럽이나 미주지역에 비하면 강제에 가까운 사회보험이다. 국민이면 어떠한 경로이든 모두 의료보험에 가입해야 하며, 의료보험료를 납부해야 하고, 미납시 연체료가 부과될 정도로 준조세에 가까운 것이다. 이렇게 마련된 재원을 바탕으로 모든 국민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 것으로 사회주의국가를 표방한 국가에서도 쉽게 할 수 없는 사회보험이다. 여기에서 운영의 방법이나 과거의 어떤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은 마땅하지 않아 이 부분에 대한 의견은 생략한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환자의 진료비에 대한 부담은 경감했으나 보호자에 대한 지원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정서에 비춰 환자의 치료를 모두 병원에 맡기고 보호자는 일상에 전념할 수 없지 않은가? 간병인과 요양보호사 제도가 있어도 쉽게 선택할 수 없는 방법이다. 가족 중 누구는 환자를 돌봐야 하지 않겠는가? 일단 나부터 휴가를 사용해서 시간을 내고, 간병을 하는 동안 들어가는 비용은 오로지 우리들의 돈이지 않은가? 이마저도 안되는 가정은 어떻게 될까?

김경식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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