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안 불쌍해요! 안녕해요”

 

 

문화체육관광부·지역문화진흥원은 국민이 생활 속에서 문화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과 주간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 6월부터 새롭게 지역과 청년의 삶에 주목한 실질적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는 문화가 있는 날, 즉 청년 버전의 문화가 있는 날, ‘청년문화우리’가 시작됐다.

 

▲ 혁명정신의 하마사자 캐릭터

순천에도 청년문화우리를 진행하는 단체가 있다. 바로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혁명정신’. 청년문화우리 사업에 전국에서 단 7개 팀만 선정되었다고 하니, 그들이 궁금해진다. 단체명부터 강렬한 그들, 청년의 눈으로 바라본 청년들의 문화 세 번째, 순천에서 문화기획을 하고 있는 혁명정신이다. 혁명정신 팀원 김도범, 장슬기 씨와 인터뷰했다.

 

▲ (좌)혁명정신 장슬기 씨 (우)혁명정신 김도범 씨. 도범 씨가 들고 있는 것은 지난 공개방송 포스터.

 

Q. 팀명이 특이합니다. 팀과 팀원들을 소개해주세요.

슬기 : 저희 팀 이름을 들은 분들은 모두 한 번은 여쭤보십니다. 팀명을 만드신 분이 그걸 노리고 만든 것 같기도 해요. 혁명정신이 2017년부터 활동하고 있고, 저는 중간에 합류해서 팀명을 만들지는 않았는데요. 탄생 일화를 들으면 생각보다 싱거워요. 팀을 처음에 만들었던 사람의 이름의 끝 자가 혁, 명이어서 혁명정신입니다. 문화에 혁신을 만들어 보자라는 생각으로 겸사겸사 만든 이름이겠죠. 국가를 전복시키고 싶은 단체는 아닙니다. (웃음)

도범 : 혁명정신은 총 7명인데, 이번 청년문화우리 사업을 기획한 팀원은 그 중 3명으로 김도범, 장슬기, 주수정(가명)입니다. 저(도범)는 방송의 제작과 편집, 회계를 담당하고, 슬기님은 홍보물 디자인 및 방송 진행, 수정님은 방송 진행과 섭외, 기록을 담당합니다.

 

▲ 문화가 있는 날 로고

 

Q. 전국에서 7개 팀을 선정하였는데 전라권에서는 순천의 혁명정신이 유일하더라구요. 경쟁률이 높았나요? 선정되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도범 : 전국에서 90개 팀이 최종 응모했다고 합니다. 1차 서류심사와 2차 인터뷰심사를 거쳐 최종 7개 팀이 선정되었구요. 최종 선정이 되었을 때는 기쁘면서도 얼떨떨했어요. 이렇게 큰 프로젝트에 진짜 선정이 되다니! 그리고 기획했던 내용을 어떻게 진행할지 걱정도 됐고요.

슬기 : 전라권에서 유일하다는 것은 무의미한 것 같아요. 어느 지역에서나 청년들의 활동은 이루어지고 있고, 특히 온라인을 기반으로 제작되는 팟캐스트 방송의 특성상 전국을 넘어 전 세계에 있는 한국어권 청취자라면 누구나 청취가 가능하기 때문이죠. 여러 가지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방송 제작에 힘쓰고자 하고 있어요. 그래도 전국 7개 팀 중 하나, 또 전라권에서 순천의 혁명정신이 유일하다! 그건 가슴 벅찬 일이죠.

 

▲ 혁명정신 팟캐스트 로고

 

Q. 그렇다면 혁명정신이 선정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슬기 : 저희가 팟캐스트로 다루는 주제 중에 10월 마지막 주제 ‘안녕’이 있거든요. 끝인사로서의 안녕도 있지만, 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안녕도 되고요. 또 ‘안녕하시냐’의 그 안녕도 있죠. 그 주제는 “청년들이 생각보다 안녕하다. 우리를 더 이상 불쌍하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선택한 주제인데, 그게 인상 깊었다고 심사위원님들이 말씀해주셨습니다. 저희는 청년하면 불쌍하게 보고 도와줘야 하는 존재로 보는 것이 조금은 불편하거든요. 그 생각을 팟캐스트를 통해 많은 분들과 이야기하고 싶었고, 그게 신선하다고 느끼신 게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 팟캐스트 녹음은 영동1번지 3층 녹음실에서 진행한다. 엔지니어 도범 씨와 진행자 슬기 씨의 모습이 보인다.

 

Q. 이제 선정된 그 사업 아이템에 대해 설명을 들어보고 싶네요. ‘청년문화우리’라는 청년 버전의 문화가 있는 날 사업을 진행하는 건데요.

슬기 : 네. 혁명정신이 팟캐스트만 진행하는 팀은 아니지만, 이 ‘청년문화우리’ 사업에서는 팟캐스트를 진행합니다. 그래서 저희를 소개할 때 “청년팟캐스트 팀 혁명정신입니다”라고 해요. ‘청년? 나의 이름은?’이라는 타이틀로 순천 지역 청년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으려고 합니다. 6월부터 매주 녹음을 해서 업로드를 하고 있어요. 6월부터 10월까지 월별 주제가 있고, 그 주제에 맞게 매주 다른 게스트를 섭외해요.

도범 : 여기서 포인트는 매주 다른 연령대의 다른 생각을 가진 청년들을 게스트로 섭외한다는 거에요. 저희가 이번 팟캐스트 아이디어를 냈을 때, ‘청년이라고 왜 하나의 단어로 뭉뚱그려 표현해야 하지?’, ‘20대 초반의 대학생과 30대 후반의 직장인과 육아청년이 어떻게 같은 생각을 할 수 있겠어’라고 생각했어요. 각각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수많은 청년 세대의 이야기를 담고 싶어서 이 팟캐스트를 기획했고, 가끔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기도 하지만 또 그게 진짜 청년들의 이야기니까요.

슬기 : 그래서 6월에는 연애, 결혼, 출산, 가정 등으로 30대 후반의 육아청년과, 30대 중반의 신혼부부, 20대 초반의 미혼자를 게스트로 모셨죠. 역시나 많은 이야기가 나왔고, 그 이야기는 팟캐스트에도 기록됩니다. 또 잘 엮어 책으로도 출판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그 출판물은 각 시의 청년센터 등에 배포하고요.

 

▲ 팟빵 홈페이지의 '청년? 나의 이름은?' 팟캐스트 캡쳐.  

Q. 그럼 일단 청년팟캐스트 팀 혁명정신은 매주 팟캐스트 업로드를 하고 그 기록물로 책 출판을 기획하고 있는 거네요.

도범 : 공개방송도 있습니다! 사실 공개방송이 저희 청년문화우리의 하이라이트에요. 공개방송 또한 팟캐스트 업로드와 연결되긴 하지만 청년들의 문화가 있는 날을 위해 매달 마지막 주에 이루어진다는 게 달라요. 3주간 출연했던 게스트가 모두 공개방송 게스트로 나오고, 평소 방송을 눈으로 보고 싶었던 분들이 방청객으로 와주시죠. 3주 동안 다루었던 청년들의 목소리의 총 집합인 건데, 함께 사연도 읽고 방청객들의 이야기도 들어 보는 시간도 있구요. 평소 녹음실에서 저희끼리 하는 녹음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라서 저희는 더 재밌죠. 관객들과 같이 호흡한다고 하죠. 그런 느낌으로.(웃음)

슬기 : 녹음은 어떻게 보면 편집이라는 게 있고 또 저희와 게스트만 녹음을 하니까 분위기를 안살피고 편하게 녹음하는데, 공개방송이 참 어렵더라고요. 관객들 반응도 살펴야 하고, 앞에 서니 떨리기도 하고요. 저번 달 첫 번째 공개방송 끝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7월 공개방송이 다음 주라니! 벌써 걱정이 되네요.

 

▲ 6월 공개방송은 순천청년센터에서 진행됐다. 7월 공개방송 또한 청년센터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Q. 팟캐스트로만 목소리를 듣던 진행자를 공개방송에서 보고, 또 방청객과 대화도 나눈다니. 약간 팬미팅같기도 하고요. 관객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슬기 : 좋았다고 해야 겠죠?(웃음)

도범 : 좋았다고 해야 좋겠죠?(웃음)

슬기 : 사실 많은 분들이 와주시지 않았어요. 시청 카카오 플러스 전송과 포스터, 현수막 등으로 잘 홍보했다고 했는데, 그날 비가 그렇게 많이 오더라고요. 그래도 와주신 분들은 재밌게 방송 즐겨 주셨고, 그날 준비한 하마사자 열쇠고리에도 많이 만족해주셨어요.

 

Q. 하마사자 열쇠고리는 뭔가요? 그리고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보면 혁명정신을 하마사자로 표현하기도 하던데, 또 다른 팀명인가요?

▲ 혁명정신 굿즈 하마사자 열쇠고리

슬기 : 하마사자는 혁명정신의 캐릭터에요. 탄생 일화는 간단해요. 혁명정신의 초성을 ㅎㅁㅈㅅ 이렇게 나열하면 하마사자 같은 거에요. 그래서 하마와 사자를 합친 캐릭터를 만들었는데, 그게 어떻게 보면 청년 같더라고요. 하마는 초식동물이고 사자는 육식동물이고, 그냥 다른 동물인데, 동물이라고 부르고, 또 그걸 합쳐서 만든 게 하마사자. 모두 각자 개성을 가진, 다른 생각을 가진, 불쌍하지 않은 청년들인데 청년이라는 이름으로 묶여있고. 비슷하지 않나요? 그래서 저희는 스스로를 하마사자라고 부르고, 그 캐릭터를 담은 가죽열쇠고리라는 굿즈를 제작했어요. 하마사자라는 캐릭터 자체가 좀 귀엽기도 하고요.

도범 : 저희 하마사자 열쇠고리는 방송에 사연을 써주신 분들에게 드려요. 저희는 게스트를 ‘투머치토커’, 사연을 주신 분들을 ‘숨겨진 투머치토커’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공개방송에 오신 관객분들 중 그날 즉석으로 사연을 써주신 숨겨진 투머치토커분들에게 굿즈를 드린거죠.

 

Q. 저도 사연을 써서 그 굿즈를 받고 싶네요. 그런데 청년을 계속 불쌍하지 않다고 표현하네요. 아까 스스로 생각한, 선정된 이유도 ‘청년들은 안녕하다’라는 그 말을 신선하게 느꼈을 거라고요.

슬기 : 이 사회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청년이라는 개념을 불쌍하고, 안쓰럽고,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만들어요. 저희는 청년들이 처한 상황이 저마다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고, 각자 가지고 있는 자립적인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저희도 언론에 나오는 청년 중 하나에 속하겠죠. 하지만 기성매체가 다루고 있는 청년의 개념과는 다른 입장이라고 생각해요. ‘난 진짜 안 불쌍한데. 왜 청년팔이하지?’라고 늘 생각합니다. 정책에서 말하는 청년은 그들 시선의 청년이죠. 정부의 부처, 지방자치단체별 수많은 청년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단순히 연령대로 묶여진 청년의 개념과 그것을 위한 정책은 우리가 바라보는 모습과는 괴리가 있어요. 지원정책의 신청자격 속에서 만들어진 청년이 아닌, 진짜 청년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그리고 진짜 청년들은 안녕해요. 저도 안녕하고, 다들 그 자리에서 나름대로 치열하게 열심히 잘 살아가고 있고요. 그게 불쌍한 것은 아니죠.

 

▲ 7월 공개방송 포스터

   8월 1일 목요일, 영동1번지 2층 청년센터에서 혁명정신의 두 번째 팟캐스트 공개방송이 열릴 예정이다. 

 

Q. 그럼 혁명정신이 만드는 팟캐스트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요?

도범 : 다양한 청년들의 사연과 생각을 아주 사소한 고민부터 같이 이야기 나누는 팟캐스트를 만들고자 합니다. 우선은 저희가 활동하는 순천시를 중심으로 청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볼 생각이에요.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는 커뮤니티, 게시판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저희 프로그램의 취지이자 최종 목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혁명정신의 팟캐스트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는 게시판이고, 혁명정신이 청년들과 소통하는 통로였다. 청년들은 안녕하다고 말하는 그들. 10월, 안녕이라는 주제에서 어떻게 그 이야기를 마무리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임수연 기자

※ 팟캐스트 순천의 하마사자 - 청년? 나의 이름은? 링크

http://www.podbbang.com/ch/1768271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