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기고) 삶의 마지막 축제, 감사의 밥상 2

[조합원 기고] 박경숙 조합원 http://cafe.daum.net/shhospice/emkc/18

 

2019년 7월 6일(토) 감사의밥상 이후, 5일 만인 11일(금) 황상용 목사님이 평화롭게 저 세상으로 가셨다. 다시 6일 만에 순천시 문화의거리 ‘말씀과밥의집’에서 사정이 되는 사람들이 만났다. 귀한 삶의 본을 보여준 황 목사님 가족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다시 ‘감사의 밥상’을 나누자는 제안에 즉석에서 몇 사람이 호응하여 만난 것이다.

 

황 목사님의 아내와 딸 황선아 씨는 핼쑥한 얼굴이었으나 잔잔한 슬픔 속에서도 감사와 기쁨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저마다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순서 없이 나온다.

 

 

황 목사님 부부의 젊었을 적 사진이 화제 1순위다. 딸 선아 씨의 설명에 따르면 청년 시절 군대에서 매일 편지를 썼던 아버지로 인해 우체부가 매일 배달을 왔는데, 매일 오는 것이 귀찮았던지 우체부가 하루는 문을 세차게 두드리며 하는 말.

“이거 한꺼번에 보내면 안 된대요?”

 

 

50년 전 기억으로도 여전히 즐거운 마음에 까르르 웃는 얼굴. 빛나던 연애시절부터 지난 40년 넘도록 서로 아끼고 살아온 세월을 생각하면 그 허전함이 얼마나 클까 싶지만, 여전히 씩씩한 황 목사님의 아내 박승자 씨는 말한다.

“어린아이가 돼야 천국을 간다더니 그 말이 딱 맞다. 3일 동안 애기가 돼더라. 하나님 아버지 찾고, 어머니 찾고. 하지 말라고 하면 안하고. 혈압 내려가고 빈혈이 생기니 힘들어 하셨지만, 지나보니 이 모든 것이 하나님 은혜 같다.”

 

진정제는 사용하지 않기로 하다

 

성가롤로병원 간호사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호스피스는 보호자가 선택하는 것이다. 진정제를 안 쓰고 죽음을 직면하는 방법이 있고, 환자가 고통스러운 것을 못 보니 보통은 진정제를 처방한다. 지금 고통스럽지만, 보호자가 견딜 수 있으면 안 쓰는 것이 좋다.”

딸 선아 씨는 투약을 안 하기로 결정하고 간호사에게 부탁했다.

“자원봉사자나 간호사를 들이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 가족들이 온전히 함께 있고 싶어요.”

그리고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빠 오늘 하늘나라 가기 참 좋은 날이다. 너무 아프지? 아빠가 육체를 잘 버리는 방법을 좀 보여주라. 그러면 나 아빠처럼 죽을테니 그걸 잘 보여줘.”

고통스러워하며 몸에 부착한 것을 다 뜯어내던 아버지는 오후 4시가 되자 잠잠해 지기 시작했다. 저녁쯤 숨을 몰아쉬는 모습은 이미 이 세상 숨이 아니었다. 떠날 시간이 눈앞에 다가오자, 호스피스 활동을 해온 용미중 선생님에게 와달라고 요청했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감사

“목사님 들리시죠?”

용미중 선생은 환자와 대화를 나누며 거친 숨을 함께 했다.

거친 숨의 와중에도 황 목사님은 하나님 고맙습니다.” 가 습관적으로 입에서 나왔다. “목사님 당연하지요~” 호응하며 숨과 숨 사이, 고통의 호흡을 함께 했다. 고통에 동참하며 40여분 이어지던 호흡은 이내 잠잠해졌다. “목사님 주무세요.” 인사를 하고 잠시 후 푹 주무시는 듯 했다. 그리고 고요히 눈을 감겨 드렸다.

“선아씨 돌아가셨다. 간호사에게 연락해라.”

 

황목사 님의 딸 선아씨와 임종을 지켜보던 가족들은 침착하게 모든 과정을 바라보았다. 삶을 잘 마무리한 아버지의 소식을 간호사에게 알리려 돌아서는 순간, ‘부활의 기쁨이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고 한다. 간호사와 의사가 와서 최종 확인을 하고, 그 자리에 함께 한 이현주 목사님이 “아빠 잘 마무리 하셨대. 축하하자.”고 말했다. 가족 모두 삶을 잘 마무리 하신 황 목사님을 향해 박수를 쳤다. 그 시각은 11일 목요일 저녁 9시45분이었다.

 

돌아보면 참 신기한 일이었다. 가족 모두 육신의 이별을 겪으며 서러울 만도 한데, 통곡하여 우는 이가 없었다. 간호사와 자원봉사자들은 고요하게 처리되는 과정이 낯설었는지 둘레둘레 쳐다보고 나갔다.

 

황 목사님의 아내는 말했다.

“다 같이 천국의 믿음이 있으니 가능한 일이지. 얼마나 고맙고 행복한 일이야.”

 

마지막 호스피스를 담당한 용미중 선생은 또 다른 호스피스의 장이 열린 것 같다.”고 했다. “그동안 호스피스는 마약을 투여해 시종일관 잠들다 운명하셨다그런데 황 목사님은 마지막 1분 전까지 당신의 의식이 있었다어쩌면 이렇게 당신의 죽음을 끝까지 인지할 수 있을까육신을 가지고 있는 맑은 상태에서 죽음으로 가는 것을 지지하는 것이것이 정말 호스피스구나.”

 

 
 

다시 오늘을 사는 사람들

 

정은숙 씨가 말을 꺼낸다. “아버지 가시는 길이 편안하고 자유하게 보였다. 나도 죽을 때 이런 분위기 속에 있으면 좋겠다. 슬프지만 평안한 웃음이 가득해 지더라.”

 

중학교 3학년인 손자 예온이는 "처음에는 조금 슬프고 힘들었는데 좋은 곳으로 가신다고 생각을 하니까 괜찮았다. 뭔가 원래 계시던 고향으로 가신 느낌이다." 고 말했다. 대학생인 큰 손자 예승이는 "할아버지 감사했어요. 사랑해요라는 말이 저도 모르게 입에서 나왔다. 할아버지가 나한테 사랑해준만큼 나는 못해서 눈물이 나왔지만 할아버지는 여기보다 더 좋은 하늘나라에 가신 것에 감사했다." 고 말했다.

 

그리고  질문이 이어진다숨과 숨 사이에 하나님이 계신다고 하셨는데 무슨 소리인지?”

이현주 목사님은 “사람들이 내가 숨을 쉰다고 생각한다. 숨이라는 건 내가 컨트롤할 대상이 아니야. 내가 숨을 쉰다면 내가 주인이다. 그런데 조금만 더 생각하면 아니잖아? 내가 숨을 마음대로 할 수 없잖아. 내가 숨을 통제 할 수 없어. 내가 숨을 통제할 수 있으면 공기 나쁜데서는 안 쉬면 되는데, 못하잖아?”

 

 
 

 

어리석음과 지혜로움의 차이

잘못된 습을 고치는 것!

 

황상용 목사님의 ‘삶의 마지막 축제’ 와 그 이후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마음에 맴도는 질문이 나온다.

 

“왜 어떤 사람은 지혜로운 선택을 하고 어떤 사람은 어리석은 선택을 할까요?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올까요? 누구나 지혜롭게 살기를 원하잖아요?”

 

 

이현주 목사님은 “황 목사님의 삶의 자리는 모두에게 배움의 장이 되었다. 축복이다.”고 하시며 “사람이 지혜롭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도 마음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수영을 잘하고 싶어도 물에 가서 기초부터 배워야지. 수영을 잘 배우면 잘되는 거야.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는 안 되는 거야. 행복하게 사는 것이 뭔지 잘 배워야지. 행복하게 살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들으니 불행이 되풀이 된다. 나도 모르게 배운 것이 더 무섭거든. 잘못된 버릇을 고치는 것이 진짜 배우는 거지.”

박경숙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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