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우
민들레하나한의원 원장
예전부터 의료 정보는 주위에 많았다. ‘병에 걸리면 소문을 내라’고 했던가? 인터넷이 일상으로 성큼 들어온 후에는 어마어마하게 넘쳐나고 있다. 질병 이름 한 단어만 검색창에 툭 치면,  우수수 정보가 쏟아진다. 길을 걸어보면 병원 간판을 비켜서 눈 둘 곳을 찾기란 십자가 없는 스카이라인 보기만큼 어렵다. 셋 이상 모인 자리에서는 건강 관련 소재가 단골 메뉴다. 편안하게 텔레비전이라도 볼라치면 건강과 질병 얘기가 빠지면 서운할 정도다.

시간과 장소는 달라도 모두 결론은 하나다. ‘조기 검진과 전문가와의 상담!’

그래서 우리는 모두 조기 검진에 목매단다. 커다란 기계 속으로 몸뚱이를 밀어 넣고 이리저리 돌려가면서 사진을 찍어야 제대로 자신의 몸을 구석구석 들여다본 것 같아 안심이 된다. 엄청난 병원 건물 규모와 첨단 의료 장비 속에서 초라한 몸은 겨우 안식처를 찾은 듯하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나날이 병원 건물은 커지고 의료장비는 최신식이 넘쳐나며 점점 더 세분되고 전문화되는 의료전문가는 늘어나는데도, 어째 병은 줄어들기는커녕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병이 생겨나는 걸까?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정말 생각해봐야 할 것은 밖에 있지 않다. 자신의 몸이 무슨 신호를 자기에게 보내고 있는지 자세히 들여다보고 왜 그런지, 어떻게 아픈지 곰곰이 추적해보지 않는 것이 진짜 문제다. 아프면 만사 제쳐놓고 자기 몸을 온전히 맡아 줄 병원부터 찾는다.

이제는 첨단기계와 전문가를 찾기 전에 자신의 몸을 돌아보자. 체계적으로 보기 위해 의학에는 3가지 접근법이 있다. 의학을 거칠게 나누면 자연(과학적) 의학, 인문(과학적) 의학, 사회(과학적) 의학이 그것이다.
암에 걸렸다. 이때 우리는 3가지 차원에서 대처한다. 첫째, 암에 대한 면역력을 강화하고 암세포의 성장을 막아주는 약초, 화학약품 등과 직접적 처치를 위한 수술 등의 자연의학적 치료를 쉽게 생각할 수 있다.

둘째, 생활 습관과 환경 변화를 포함하여, 가족 간 · 친구 간의 우의를 돈독히 하고 자신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평가와 격려 그리고 죽음에 대한 성찰 등을 통한 인문의학적 치료를 두 번째로 생각할 수 있다. 자주 간과되지만 실제로 인문의학적 치료가 첫 번째의 자연의학적 치료와 효과 면에서는 거의 대등한 위치에 있다.

셋째, 최근에 삼성전자에서 유방암이나 백혈병이 산업재해로 판명되었듯이, 질병은 사회구조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암이 유발될 수 있는 사회구조적 모순이 무엇인지 따져보고 이의 근본적 변화를 주목하는 사회과학적 치료가 있다. 최근 소득 불평등 정도가 질병과 깊은 상관관계에 있다는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불평등이 심한 사회는 경쟁심과 상호 불신이 깊고 범죄가 잦을 수밖에 없다. 공포와 분노를 촉발하는 사회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만성 스트레스로 피폐하게 만들기에 당연한 결과로 질병도 더욱 많아질 수밖에 없다. 정신질환은 더 심하게 연관성을 보인다. 2005년 국내 329개 사업장 노동자 8522명의 직무 스트레스를 연구한 결과, 우울증 유병률은 정규직이 15.7%로 가장 낮고, 계약직이 16.3%, 일용직이 22.7%로 가장 높았다.

사회적 요인만으로 질병이나 죽음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듯이, 개인적 요인만으로 설명될 수도 없다. 앞의 예로 든 암에 대해서도 환경적 요인이 매우 중요한데도 각자 알아서 암 검진을 열심히 받으라는 것 외에는 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 과잉 검사를 부추기면 건강염려증 환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낳는다. 세상 무엇 하나 원인과 결과가 단선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듯이, 질병 또한 총체적으로 자연의학적, 인문의학적, 사회의학적 차원에서 고려하여야 한다. 다음엔 좀 더 구체적인 질병의 예를 들어 접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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